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의 역사] 일본야구 슬라이더의 비조, 한국계 후지모토
입력: 2017.09.11 04:00 / 수정: 2017.09.11 04:00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일본에서 슬라이더를 처음 던진 한국계 투수 후지모토 히데오(이팔룡)는 그 공을 스스로 개발했다. 필요에 의해서였다.

후지모토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최초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투수다. 메이지대학 시절 강속구와 드롭(낙차 큰 커브), 발군의 제구력을 무기로 도쿄6대학리그에서 통산 34승을 올린 스타였다. 1942년 요미우리에 입단해 프로 데뷔전에 나섰을 때 고라쿠엔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찼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1943년 19차례의 완봉을 포함해 34승을 올리고 평균자책점 0.73을 기록하며 요미우리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는 1946년 요미우리에서 주니치로 옮겼는데 그때 어깨를 다쳤다. 2년 뒤 요미우리로 복귀한 뒤 외야수로 전향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발을 다쳐 선수생명이 끝날 위기에 놓였다.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어깨 재활에 성공했으나 예전의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없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컨디션이 좋았을 때 공이 미끄러지듯이 움직였던 것을 생각해냈다. 가운뎃손가락이 약간 휘어있어 공을 던질 때 바깥쪽을 향해 저절로 힘이 들어갔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변화를 의도적으로 일으키기 위해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그는 새로운 투구를 터득할 수 있었다. 그는 '작은 커브'라고 부른 이 공으로 1949년 24승을 올리며 재기에 성공했다.

그해 겨울 밥 펠러의 책을 읽고 거기에 소개된 슬라이더가 자신의 신무기와 같은 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듬해 친선경기를 위해 미국에 가서 실제로 슬라이더를 보게 됐고 자신의 것과 똑같은 공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후지모토는 1950년 니시니혼과 경기에 요미우리의 선발로 등판해 퍼펙트게임의 대기록을 세웠다. 그때 첫 타자와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3번째 스트라이크가 슬라이더였다. 그는 통산 200승을 채우고 은퇴했는데 슬라이더를 개발한 31세 이후에 108승을 올렸다.

후지모토 이후 일본프로야구에서 슬라이더로 이름을 떨친 투수는 오토모 다쿠미와 이나오 가즈히사다. 오토모는 소프트볼 출신으로 1949년 요미우리에 입단했다. 1953년 다승, 방어율, 승률 타이틀을 휩쓸며 MVP와 사와무라 상을 수상했고, 1955년에는 30승을 올렸다.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그의 슬라이더는 떠오르면서 타자쪽으로 다가갔다가 옆으로 휘어지기 때문에 마치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1953년 뉴욕 자이언츠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10차전 선발로 나서 완투승을 거뒀는데 사이드암 투수의 기묘한 변화구에 자이언츠의 레오 듀로서 감독이 격찬했다.

이나오는 1961년 한 시즌 42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등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오른손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그의 슬라이더는 원래 직구처럼 빠르지만 작게 꺾이는, 현재의 컷 패스트볼과 비슷한 공이었으나 42승을 올리던 때는 이전보다 공 1개 반에서 2개 정도 변화가 더 커져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한국 실업야구에서 위력적인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압도해던 김영덕은 일본에서 고등학교 때 직구와 커브, 슈트를 던졌다. 슬라이더는 프로에서 배웠다. 1956년 난카이에 입단했는데 그해에 이나오도 같은 퍼시픽리그의 니시테쓰에 들어갔다. 후지모토와 오토모에 의해 알려진 슬라이더가 보편화되던 시기였다.

1993년에는 사회인야구 출신의 야쿠르트 신인 투수 이토 도모히토가 '제2의 이나오' 돌풍을 일으켰다. 그의 고속 슬라이더는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으로 강한 사이드스핀을 걸고, 최대한 타자 가까이에서 뿌리는 특유의 릴리스까지 더해 엄청난 위력을 보였다. 전반기에만 7승을 올리면서 센트럴리그 최다인 126개의 탈삼진에 경이적인 0.9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던 그는 갑자기 찾아온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 아웃되고 말았다.7승만으로도 신인왕에 뽑혔으나 이후 어깨 수술을 받았고 별다른 성적을 남기지 못하고 2003년 은퇴했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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