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볼파크] 투수가 공을 유니폼에 문지르는 것을 왜 금지할까?
입력: 2017.08.24 04:00 / 수정: 2017.08.24 04:00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한화 투수 배영수가 23일 수원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에 앞서 최근 불거진 부정 투구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배영수는 지난 20일 롯데와 홈경기에서 3회 나경민 타석 때 오른쪽 허벅지에 로진을 묻힌 뒤 공을 문질렀다.

이 행위는 야구규칙 상 분명한 금지사항이다. 공식 야구규칙 8조 2항 '투수의 금지사항'은 '공을 글러브, 몸 또는 유니폼에 문지르는 것'을 투수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외에 '투수가 투수판을 둘러싼 18피트(5.486m)의 둥근 원 안에서 투구하는 맨손을 입 또는 입술에 대는 행위', '공에 이물질을 붙이는 것', '공, 손 또는 글러브에 침을 바르는 것', '어떤 방법으로든 공에 상처를 내는 것', 이른바 샤인 볼(shine ball), 스핏 볼(spit ball), 머드 볼(mud ball) 또는 에머리 볼(emery ball)을 던지는 것' 등이 금지된다. 그렇다면 공을 유니폼에 문지르는 것은 왜 금지하고 있을까?

야구공에 침을 바르는 스핏 볼, 진흙을 바르는 머드 볼, 공을 샌드페이퍼로 문질러 거칠게 만드는 에머리 볼, 공을 마찰하여 미끌거리게 하는 샤인볼 등의 투구는 반발력이 죽은 공과 함께 데드볼 시대 타격 침체의 원인이었다. 패스트볼이 빠르지 않거나 좋은 커브를 갖고 있지 못한 투수들은 공에 이물질을 묻히거나 변형시키는 방법으로 비정상적인 변화나 궤적을 만들어내 타자를 제압하고 다른 투수들과 경쟁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유니폼에 공을 문지르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은 샤인 볼이다. 샤인 볼은 공을 축축하게 만들지 않고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마른 스핏 볼'의 일종이다. 글러브나 유니폼 등에 세게 닦아 만드는데 땀띠 파우더 등 가루로 된 물질도 이용됐다. 구장에 따라서는 마운드의 잘고 부드러운 흙도 재료가 된다.

'블랙 삭스 스캔들'에 연루돼 추방된 화이트삭스 투수 에디 시코트가 1915년 공을 유니폼으로 닦아 광을 내다가 그 효과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샤인 볼을 활용한 것으로 유명한 투수는 데이브 댄포스다. 그는 1915년 루이스빌에서 뛸 때 먼지가 날리지 않게 그라운드에 뿌린 기름이 흙과 섞여 공에 묻은 것을 유니폼 바지에 닦다가 샤인 볼의 효과를 발견했다.

스핏 볼 등은 1920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스핏 볼이 투수의 팔을 망친다는 주장, 미국 전역을 휩쓴 유행성 독감의 영향으로 스핏 볼이 비위생적이며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타격의 활기에 대한 필요성이 컸다. 클리블랜드 유격수 레이 채프먼이 뉴욕 양키스 투수 칼 메이스의 투구에 맞아 사망한 이후 금지에 대한 반론이 힘을 잃었다.

스핏 볼의 경우 사용이 금지된 뒤에도 그에 크게 의존하던 일부 투수들에게는 허용됐으나 댄포스는 불법 투구로 규정된 이후 샤인 볼을 던질 수 없었다. 구심들은 그가 등판하면 공에 장난을 치지 않는지 계속 감시했다. 당시의 유명 심판 빌리 에번스는 댄 포스가 마운드에 오른 경기에서 무려 58개의 새 공을 쓰기도 했다.

공을 글러브나 유니폼 등에 문질러 표면에 변화가 생기면 투구 때 비정상적인 움직임이나 궤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 공 표면에 기류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타자가 공략하기 힘들다.유니폼에 공을 문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샤인 볼 외에도 바셀린과 샌드페이퍼 등 스핏 볼과 에머리 볼을 던지기 위한 '도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배영수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실수였을 뿐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배영수가 공을 유니폼에 문지른 정도로는 타자를 상대하는데 유리할 정도의 효과를 거둘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규칙에서 금지하고 있는 취지는 '공정성'이다. 실제적인 부당 이득이 없었더라도 잘못된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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