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막강 다저스 불펜은 왜 무너졌나?
입력: 2017.10.26 15:00 / 수정: 2017.10.26 15:13
다저스 구원투수 켄리 얀선이 10월 17일(한국시간) 열린 시카고 컵스와 내셔널리그챔피언십 2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저스 구원투수 켄리 얀선이 10월 17일(한국시간) 열린 시카고 컵스와 내셔널리그챔피언십 2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더팩트 | 최정식기자] LA 다저스가 26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7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휴스턴에게 6-7로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충격'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은 사상 최강의 위용을 자랑했던 불펜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6회말 2사후 코리 시거의 2점 홈런이 터지며 3-1로 앞섰을 때만 해도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전날 저스틴 터너가 2점 홈런을 날렸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1차전에서는 다저스가 8회부터 불펜을 가동하며 3-1 스코어를 끝까지 지켰다.

그러나 2차전은 달랐다. 8회초 무사 2루에서 구원등판한 마무리 켄리 얀선이 1사후 중전 안타를 맞으며 브랜든 모로우가 남겨놓은 주자에게 홈을 허용했다. 다저스 불펜의 연속 무실점 행진이 32.1이닝에서 끝났다. 얀선은 9회 첫 타자 마윈 곤살레스에게 홈런을 맞으며 동점을 내줘,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후 다저스 마운드는 연장 10회초 호세 알투베와 카를로스 코레아에게 백투백 홈런을, 11회초에는 조지 스프링어에게 결승 2점포를 허용했다. 불펜이 4개의 피홈런으로 월드시리즈 사상 최다의 불명예를 안으며 완전 붕괴했다.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데는 선발진의 안정감 있는 피칭이 큰 역할을 했다. 선발투수가 경기 중반까지 실점을 최소화하면 타선이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다.시카고 컵스와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알렉스 우드가 유일한 패전을 기록했는데 그것도 4.2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최악은 아니었다. 그 외에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비롯해 리치 힐과 다르빗슈 유의 호투가 이어졌다. 월드시리즈 2차전도 선발 힐이 4이닝 만에 마에다 겐타로 교체됐지만 7개의 삼진을 잡으며 1실점으로 막았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올시즌 선발투수들의 투구수를 철저하게 관리했다. 선발투수가 100구 이상을 던진 것은 20경기로 메이저리그 최소였다. 아메리칸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우 선발투수가 100구 이상 던진 경기가 98차례나 됐다. 투구수 관리로 선발투수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로버츠 감독의 전략은 정규시즌에 그치지 않았다. 아직까지 포스트시즌에서 100구 이상을 던진 투수가 없다. 선발투수가 피로가 쌓이는 일 없이 포스트시즌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다.

선발진과 불펜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좋은 선발진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닝과 투구수를 제한하는 이례적인 다저스의 전략은 불펜 소모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불펜 활용을 중시하는 로버츠 감독으로서는 건강한 선발투수진과 함께 강력한 불펜의 유지도 필수 과제였다. 마에다와 브랜던 매카시 등 선발요원을 포스트시즌에서 구원투수로 기용한 것은 이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큰 경기에서 불펜의 중용은 상대 타자들로 하여금 갈수록 강한 투수를 상대하도록 해 추가 실점을 막는데 효과적이지만 문제는 순서대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로버츠 감독은 선발 힐을 일찍 마운드에서 내렸다. 불펜의 조기 가동이 7회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모로우가 흔들리면서 일이 꼬였다. 너무 일찍 등판한 얀선은 연장 이닝에 나설 수 없었고, 휴스턴 타자들은 얀선이 내려간 뒤 자신감을 갖고 조시 필즈와 매카시를 상대할 수 있었다. 반면 다저스 선수들에게는 얀선이 막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마무리 투수의 등판이 마지막이 되지 못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불펜은 승리를 위한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때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아무리 강한 불펜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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