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박동원·조상우·엄태용' 성범죄로 얼룩진 프로야구, 처벌 강화는?
입력: 2018.07.26 00:00 / 수정: 2018.07.26 00:00

박동원·조상우·엄태용(왼쪽부터)의 성범죄 의혹이 프로야구 팬들의 실망감을 키우고 있다. /더팩트DB, 뉴시스(맨 마지막)
박동원·조상우·엄태용(왼쪽부터)의 성범죄 의혹이 프로야구 팬들의 실망감을 키우고 있다. /더팩트DB, 뉴시스(맨 마지막)

KBO 성범죄 선수 제재 규정 취약, 강화 필요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37년 간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고 있다. 그것도 살인, 강도, 방화와 함께 4대 강력범죄 중 하나인 성범죄로 말이다. 1982년 출범한 대한민국 최고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를 두고 하는 말이다. 프로야구는 연관중 1000만 명 시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프로야구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선수들의 행태는 외형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극소수 일부의 이야기지만 이들의 만행이 프로야구 전체를 위기로 내모는 불씨가 되고 있다.

5월 23일 인천 남동경찰서는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포수 박동원과 투수 조상우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동원과 조상우는 5월 22일 SK와이번스와 인천 원정 경기를 마친 뒤 지인 B씨의 소개로 A씨와 만났다. 네 사람은 1차로 식당에서 밥과 술을 마신 뒤 2차로 노래방에서 또 술을 마셨다. 만취한 이들은 자리를 넥센 구단의 원정 숙소로 옮겨 3차를 가졌다. 경찰이 확보한 A 씨의 진술을 보면 "술에 취해 같이 술을 마시던 방을 나가 다른 방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조상우와 박동원이 번갈아가며 들어와 성폭행을 했다"였다. A 씨에게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B씨는 5월23일 오전 5시21분 "친구가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강간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6월 29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경찰은 "다양한 물적 증거와 풍부한 진술 증거가 확보됐지만, 검찰은 상반된 증거들이 혼재돼 있고 양측 주장이 크게 엇갈려 구속해 수사할 정도의 심증 형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CCTV 영상, 피해자 휴대전화,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 등이 모두 확보돼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지 않고, 직업이나 주거가 일정해 도주 우려도 낮은 것으로 봐 불구속으로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팬들과 소속 구단 그리고 한국 야구 전체에 '성폭행'이라는 주홍글씨를 남겼다.

5월 인천 원정 경기 후 구단이 머물던 숙소에서 만취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동원(왼쪽)과 조상우가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더팩트DB
5월 인천 원정 경기 후 구단이 머물던 숙소에서 만취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동원(왼쪽)과 조상우가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더팩트DB

'박동원·조상우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성폭행 의혹이 불거졌다. 이번엔 사안이 더 무겁다. 피해자가 10대 미성년자다. 25일 엠플스뉴스와 충청 지역지 금강일보는 전 한화 이글스 소속 포수 엄태용이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6일 구속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다툼 중 여자친구를 폭행해 물의를 빚었던 엄태용은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으로 또다시 입길에 올랐다. 한화는 6월 22일 여자친구 폭행에 이은 '또 다른 불미스러운 일'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엄태용에 대해 임의탈퇴를 공시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6월 25일자로 엄태용을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했다.

결국 '또 다른 불미스러운 일'은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이었던 셈이다. 엄태용 사태는 앞선 '박동원·조상우'의 사례보다 더 심각하다. 단적으로 '박동원·조상우'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불구속 기소된 반면 엄태용은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엄태용의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을 사정 당국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만취 여성을 성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동원·조상우', 여자친구 폭행 상해에 이은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의 엄태용. 여기에 잊을만 하면 터지는 선수들의 음주와 도박, 승부조작 등 볼썽사나운 사태를 바라보는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프로야구 전반에 걸쳐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소속 포수 엄태용이 10대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충격을 주고 있다. /더팩트DB
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소속 포수 엄태용이 10대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충격을 주고 있다. /더팩트DB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6월21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4대 프로스포츠(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협회의 성폭력 관련 신고센터와 처벌 규정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이들 4대 프로스포츠협회 신고센터에 접수된 성폭력 신고 및 제보는 프로축구 1건, 프로야구 1건으로 단 2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언론에 보도된 4대 프로스포츠 관련 성범죄 보도와 비교하기도 힘들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처벌 규정과 기준이다. 특히 프로야구는 해당 규정이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성폭력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돼 있다는 의심이 든다. KBO 규약 제14장 제151조 3항은 '기타 인종차별, 가정폭력, 성폭력 등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총재가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폭력을 저질러도 '사회적 물의'만 되지 않으면 징계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제재도 아리송하다. 성폭력을 저질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라도 KBO가 내릴 수 있는 제재는 '실격처분, 직무 정지, 참가활동 정지, 출장 정지, 제재금 부과 또는 경고 처분' 등이다. 기준 없이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다. 사실상 KBO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셈이다.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성범죄에 가장 둔감한 프로스포츠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KBO와 구단의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우선 시대적 흐름에 맞게 규약부터 개정해야 한다. 선수들 역시 성범죄가 자신 뿐만 아니라 팬들과 구단 그리고 한국 야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성범죄 없는 깨끗한 프로야구가 절실할 때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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