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6년 연속 KS 진출' 두산, 위기에 더 강했다
입력: 2020.11.14 08:45 / 수정: 2020.11.14 09:00
2020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가운데 4회 말 두산 최주환(왼쪽)이 투런 홈런을 친 후 박세혁과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고척=이선화 기자
'2020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가운데 4회 말 두산 최주환(왼쪽)이 투런 홈런을 친 후 박세혁과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고척=이선화 기자

13일 2020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kt에 2-0 승리, 3승1패로 KS 진출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위기 앞에 무너지는 팀도 있고, 더 강해지는 팀도 있다. 가을만 되면 다이아몬드를 지배하는 '미라클' 두산은 구단 안팎으로 닥친 위기 속에서 더 강해진 모습으로 가을 야구 대기록을 세워 의미를 더하고 있다.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그룹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 하는 열악한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에 집중한 두산이 '막내 구단' kt의 추격을 가볍게 따돌리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것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하는 스포츠계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4차전에서 1회 초 환상적인 중계플레이로 선제 실점의 위기를 넘긴 후 조기에 구원 등판한 김민규의 깜짝 호투와 플렉센의 마무리, 최주환의 투런포에 힘입어 kt 위즈를 2-0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2020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가운데 두산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고척=이선화 기자
'2020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가운데 두산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고척=이선화 기자

지난 2015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두산은 SK 와이번스(2007년~2012년), 삼성 라이온스(2010년~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최다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등정에 마침내 깃발을 꽂은 것이다. 무엇보다 두산의 대기록 수립이 빛나는 것은 위기 속에서 더 강해졌다는 점이다.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3위에 올라섰지만 포스트시즌에 돌입하자마자 고기가 물을 만난 듯 상대를 압박하며 연승가도를 달렸다. 여기에는 두산에서만 지휘봉을 잡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과 잘 다듬어진 선수들의 경기력, 그리고 풍부한 가을 야구 경험이 상대적 강점으로 작용했다.

두산의 강한 모습은 PO 4차전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특히 1회 초 두산의 수비에선 kt의 덜 여문 플레이와 대조를 보이며 '왜 두산이 강한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PO 4차전은 시리즈를 끝내려는 두산과 5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가 '역스윕'을 만들려는 kt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막을 올렸다. kt는 두산 선발 유희관을 상대로 조용호 황재균이 연속 안타를 치며 무사 1,2루의 선제 득점 찬스를 잡았다. 3번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는 우중간 펜스를 때리는 홈런성 타구를 날렸다. 그런데도 kt는 1회 초 득점에 실패했고, 위기를 넘긴 두산은 결국 2-0 승리를 거머쥐었다.

2020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가운데 두산 투수 플렉센과 포수 박세혁이 승리의 포옹을 나누고 있다./고척=이선화 기자
'2020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가운데 두산 투수 플렉센과 포수 박세혁이 승리의 포옹을 나누고 있다./고척=이선화 기자

원인을 살펴보면 kt의 엉성한 주루플레이와 두산의 환상적 중계플레이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2루주자 조용호는 멜 로하스 주니어의 타구가 잡히는 줄 알고 태그업 플레이를 준비하며 스타트를 늦게 끊다가 뒤늦게 출발하면서 홈에서 아웃당하는 참사를 빚었다. 반대로 두산 수비진은 두 차례의 중계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해내며 절대 위기를 넘겼다. 중견수 정수빈은 타구를 원바운드로 처리하며 곧바로 중계플레이 위치에 들어간 2루수 최주환에게 건넸고, 최주환은 포수 박세혁에게 정확하게 레이저 송구하며 조용호를 잡아냈다. 프로야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에서 두산과 kt의 운명이 비틀렸다.

올 가을 야구에서 처음 선발 출전한 5번 타자 2루수 최주환은 1회 깔끔한 중계플레이로 벤치의 기대에 보답한 데 그치지 않았다. 4회 말 kt 구원투수 소형준을 상대로 3볼-1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시속 143㎞ 직구를 놓치지 않고 공략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결승 투런 홈런을 터뜨려 두산 야구의 저력을 보여줬다.

2020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가운데 KT 조용호가 두산 포수 박세혁에게 태그아웃 되고 있다. 이날 경기의 승부는 사실상 이 장면에서 갈리기 시작했다./고척=이선화 기자
'2020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가운데 KT 조용호가 두산 포수 박세혁에게 태그아웃 되고 있다. 이날 경기의 승부는 사실상 이 장면에서 갈리기 시작했다./고척=이선화 기자

두산은 올 시즌 유난히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코로나19로 재정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입장수입 120억원이 날아갔다. 광고 수입도 줄었다. 당장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모기업 지원도 어려워 구단은 이천의 베어스파크를 담보로 제공하고 '세일 앤드 리스백' 형태로 캠코에서 운영 자금 290억 정도를 빌려 위기 상황을 넘기고 있다.

두산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 더 의미가 있는 것은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선수단의 정신력과 '최강 두산'에 대한 헌신이 있기 때문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3조원을 확보한다는 자구책을 내놓은 모기업 두산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내놓고, 그룹의 상징인 두산타워까지 팔면서도 두산 베어스를 끝까지 붙들고 있는 이유 역시 위기에 강한 뚝심의 두산그룹 정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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