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한화는 6개월 전 이미 김성근 감독을 경질했다
입력: 2017.05.23 17:30 / 수정: 2017.05.23 17:43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3일 김성근 감독을 경질했다.

한화 구단은 "감독이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지만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지난해 11월 박종훈 단장이 부임한 순간 이미 한화는 김성근 감독 경질을 예고한 것이다.

김 감독이 팀을 지휘한 지난 두 시즌 동안 한화는 '마리한화' 열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누렸다. 그렇지만 두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재미있는 야구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기는 야구를 하지 못했다. 오랫 동안 선수단을 짓눌렀던 패배 의식을 어느 정도 걷어내는 듯 보였지만 '투수 혹사' 등 선수 기용, 팀 운영과 관련해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구단 내부에서는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구단이 내린 결정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김성근 감독을 그대로 뒀지만 단장이 새로 왔고, 감독의 권한을 대폭 축소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결정이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감독을 교체했어야 했다. 계약기간을 지키고 마지막 해의 성과를 기대하기로 했다면 믿고 기다리며 지원해야 했다.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다. 박 단장이 김 감독의 행보에 번번이 제동을 걸면서 현장과 프런트의 갈등은 계속됐다. 이런 환경에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낸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감독의 생각과 성향을 잘 알고 있는 단장이 이처럼 행동했다는 것은 감독을 무력화하려는 의도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장기적인 구단 운영을 위한 일들이었다고 강변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했다면 먼저 그에 맞는 감독을 선택했어야 했다.

모기업 내부의 사정 때문에 구단 수뇌부조차도 감독 교체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면 이보다 무책임한 일이 없다. 위상과 권한이 약화되면서 김성근 감독은 자신의 야구를 펼칠 동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 한화 구단은 김성근 체제의 팀에 아예 성적을 기대하지 않았거나, 올시즌 성적은 포기해도 좋다고 생각한 듯하다.

결국 구단이 의도한대로 감독은 물러났다. 그러나 그를 위해 6개월이라는 시간을 대가로 치러야 했다. 물론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 있다. 한화는 분위기를 바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지난 6개월 간 구단이 보인 불합리한 행보를 보면 쉽지 않을 것 같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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