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눈에 띄는 경향 가운데 하나는 뉴욕 양키스의 피칭 전략이다. 양키스는 31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3.84로 메이저리그 30개팀 가운데 6위다. 주목할 것은 투수들의 패스트볼 구사 비율인데 43.3%에 불과하다. 양키스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4.3마일(152km)로 피츠버그와 함께 리그 전체에서 가장 빠른데도 그렇게 하고 있다. 여기서 패스트볼은 커터를 제외한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이다. 대신 양키스는 슬라이더 구사 비율이 25.8%로 리그 전체에서 가장 높다.
패스트볼의 비율이 50%를 밑돈다는 것은 패스트볼이 피칭의 기본이라는 야구의 전통적인 믿음과 상식을 파괴하는 것이다. 2년전만 해도 패스트볼 비율이 50% 미만인 팀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양키스를 중심으로 패스트볼 비율을 낮추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올시즌은 양키스 외에도 휴스턴(47.5%), LA 에인절스(48.6%), 탬파베이(49.1%), 클리블랜드(49.2%) 등이 50% 미만의 패스트볼을 던지고 있다.
양키스의 투수 코치 래리 로스차일드는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현재의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빠른 공에 적응해 90마일(145km) 이상의 패스트볼을 얼마든지 쳐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제구가 잘 된 패스트볼은 여전히 치기 어렵지만 그렇게 컨트롤이 좋은 투수는 많지 않다. 그의 주장의 근거는 통계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2017시즌 패스트볼의 피안타율은 0.274로 여러 구종 가운데 가장 높다. 다소 의외지만 투심이 포심보다 더 많이 맞는다. 그 다음이 커터(0.254), 체인지업(0.243), 커브(0.220)의 순이고 슬라이더(0.218)가 가장 낮다. 양키스 투수들이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는 이유다.
아메리칸리그에서 피안타율이 가장 낮은 두 팀이 패스트볼을 가장 적게 던지는 양키스(0.235)와 휴스턴(0.237)이라는 사실이 로스차일드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투수들의 패스트볼 비율이 가장 높은 피츠버그(64.0%)는 피안타율이 0.268로 내셔널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평균자책점이 가장 좋은 팀은 류현진이 속해 있는 LA 다저스(3.09)다. 내셔널리그는 투수들이 타격을 하기 때문에 아메리칸리그보다 패스트볼 비율이 높다. 그런 내셔널리그에서 패스트볼 비율이 가장 낮은 팀이 다저스( 51.9%)다. 다저스는 양키스와 달리 커브(15.5%)와 슬라이더(15.2%)의 비율이 비슷하다. 다저스는 평균자책점뿐 아니라 피안타율도 0.224로 리그 전체에서 가장 낮다.
류현진이 31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홈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7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올시즌 최고의 피칭을 했다. 85개의 투구 가운데 포심이 29개, 체인지업이 28개, 커터가 10개, 커브가 8개, 슬라이더와 투심이 각각 5개였다. 패스트볼 비율이 40%로 팀 전체보다 훨씬 낮았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말처럼 모든 구종이 다 통했고 다양한 공들이 완벽에 가깝게 제구됐다.
류현진의 경우 메이저리그의 최근 추세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과 어깨 수술의 영향이 크다. 원래 강속구 투수가 아닌데다 복귀 후 패스트볼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 고전하면서 체인지업 비율이 높아졌다. 자신의 상태에 맞춰, 강점을 살리는 피칭을 하다보니 패스트볼 비율이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다는 점에서 양키스의 피칭 전략과 일맥상통하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류현진은 31일 경기 투구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