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볼파크] 월드시리즈, '밤비노의 저주'에서 '백악관의 저주'까지
입력: 2017.10.28 04:00 / 수정: 2017.10.29 09:20
베이브 루스 / 게티이미지코리아
베이브 루스 / 게티이미지코리아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2004년 10월 28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가 86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보스턴은 이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시리즈 전적 4전 전승으로 물리쳤다. 이 우승이 특별했던 것은 그 유명한 '밤비노의 저주'가 풀리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보스턴 팬들은 1918년 이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를 제패하지 못한 것이 베이브 루스를 1920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한 탓이라고 믿었다. 밤비노는 루스의 애칭이었다.

이듬해인 2005년 10월 27일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4연승을 거두고 88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이 때 풀린 것은 '블랙삭스의 저주'였다. 화이트삭스는 1919년 신시내티 레즈와 월드시리즈에서 도박사들과 짜고 고의로 패배, 선수 8명이 영구제명됐다. '블랙삭스 스캔들'로 불리는 이 사건 이후 화이트삭스는 무관의 징크스에 시달렸다. 2005년 우승은 1906년,1917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였다.

2016년 11월 3일에는 '염소의 저주'가 깨졌다. 시카고 컵스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8-7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우승했다. 1945년 컵스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맞붙었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시카고의 한 술집 주인인 윌리엄 '빌리 고트' 지아니스는 티켓 두 장을 샀다. 숫염소 '머피'에게 경기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염소를 구장에 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거부당했다. 지아니스는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저주를 퍼붓고 떠났다. 사람들은 그의 저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다음 네 시즌에서 컵스가 고전하자 구단주가 지아니스에게 저주를 풀어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지아니스는 1969년 컵스의 부탁을 받아들였지만 저주는 풀리지 않았다. 1908년 이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하도록 한 저주는 108년 만에야 깨졌다.

저주들이 하나씩 풀리면서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팀은 클리블랜드다. 1948년 정상에 오른 이후 한 번도 우승해보지 못했다. 클리블랜드의 '저주'는 보스턴과 비슷하다. 보스턴에 루스가 있었다면 클리블랜드에는 로키 콜라비토가 있었다. 1960년 시즌 개막 직전 클리블랜드는 슬러거로 홈팬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콜라비토를 디트로이트의 하비 쿤과 바꿨다. 바로 전 시즌 한경기 4홈런의 대기록을 세웠던 콜라비토를 내준 것은 최악의 트레이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콜라비토의 저주'다.

농담에 가깝지만 '와후 추장의 저주'라는 것도 있다. 와후는 팀 로고에 있는 마스코트의 이름이다. 팀의 별명이기도 하다. 그런 와후 추장이 클리블랜드 선수들의 모자에 새겨져 있는 자신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저주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에는 와후 추장의 로고를 잘 쓰지 않고 있다. 2016년 월드시리즈는 '저주받은 팀들의 대결'이었는데 컵스는 저주에서 풀려났고 클리블랜드의 저주는 계속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게티이미지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게티이미지코리아

올해 월드시리즈는 LA 다저스와 휴스턴의 대결이다. 다저스는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보스턴이나 시카고에 비할 바는 못된다. 휴스턴은 아직까지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지만 1962년 창단한 '확장 팀'이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 최근 화제가 된 것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휴스턴에 패해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뉴욕 양키스였다.

27번이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양키스의 마지막 우승은 2009년이었다. 그런데도 '저주'가 있다. 공화당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을 때는 월드시리즈를 제패하지 못한 것이 59년이나 됐기 때문이다. 1958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양키스 우승 때의 마지막 공화당 대통령이었다. '저주'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양키스의 전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1972년 리처드 닉슨의 재선 캠페인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1974년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를테면 '백악관의 저주'다.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라 '저주'라는 미신으로 설명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승에 목마른 팀의 팬들은 자신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 일종의 신앙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분석은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언젠가는 자신의 팀이 우승할 것이고, 고난 끝에 얻은 결실이기에 더욱 달콤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자면 현재의 고통은 언젠가 풀릴 '저주' 때문이어야 한다.

다저스나 휴스턴이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패하고, 우승하지 못하는 기간이 지속된다면 또 어떤 '저주'가 생겨날지 모를 일이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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