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공룡' 양의지 활약에 착잡한 '곰', 절정 치닫는 KS드라마
입력: 2020.11.24 08:46 / 수정: 2020.11.24 08:46
공룡으로 변신한 양의지가 23일 열린 2020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6회 말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홈런을 친 뒤 홈베이스를 밟으며 기뻐하고 있다./이선화 기자
'공룡'으로 변신한 양의지가 23일 열린 '2020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6회 말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홈런을 친 뒤 홈베이스를 밟으며 기뻐하고 있다./이선화 기자

NC 포수 양의지, '친정' 두산과 2020한국시리즈 맹활약...3승2패 견인

[더팩트 | 박순규 기자] 2020한국시리즈(KS) 6차전에선 두산이 '공룡'으로 변신한 과거 동료 양의지(33)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수많은 사연과 복선을 안고 막을 연 2020한국시리즈 드라마는 이제 적게는 한 게임, 많게는 두 게임만을 남겨두고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의 부진도 있고 두산 김민규, NC 송명기 구창모와 같은 신진 투수들의 호투도 있었지만 한쪽에서는 우려했고, 한쪽에서는 기대했던 양의지의 활약은 2020 한국시리즈의 최고 이야기로 꼽을 만하다.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5차전에서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는 친정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5-0 승리를 거두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1차전을 잡고도 내리 패하며 1승 2패로 몰린 팀을 추슬러 4차전에서 결승타를 친 양의지는 5차전에서도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날려 창단 첫 통합 우승에 1승만을 남겼다.

이날 양의지는 4번 타자 겸 포수로 나서 1-0으로 앞선 6회 말 두산 선발 플렉센을 상대로 쐐기 투런포를 날리는 등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4회 말 2사 1루에서 좌전 안타로 호투하던 플렉센을 흔든 양의지는 6회 말 1사 1루에서 플렉센의 5구째 커브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친정팀 두산 1루수 오재인과 대화하는 양의지(오른쪽)./배정한 기자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친정팀 두산 1루수 오재인과 대화하는 양의지(오른쪽)./배정한 기자

양의지의 한국시리즈 첫 홈런이자 친정팀 두산 벤치에 비수를 꽂는 야멸찬 타격이었다. 양의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무슨 영감을 느꼈는지 양의지와 플렉센의 대결을 보며 "(두산은 양의지의) 큰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바로 그 다음에 홈런이 터졌다.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4호 홈런을 날린 양의지가 한국시리즈에서 홈런을 친 것은 두산 우승의 선봉장이었던 2016년 4차전 이후 약 4년 만이었다. 2018년까지 두산에서 뛴 양의지는 2016년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는 등 팀의 핵심 선수였다.

두산 팬들로선 착잡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가 두 경기 연속 침묵의 늪에 빠진 상황이라 더 양의지의 호쾌한 타격은 울림이 컸다. 양의지는 바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두산 주전 포수로 뛰며 '최강 두산'을 구축한 주역이라 미워할 수도 없는 상대였다. 두산 팬들로선 딸을 시집보낸 부모의 마음으로 양의지의 활약을 바라면서도 우승은 두산이 차지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대부분 갖고 있으나 양의지의 활약은 기대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NC의 창단 첫 우승에 1승만을 남겨놓은 '우승 청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NC의 안방을 책임지며 공수에서 모두 맹활약 하고 있는 양의지의 호쾌한 타격 장면./배정한 기자
NC의 안방을 책임지며 공수에서 모두 맹활약 하고 있는 양의지의 호쾌한 타격 장면./배정한 기자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양의지에 대해 "저 놈이 어떤 놈인데..."라며 전혀 옛정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계한 말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양의지는 두산에서 2018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돼 NC와 4년 총액 125억 원(계약금 60억 원, 연봉 65억 원)에 계약하고 둥지를 옮겼다.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4연패로 맥없이 당한 NC는 창단 첫 우승 목표 달성을 위해 2017년 이대호가 롯데와 계약할 때 기록한 FA 최고 금액인 15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125억 원을 베팅하며 취약점으로 꼽힌 대형 포수 영입에 성공했다. NC의 투자는 이번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4차전부터 빛을 발했다

양의지는 1승2패로 몰린 4차전에서 20살 어린 선발 송명기를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리드하며 무실점 호투를 이끌어 3-0 승리를 견인했다.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1차전을 이기고도 2,3차전을 내주자 4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소집해 정신력을 다지는 중심 역할도 했다. 4차전에서는 스스로 결승타까지 쳤다. 이같은 분위기는 5차전까지 이어졌다.

두산 선발 플렉센과 팽팽한 투수전을 펼친 NC 좌완 구창모는 원점에서 승부의 추를 기울게 하는 5차전 7이닝 무실점 쾌투로 영광의 승리투수가 됐다. 불펜진도 줄줄이 무실점 투구로 두산 타자들을 잠재웠다. 양의지는 이번 시리즈에서 4번타자 포수로 나서 18타수 7안타(1홈런) 3타점 3득점 타율 0.389로 맹활약하며 두산을 한국시리즈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양의지는 5차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내일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전력으로 다 쏟아부어야 한다"고 6차전 각오를 밝혔다. 과연 6차전에 NC는 창단 첫 통합우승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두 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친 두산이 반격의 실마리를 풀며 시리즈를 7차전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2020 한국시리즈 드라마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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