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볼파크] 칼 립켄 주니어와 이승엽, 41세의 마지막 올스타
입력: 2017.07.14 04:00 / 수정: 2017.07.14 10:40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기자 출신으로 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너드 코페트는 올스타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선수에게 올스타로 뽑혔다는 명예는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더욱 좋은 것은 올스타로 뽑힌 다음에 올스타전이 비로 취소되는 것이다."

올스타전은 승부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벤트다. '진짜' 승부처럼 치열한 플레이를 펼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올스타전 역시 경기임에는 틀림없어 부상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몸이 재산인 프로 선수에게 자칫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는 것이다.

부상이 아니더라도 올스타 브레이크 때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행사에 참여하느라 피로가 쌓이면 컨디션이 나빠지거나 페이스가 떨어질 수도 있다. 홈런 더비에 나섰던 타자가 한동안 타격감각을 잃어버리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올스타전을 즐기고, 행복해 한다. 소속팀의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리그 전체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팬들은 올스타전에서는 다른 경기들과 달리 팽팽한 긴박감과 북받쳐오르는 흥분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리그 전체의 유명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승부에 대한 몰입이라는 '본질적인' 관전의 묘미를 대신하고도 남는 매력이다.

지난 12일(한국시간)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라틴계 레전드들이 기념 시구를 했다. 후안 마리칼, 로베르토 알로마, 페드로 마르티네스,이반 로드리게스 등 올드 스타들이 모처럼 팬들과 만났다. 이들과 같은 야구 영웅이지만 세상을 떠난 로베르토 클레멘테의 가족도 참석했다. 지난해 사고로 사망한 투수 호세 페르난데스에 대한 추모의 자리도 마련됐다.

이처럼 올스타전은 유명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축제다. 그리고 때로 어떤 선수에게, 그리고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기기도 한다.

2632경기 연속 출장의 대기록을 세운 칼 립켄 주니어는 2001년 41세의 나이로 마지막 올스타전에 나섰다. 유격수 립켄은 19번 올스타전에 출장했는데 그 가운데 18차례를 팬 투표로 뽑혔다. 미리 은퇴를 선언한 그가 올스타전에 출장하자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3루수로 뽑힌 립켄에게 유격수 자리를 양보했고, 박찬호는 한 가운데 공을 던져 홈런을 선물했다. 립켄은 올스타전 MVP를 차지했다.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17년 KBO리그 올스타전이 열린다. 이번 올스타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삼성 이승엽이다. 립켄처럼 그도 이미 은퇴를 선언해 이번이 마지막 올스타전이다. 마지막 축제에 나서는 나이도 립켄과 같은 41세. 통산 459홈런으로 대표되는 숱한 기록과 활약을 한국프로야구에 역사로 남긴 그가 홈구장에서 올스타로는 마지막으로 팬들 앞에 선다.

이승엽은 KBO가 은퇴하는 자신을 위해 계획한 기념 행사들을 사양했다. 수많은 상을 받은 이승엽이지만 올스타전 MVP만은 되지 못했다. 그가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MVP의 영예를 차지한다면 그 어떤 이벤트보다 더 큰 추억이 되지 않을까.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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