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의 역사] 19세기의 투수들(상)
입력: 2017.04.10 05:00 / 수정: 2017.04.10 05:00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19세기의 투수들

19세기는 변화의 시대였다. 야구 규칙이 자리잡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투수들은 계속되는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메이저리그 사상 두 번째로 300승을 달성(342승)한 팀 키프가 데뷔한 1880년에는 언더핸드 피칭만이 허용됐다. 그가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사이드암을 거쳐 오버핸드로까지 던질 수 있게 됐다. 투구를 할 때의 손 높이가 엉덩이 아래에서 허리를 거쳐 어깨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점차적으로 제한이 완화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19세기 투수들은 그런 식으로 투구 동작을 바꿔갔다.

1884년 어깨까지 손을 올릴 수 있게 되자 많은 투수들이 타자를 압도하기 위해 유행처럼 오버핸드 피칭을 선택했다. 그러나 키프는 오버핸드가 언더핸드보다 효과적인 피칭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프는 투구 거리에서는 큰 변화를 겪지 않았다. 그는 투수가 45피트 거리에서 던지던 마지막 해에 데뷔했고 60피트6인치로 바뀐 1893년에 은퇴했다. 대부분을 50피트 거리에서 던진 것이다.

1893년 이전까지 50피트의 짧은 거리에서 빠른 볼을 던져 많은 삼진을 잡아내던 투수들은 10피트가 늘어나면서부터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됐다. 1980년대의 뛰어난 투수들을 현재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키프는 60피트6인치 거리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대부분의 투수들은 패스트볼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키프는 그 시절에 이미 '스리 피치' 투수였다. 우선 강력한 패스트볼을 갖고 있었다. 후일 월터 존슨과 놀란 라이언이 그랬던 것처럼 그는 자신의 빠른 공에 타자가 맞아 혹시라도 죽지나 않을까 걱정했고, 1887년에는 시즌이 끝난 뒤 타자를 맞혔던 죄책감 때문에 요양원에 들어갔을 정도였다.

패스트볼 외에도 아직 완벽하게 구사하는 투수가 많지 않았던 커브에다 체인지업까지 던졌다. 그는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사용한 최초의 투수로 알려져 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투구 거리가 10피트 늘어난 것이 그에게는 더 효과적인 피칭을 할 수도 있었던 환경이라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구위만 좋은 것이 아니라 타자의 약점을 파고드는 전략적인 피칭을 하는 투수였다.

1884년 6월 프로비던스 그레이스의 투수 찰리 스위니는 보스턴 빈이터스와의 경기에서 19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 기록은 1986년 로저 클레멘스가 한 경기에서 20탈삼진을 올릴 때까지 100년이 넘도록 메이저리그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타자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규칙 상의 조건만을 비교할 때 스위니와 클레멘스의 눈에 띄는 차이는 투구 거리다. 스위니는 포수로부터 50피트 밖에서, 클레멘스는 60피트6인치 밖에서 각각 던졌다. 스위니가 유리한 환경이었다.

그러나 스위니가 훨씬 불리한 면도 있다. 당시에는 아직까지 타자가 투수에게 높은 볼이나 낮은 볼을 요구할 수 있었다. 헛 스윙한 것만 스트라이크였고 파울은 스트라이크가 아니었다. 타자가 볼의 위치를 요구할 수 없게 되고, 타자가 스윙하지 않은 공에 대해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하는 콜드 스트라이크(called strike)가 도입된 것은 1887년의 일이었다.

야수에게 잡히지 않은 파울이 스트라이크로 카운트된 것은 훨씬 뒤인 1901년부터였다. 스위니가 대기록을 세운 바로 그해 타자가 1루로 걸어나갈 수 있는 볼의 수가 7구에서 6구로 줄어들었다. 결국 스위니는 타자가 칠 수 있다고 확신할 만한 공만을 던져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투수의 자랑이자 타자의 불명예인 삼진은 투구 거리와 스트라이크 규정의 변화 속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야구에 흥미를 더하는 요소로 자리잡아 갔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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