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화수분 야구' 두산의 '2020 버전' 김민규
입력: 2020.11.19 08:59 / 수정: 2020.11.19 08:59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18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가운데 9회 말 두산 투수 김민규가 역투를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18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가운데 9회 말 두산 투수 김민규가 역투를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18일 NC와 한국시리즈 2차전 9회 말 1점차 리드 지키고 첫 세이브...5-4 승리의 주역 '각광'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영웅은 난세에 나타난다고 했다. 평온한 시기에는 변화가 적어 새로운 인물이 두각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지만 기존의 판이 흔들리면 새 얼굴이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수분 야구'로 일컬어지는 두산 야구에 새로운 '영웅'이 등장했다. 두산 화수분 야구의 2020버전으로 불릴 만한 주인공은 바로 22살의 '불펜 투수' 김민규다.

두산 3년차 투수 김민규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5-4로 쫓기던 9회 말 절체절명의 위기를 자력으로 해소하며 1점차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1차전을 3-5로 허무하게 내준 두산이 2차전 9회 초까지 5-1로 앞서나가다가 9회 말 '소방수' 이영하의 갑작스러운 난조로 3실점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주전 선수들의 빛에 가려있던 김민규가 나타나 이를 해결, '화수분' 두산 야구의 새로운 기수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

김민규는 위기의 순간 두산 김태형 감독이 고심 끝에 꺼내든 카드였으나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벤치의 결정에 보답했다. 선수단도 환호했고, 팬들도 기뻐했다. 김민규는 KT 위즈를 상대로한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선발 유희관이 1회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고 ⅓이닝 만에 강판된 후 등판해 4⅔이닝 무실점으로 2-0 승리를 이끌었지만 무게가 다른 한국시리즈 2차전 9회 말 위기 해소 가능성은 사실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의 선택은 김민규였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영하의 다음 투수로 홍건희와 김민규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나마 김민규의 제구력이 더 믿음이 갔다. 그래서 선택했는데 잘 막아줬다. 요즘 좋아졌다고 해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너무 잘 막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의 아낌없는 칭찬이 나올 만큼 당시 김민규의 등판 상황은 위태로웠다. 불펜에서 올라온 김민규의 첫 상대 타자는 바로 NC의 리드오프 박민우였다. 박민우는 올해 정규리그 타율 4위(0.345)를 기록한 강타자며 교타자다. 530타석에서 삼진을 48개 밖에 당하지 않을 정도로 타석에서 안정감을 보여 김민규의 투구 내용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김민규는 제구력을 잃은 베테랑 이영하와 달리 두둑한 배짱과 정교한 제구력으로 박민우를 요리했다. 직구 3개로 1볼-2스트라이크를 잡고 시속 128km짜리 포크볼을 던져 박민우를 솎아냈다. 절묘하게 떨어지는 포크볼에 박민우는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방망이를 헛돌렸다. 한국시리즈 2차전의 하이라이트로 기록될 만한 장면을 김민규는 스스로 만들어내며 '화수분 야구'의 기수로 명함을 내밀었다.

김민규는 두산 화수분 야구의 요람으로 불리는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기량을 가다듬은 불펜 투수였다. 2018년도 2차 3라운드 30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민규는 2군에서 주로 뛰며 1군 무대를 준비하다 올 시즌 후반부터 불펜으로 29경기에 나와 1승 2패 평균자책점 4.89를 기록했다. 김민규가 조명을 받은 것은 지난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선발 유희관이 무너진 마운드의 공백을 기대 이상으로 메우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활약으로 두산의 운명을 결정지을 위기 상황에서 선택을 받았다.

김민규는 경기 후 "무조건 막자는 마음 뿐이었다. 긴장이 됐지만 초구를 던지는 순간부터 긴장이 풀렸다. 그때부터 집중해서 타자와 싸우려고 노력했다. 제구가 왔다갔다 해서 진짜 집중해서 던졌는데 잘 들어갔다"고 말했다. 김민규는 다음 타자 이명기를 1루 앞 땅볼로 처리하고 아슬아슬한 5-4 승리를 지켰다. 한국시리즈 첫 세이브였다. 플레이오프에서 첫 승을 기록한 데 이어 첫 세이브를 수확한 김민규는 이날 '농심 오늘의 깡'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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