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전 패착'류현진, '부진 탈출' 쉼표가 필요하다
입력: 2021.09.01 11:48 / 수정: 2021.09.01 16:33
토론토 선발 류현진이 1일 2021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홈경기에서 6회 2사까지 노히트 게임을 이어가다 집중 3안타를 내주며 시즌 8패를 기록했다./토론토=AP.뉴시스
토론토 선발 류현진이 1일 2021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홈경기에서 6회 2사까지 노히트 게임을 이어가다 집중 3안타를 내주며 시즌 8패를 기록했다./토론토=AP.뉴시스

1일 볼티모어전 5.2이닝 6탈삼진 3실점...시즌 첫 2연패로 8패 기록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상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급하면 서둘러야하는데 왜 돌아가라고 하는 걸까. 영어에도 ‘천천히 서둘러라’(Make haste slowly)라는 속담이 있는데, 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놓치는 게 많기 때문이다. 서둘러 상황을 빨리 타개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이지만 본능을 따르다 보면 마음이 급해 실수가 잦아 전체적으로 오히려 늦는 경우가 허다하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또 잘 던지다 고비를 넘기지 못 하고 13승 달성에 실패했다. 1일 오전(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 선발로 나선 류현진은 5⅔이닝 3피안타 6탈삼진 3실점으로 올 시즌 26번째 경기를 시즌 8패로 마감했다.

류현진의 이날 경기는 1-0으로 앞서던 6회 초 2사까지 노히트 무실점 상태에서 집중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넘겨줘 더 아쉬움을 남겼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실점 이하)에 승리투수 요건까지 갖출 수 있었는데 결국 집중 3안타를 맞으며 3점을 내주고 패전 투수 위기에 몰리게 됐다.

볼티모어 산탄데르가 6회 2사 후 우리아스의 2루타로 2-1 역전 점수를 올리고 있다./토론토=AP.뉴시스
볼티모어 산탄데르가 6회 2사 후 우리아스의 2루타로 2-1 역전 점수를 올리고 있다./토론토=AP.뉴시스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한 류현진이 최근 왜 이렇게 집중타를 맞으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마운드에 오르면 좀처럼 볼넷과 도루를 허용하지 않아 '몬스터'란 별명을 얻었지만 요즘 투구내용을 보면 류현진스럽지 않은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12승 후 처음 13승에 도전한 지난 2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도 3⅔이닝 7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보여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당시 류현진은 1-0으로 앞서던 2회 홈런을 허용하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뒤 3회 2사 후 2개의 홈런을 더 내주며 패배를 자초했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허용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었다. 올 시즌 7점을 내준 경기 역시 지난달 9일 보스턴 레드삭스와 경기에서 3.2이닝 7실점 이후 두 번째로 8월 한 달 동안 두 번이나 기록했다. '이상 신호'가 켜진 셈이다.

더구나 1일 상대한 볼티모어는 올 시즌 MLB 최약체로 꼽히는 데다 원정 9연패의 수렁에 빠진 팀이어서 더 투구 내용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상대 타자들이 강해서 생긴 문제라기보다는 류현진 자신의 투구 문제가 더 컸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볼티모어전에서 평소에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1회 첫타자 세드릭 멀린스에게 볼넷을 내주고 도루까지 허용한 뒤 4번 타자 앤서니 산탄데르에게도 또 다시 볼넷을 내줬다. 다행히 2사 1,3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기는 했지만 무려 28개의 공을 던지며 1회에만 2개의 볼넷과 폭투를 기록,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2회까지 45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3회부터 맞춰 잡는 피칭으로 투구수 관리에 나서 5회까지는 순항했다. 부상에서 벗어나 엔트리에 복귀한 포수 대니 잰슨의 3회 솔로 홈런으로 1-0으로 점수까지 앞서나가 13승 달성에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6회 2사 후 마운트캐슬에게 첫 안타를 허용한 뒤 급격하게 무너졌다.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던진 커터가 스트라이크 존으로 잘 들어갔지만 마운트캐슬이 우익선상 2루타로 만들어 볼티모어의 첫 안타를 기록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마운트캐슬에게 내준 안타는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이후 3번 타자 오스틴 헤이스에게 중전 적시타를 내준 것은 뼈아팠다. 헤이스는 비록 앞선 두 차례의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는 못했지만 잘 맞은 타구를 날려 경계해야할 타자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은 뒤 급하게 승부하다 2구를 중전 적시타로 내줘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헤이스의 타구는 총알처럼 류현진을 스쳐 2루수를 뚫고 중전 안타로 이어졌다. 볼 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에서 타자의 심리를 빼앗지 못 하고 내준 적시타라 보는 이의 탄식을 자아냈다.

흔들린 류현진은 다음 타자 산탄데르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킨 데 이어 우리아스에게 3루수 키를 넘어 좌측 담장까지 굴러가는 2루타를 허용하며 2점을 더 내줬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1-3으로 승부가 뒤집히자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토론토는 결국 메이저리그 최약체 볼티모어에 2-4로 패하며 류현진은 시즌 2연패 수모를 당하며 8패(12승)를 안았다. 평균자책점은 3.88에서 3.92로 올랐다. 지난 4경기에서 20.2이닝 평균자책점 7.84로 매우 부진한 투구 내용을 보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팀의 기둥 역할을 해야될 판에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4일 휴식 후 등판 일정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팀 에이스로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태야한다는 책임감이 더 류현진의 투구를 짓누르는 모양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지금은 '곰의 탈을 쓴 여우' 같은 지혜와 여유가 필요해 보인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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