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프로야구 PO 3차전 8회 초 2아웃 후 5실점, kt에 2-5 패배 '처방 관심'[더팩트 | 박순규 기자] 불행은 홀로오지 않는다는 화불단행(禍不單行)이 8회 초 두산 수비에서 일어났다. 투아웃 이후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되는 상황에서 두산 야구의 강점으로 꼽히던 탄탄한 수비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며 무려 5실점, 패배의 빌미가 됐다. 여유있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던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이제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됐고, 플레이오프(PO) 4차전은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과연 두산 김태형 감독은 어떤 카드를 꺼내들게 될까.
두산은 12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플레이오프' kt 위즈와 3차전에서 2-5로 패하며 2승1패를 기록했다.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승을 거두고 PO에 오른 두산은 1차전 3-2, 2차전 4-1 승리로 파죽의 4연승을 거뒀으나 3차전을 허망하게 내주면서 13일 4차전을 치르게 됐다.

문제는 5전3승제의 PO시리즈 3차전 패배 내용이 우려를 자아낼 만큼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타석에서는 무기력했고, 수비에서는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했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꾸준한 경기력을 이어가기는 어렵지만 이날 경기는 공수에서 기대했던 두산의 평균 전력에 한참 미치지 못해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타자들은 kt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에게 8이닝 동안 3개의 안타만 쳐내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가을 야구에서 창단 후 첫승을 거둔 '막내구단' kt 타선은 달랐다. 2015년 1군 무대에 뛰어든 kt 타자들 역시 두산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에게 막혀 7회까지 득점에 실패했으나 8회 초 2사 후 두산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대거 5점을 올리는 집중력을 보였다. 2연승으로 여유를 보인 두산 선수들은 실수를 연발했고, 벼랑 끝에 선 kt 선수들은 희망의 동아줄을 끝까지 붙들고 늘어졌다. 집중력의 차이였다.
희비가 엇갈인 8회 초 상황을 되돌아보자. 선발 알칸타라는 두 명의 타자를 잡고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늘리면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황재균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면서 두산의 악몽이 시작됐다. 사실 투아웃 이후 황재균 타석 때가 투구수 100개에 다다른 알칸타라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으나 '단기전 승부사' 김태형 감독은 어쩐 일인지 움직이지 않았다.

kt는 멜 로하스 주니어의 중전 안타로 2사 1,3루를 만든 뒤 팀 내 최고참 유한준의 1타점 중전 적시타로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유한준은 알칸타라의 2구째 시속 151㎞ 직구를 받아쳐 PO 3경기에서 처음 리드를 잡는 타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타구는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호수비를 펼쳤다면 잡을 수도 있는 타구여서 아쉬움을 남겼다. 김재호는 빠른 땅볼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공은 김재호의 글러브가 아닌 몸에 맞고 굴절되며 외야로 빠져나갔다.
두산의 '악몽'은 계속됐다. 1점은 남은 2이닝에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점수였지만 계속된 실책으로 점수 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말았다. 두산 벤치는 투구 수가 105개에 달한 알칸타라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PO 2차전에서 2⅓이닝을 퍼펙트로 막은 홍건희를 투입했지만 이번에는 듬직한 플레이를 보여주던 포수 박세혁이 어이없는 포일로 추가점을 내줬다. 박세혁은 2사 1, 3루에서 등판한 홍건희의 초구를 뒤로 빠뜨리면서 3루 주자 로하스에게 홈을 내줬다.
설상가상으로 두산 중견수 정수빈은 2사 만루에서 배정대의 빗맞은 타구를 잡지 못해 2점을 더 내줬다. 빗맞은 타구고 공교롭게도 유격수와 중견수 사이 위치에 뚝 떨어지긴 했으나 정수빈의 전력 질주와 타구 판단이 빨랐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김재호와 정수빈의 수비는 에러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탄탄한 두산 수비력을 고려할 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플레이였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경기 뒤 평소와 달리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오재원과 김재환의 홈런이 뒤늦게 터지긴 했지만 "좌타자들이 대처가 안 됐다. 공격 쪽에서 힘 한번 못 쓰고 져서 아쉽다"면서 PO 4차전에서의 타순 변화를 예고했다. 타순 변화를 통해 선수들의 느슨한 정신을 일깨우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두산 야구의 저력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PO4차전은 13일 오후 6시30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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