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볼파크] '홈런 더비의 저주'는 정말 있을까?
입력: 2017.07.20 04:00 / 수정: 2017.07.20 04:00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메이저리그에서 해묵은 '홈런 더비의 저주'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뉴욕 양키스의 신인 거포 애런 저지 때문이다.

'홈런 더비의 저주'는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후반기에 타격 부진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대해 '실재한다'는 주장과 '허구 일 뿐'이라는 반론이 맞서왔다. 이런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예가 끊이지 않고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는 저지가 그런 예다.

전반기에 리그 최다인 30홈런을 날리며 신인왕을 예약한 저지는 지난 11일(이후 한국시간) 열린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서 우승했다. 그런데 이후 갑자기 슬럼프에 빠졌다. 19일 미네소타와 경기에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6-3 승리에 힘을 보탰다. 모처럼 좋은 컨디션을 보였지만 아직까지 괴력을 발휘했던 전반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올스타전 이후 6경기에서 홈런 없이 25타수 3안타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타구를 멀리 날려보내는 이벤트가 타자의 스윙을 망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지난해 은퇴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나는 내 스윙을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가능하면 홈런 더비에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도 모르게 스윙이 달라지기 때문에 타격 메커니즘에 미묘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이런 주장을 통계를 통해 입증하려는 시도도 여러 차례 있었다. 대부분의 조사는 홈런 더비가 선수들에게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야구 분석가인 데이브 캐머런은 2005년부터 4년 동안 홈런 더비에서 10개 이상의 홈런을 친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스타전 이후 타격 능력이 감소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2010년 베이스볼 리서치 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일부 모델이 '홈런 더비의 저주'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는 수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2009년까지 홈런 더비에 참가한 일정 타석 이상의 타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들이 홈런 더비에 참가한 시즌의 경우 OPS(출루율+장타율)가 더비 이전 0.969에서 더비 이후 0.926으로 떨어졌다. 홈런 비율도 6.061%에서 5.346%로 감소했다. 이에 비해 이들이 홈런 더비에 참가하지 않았던 시즌에는 OPS가 전반기 0.851에서 후반기 0.858로 다소나마 올라갔고 홈런 비율도 4.201에서 4.288로 증가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다양한 모델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내린 결론은 타자들의 후반기 부진이 홈런 더비와 관계없다는 것이었다.

지난해에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홈런 더비 우승자와 준우승자에 대한 분석이 발표됐다. 올스타전 전후의 홈런 비율에서 우승자들은 +3.85%를, 준우승자들은 -35.09%를 나타냈다. 그런데 이는 평균 수치이고 선수별 편차가 매우 컸다. 2012년 준우승자인 호세 바티스타는 전반기 27홈런이었으나 후반기에는 홈런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같은 해 우승자인 프린스 필더는 타석수의 차이는 있지만 15개씩으로 똑같았다. 필더는 2009년에도 홈런 더비에서 우승했는데 전반기 22홈런에 비해 후반기에는 타석수가 더 적었는데도 24홈런을 기록했다. 홈런 더비와 타격 부진은 상관이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다.

국내프로야구에서도 홈런 더비 이후의 타격 부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해 홈런 더비에서 우승했던 LG 루이스 히메네스가 전반기 80경기에서 22개의 홈런을 터뜨렸지만 후반기에는 55경기에서 4개의 홈런에 그쳤다. 2015년 롯데 황재균도 전반기 97경기에서 17개의 홈런을 날렸지만 후반기 시작 후 20경기에서 홈런을 치지 못했다. 그러나 한화 김태균의 경우 2012년 전반기 12개에서 후반기 4개로 홈런이 줄었지만, 역시 홈런 더비에서 우승했던 2005년에는 경기당 홈런이 전반기 0.15개에서 후반기 0.24개로 오히려 크게 늘었다.

이처럼 홈런 더비와 후반기 타격 부진을 연결지을 일관성 있는 통계가 없기 때문에 '홈런 더비의 저주'는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홈런 더비에는 대개 전반기 장타력이 좋았던 타자들이 참가한다. 따라서 후반기에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볼 수도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로 경기를 치르지 않은 것이 좋은 타격 흐름을 끊을 수도 있다.

지난 15일 벌어진 KBO리그 올스타전 홈런 더비 결승에서 한화 윌린 로사리오가 롯데 이대호를 누르고 우승했다. 올스타 휴식기가 끝나고 후반기가 시작된 뒤 NC와 두 경기에서 로사리오는 9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19일에는 시즌 23호 홈런도 터뜨렸다. 이대호는 삼성과 두 경기에서 6타수 2안타. 그도 홈런이 있다. 아직 경기수가 적어서 더 지켜봐야겠지만 홈런 더비의 영향은 없어 보인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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