21일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6회초 삼성 선두타자 김헌곤이 선제 솔로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며 포효하고 있다./광주=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하늘이 말렸다. 호랑이와 사자의 싸움은 쉽게 승부를 가리지 못 했다. 31년 만의 한국시리즈 격돌로 관심을 모은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1차전은 삼성이 6회 초 김헌곤의 솔로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한 가운데 우천으로 서스펜디드 경기가 결정됐다. 한국시리즈 사상 처음이자 포스트시즌 첫 서스펜디드 경기가 됐다.

통산 12번째 우승을 노리는 KIA와 9회 우승을 노리는 삼성은 21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우천으로 66분이 지연된 가운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에 돌입했으나 결국 빗방울이 굵어져 오후 9시 24분 삼성이 1-0으로 앞선 가운데 다시 경기가 중단됐다. 심판진은 약 45분을 더 기다린 뒤 오후 10시 9분께 서스펜디드 경기를 선언했다.

연기된 경기는 다음 날인 22일 2차전에 앞서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서 삼성이 1-0으로 앞선 가운데 6회 초 무사 1,2루 상황에서 재개된다. 5시 30분 이전 종료시 2차전은 예정대로 6시 30분 개시되며 5시 30분 이후 1차전이 끝나면 1시간 후 2차전이 개시된다.

삼성은 이날 6회 초 선두타자 김현곤이 호투하던 KIA 투수 네일의 5구 스위퍼를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0m의 솔로 홈런을 앞세워 1-0으로 기선을 잡았다. 하지만 계속된 무사 1,2루의 득점 찬스를 이어가지 못하고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돼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가 만약 6회 말까지 완료된 뒤 우천으로 중단됐다면 강우콜드게임으로 경기가 성립돼 승부가 결정된다. 삼성으로선 호투하던 원태인을 다음 날 투입하기 어려워 아쉽게 됐다.

삼성 김헌곤의 6회 초 홈런 그래픽./KIA(Sports2i)

역투하던 네일은 김헌곤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뒤 디아즈에게 볼넷을 내주며 급격하게 무너져 마운드를 장현식에게 넘겨줬다. 네일은 5이닝 동안 21명의 타자를 상대로 탈삼진 6개, 피안타 4개로 호투했으나 김헌곤에게 홈런을 내주며 1실점한 뒤 강판됐다.

연고지인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을 빗대 ‘달빛 시리즈’로도 불리는 이번 대결은 1993년 KIA 전신인 해태와 삼성이 만난 한국시리즈 이후 31년 만이다. 당시 해태가 4승 1무 2패로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KIA와 삼성은 그동안 한국시리즈에서 3차례(1986, 1987, 1993년) 만나 모두 KIA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금까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한 팀이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사례는 총 40번 가운데 29번에 달해 72.5%의 우승 확률을 기록하고 있다.

네일과 삼성 선발 원태인은 5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갔다. KIA의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과 1차전 선발을 놓고 고민을 하다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네일을 결정했다. 플레이오프를 거친 삼성 박진만 감독은 로테이션 순서 대로 원태인을 선발로 내세웠다.

21일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4회말 2사 1, 2루 삼성 선발 원태인이 KIA 최원준을 직접 1루에서 포스아웃 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KIA 네일은 올 시즌 26경기에서 149⅓이닝을 던지며 12승5패 평균자책점 2.53 탈삼진 138개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8월 24일 창원 NC전에서 6회 맷 데이비슨의 강습 타구에 얼굴을 맞고 턱관절 골절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으나 재활을 거쳐 53일 만에 등판하는 집념을 보였다.

원태인은 올 시즌 28경기에서 159⅔이닝을 소화하며 15승6패 평균자책점 3.66 탈삼진 119개로 활약했다. 곽빈(두산)과 함께 공동 다승왕에 올랐고, 규정이닝을 소화한 국내 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으로 이 부문 전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5일 대구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등판, 6⅔이닝 7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호투로 포스트시즌 데뷔 첫 선발 경기에서 승리 따냈다. 당시 104개의 공을 던진 뒤 5일 쉬고 KS 1차전에 선발 출격한다.

21일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5회초 2사 1루 KIA 선발 네일이 무실점 삼성 김지찬을 내야 땅볼로 잡아 이닝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광주=뉴시스

KIA는 11번 한국시리즈에 올라 단 한 번도 우승을 놓친 적이 없다. 이범호 감독은 2017년 KIA 마지막 통합 우승 멤버. 7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왔다. KIA는 올 정규 시즌 맞대결에서도 12승 4패로 삼성을 압도했다. 정규 시즌 팀 타율(0.301)과 팀 평균자책점(4.40) 모두 리그 1위다.

삼성은 역시 홈런으로 기선을 잡았다. 정규 시즌 팀 타율은 0.269로 9위지만 팀 홈런(185개) 1위인 삼성은 6회 김헌곤의 홈런포로 기선을 제압했다. 2회 말 김선빈의 홈런성 타구가 담장 상단을 때리고 그라운드에 떨어져 3루타에 그친 KIA와 대조를 보였다. 최근 한국시리즈 기록을 보면 홈런을 많이 친 팀이 우승했다. 작년엔 우승 팀 LG가 8개, KT 1개. 그 전해는 우승 팀 SSG 7개, 키움 3개. 2021년에도 KT가 5개로 1개에 그친 두산을 제쳤다.

이날 경기에 앞서 KBO는이 경기 시작 4시간여 전인 오후 2시 40분께 1만9천300석이 모두 팔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 가을야구는 12경기 모두 표가 매진되며 누적 관중 26만7천850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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