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의 역사] 커브의 발명(2)
입력: 2017.03.27 00:05 / 수정: 2017.03.27 00:05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사람들은 투수가 던진 공이 휘어진다는 것을 믿지 못했다. 1852년 독일 물리학자 구스타프 마그누스는 유체 내에서 운동하는 물체가 회전할 때 이 물체에는 측면 방향으로 힘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커브의 작용 원리는 이 '마그누스 효과'로 설명되고 있지만 한동안 과학자들조차도 커브의 실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19세기의 뛰어난 투수 가운데 한 명인 보비 매튜스는 커브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는 1877년 신시내티 대학의 물리학 교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이 '아웃' 피치라고 부른, 타자 앞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공을 던졌다.

당시 교수들은 투수가 던진 공의 궤도가 휘어질 수는 없으며 착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이 열렸는데 매튜스가 자원했다. 두 개의 기둥이 세워졌고 매튜스는 앞의 기둥 왼쪽으로 공을 던져 뒤의 기둥 오른쪽으로 통과시켰다. 그가 던진 공의 대부분이 곡선을 그리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실제로 휘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끊이지 않았다.

1930~1950년대에 명성을 떨친 강속구 투수 밥 펠러는 날카로운 커브도 던졌는데 "아직도 커브가 착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내가 삼진을 잡아낸 그 많은 타자들이 모두 착시 때문에 당했단 말인가"라며 어이없어 하기도 했다.

투수에게 오버핸드가 허용된 1884년 이전까지는 커브도 언더핸드(나중에는 사이드암)로 던져야 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공의 등장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최초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경멸과 비난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피칭의 본질은 어차피 타자를 속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만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그 강력함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었다. 커브가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출범한 NA의 투수들이 앞다퉈 커브를 던지기 시작했다. 커브를 던질 수 있는 투수와 그렇지 못한 투수로 갈라지게 됐고 , 커브를 쳐낼 수 있느냐가 타자로서의 성패를 결정하게 됐다.

커브가 나오기 전 투수들은 타자를 상대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뛰어난 타자들은 아무리 빠른 패스트볼도 쳐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자기 뚝 떨어지면서 타자를 피해가는 공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커브 자체도 타자를 농락하기 좋았지만 패스트볼과 함께 쓸 경우 더욱 효과적이었다. 투수들에게 볼배합, 즉 투구전략이 생겨났다. 커브와 빠른 공이 섞여 대비를 이루면서 타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타이밍을 잡기 어렵게 됐다.

'변화하는 공'의 위력을 알게 된 투수들은 꺾이는 정도나 스피드가 다른 다양한 종류의 공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그때는 모두 '커브'였다. 투수들은 그립과 손목 움직임, 팔 동작을 달리하면서 타자를 제압할 신무기들을 속속 개발해 나갔다. 브레이킹볼(breaking ball)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프로 선수들은 물론 동네 야구를 하는 아이들까지 커브를 배우기 위해 난리를 치게 되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너도나도 커브를 던지면서 팔을 다치는 사람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월터 존슨이 1923년 "너무 많은 어린 선수들이 충분히 힘이 붙기 전에 멋진 커브를 던지려고 하다가 팔을 망가뜨리곤 한다. 다른 무엇보다 커브를 던져야 훌륭한 투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결코 그렇지 않다. 스피드가 우선이다. 빠른 공이 없으면 커브도 던질 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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