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의 역사] 커브의 발명(1)
입력: 2017.03.19 05:00 / 수정: 2017.03.19 05:00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커브의 발명

1863년, 열네 살 소년 윌리엄 아서 커밍스는 뉴잉글랜드 해변에서 조개껍질을 던지며 놀고 있었다. 그는 손목의 움직임에 따라 조개껍질의 비행에 여러가지 변화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소년은 흥미롭게 여기면서 야구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브루클린에 살고 있었던 소년은 동네 친구들과 야구를 하면서 손목을 비틀어 공을 던져 봤다. 포수가 자신의 앞에서 휘어지는 공을 받으면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실제 경기 때 던져볼 것을 권했다.

소년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던질 때 휘어지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연습을 계속하면서 손에 물집이 생기는 바람에 장갑을 낀 손으로 던지기도 하고, 한번은 손목을 삐기도 했다. 그는 결국 '휘어지는 공'을 자신의 뜻대로 던질 수 있게 됐다.

커밍스는 1908년 출간된 '나는 어떻게 최초의 커브를 던졌나(How I Pitched the First Curve)'에서 커브의 발명이 우연의 소산이었다고 밝혔다.

브루클린 익설시어스 선수였던 그는 1867년 케임브리지 하버드와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커브를 던졌다. 그는 커브를 앞세워 아마추어 야구에서 명성을 쌓았고 '캔디'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1871년 탄생한 최초의 프로리그 '내셔널 어소시에이션(NA)' 팀들의 구애를 받았고 그 가운데 뉴욕과 볼티모어,필라델피아, 하트포드에서 투수로 활약했다. 이후 1876년 결성된 내셔널리그(NL)에서도 하트포드, 신시내티의 유니폼을 입었다.

157㎝, 54㎏의 왜소한 체격이었던 그는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타자를 현혹시키는 '마구'에 매달렸고 성공을 거뒀다. NA에서 124승(72패)을 거둔 그는 메이저리그로 인정되는 NL에서는 21승 22패에 그쳤지만 커브 덕분에 큰 명예를 얻었다.

누가 처음 커브를 던졌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캔디 커밍스 외에 자신이 커브의 발명자라고 주장한 이들 가운데 한 명이 프레드 골드스미스였다.

골드스미스는 1870년 8월 코네티컷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커브 시범을 보였다. 그는 땅에 당시 투수와 포수 간의 거리였던 45피트 길이로 줄을 긋고 그 위에 세 개의 기둥을 세운 뒤 한쪽 끝에 포수를 앉혀놓고 공을 던졌다. 가운데 기둥의 오른쪽을 지나 커브를 그리며 그 다음 기둥의 왼쪽을 통과한 공을 포수가 잡자 지켜보던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잡지 〈스포팅 뉴스〉는 1918년 커브 연대기 기사를 게재했는데 1866년 뮤추얼 베이스볼 클럽의 맥스위니가 처음으로 커브를 던졌다고 주장하면서 커밍스는 1870년 이전에 커브를 던진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커브를 처음으로 던졌다는 투수에 대한 주장은 너무나 많았다. 커밍스조차 "포니 마틴이 나보다 몇 년 전에 커브는 아니지만 비슷한 공을 던졌다"고 인정했을 정도였다. 1850년대 후반 언더핸드로 던지는 놀라운 패스트볼을 선보였던 짐 크레이턴이 최초의 커브 투수라는 주장도 있다.

커밍스와 마찬가지로 다른 여러 투수들이 우연히 커브를 던지게 됐을 가능성은 있다. 누가 최초인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

결국 커브 발명자의 영예는 '야구의 아버지' 헨리 채드윅 등의 지지를 받은 커밍스에게 돌아갔다. 자신이 커브를 발명했다고 애타게 주장했던 골드스미스가 1939년 사망했을 때 그의 손에는 69년 전 자신의 커브 시범에 대한 기사를 오려낸 빛바랜 신문 조각이 들려 있었다고 한다. 골드스미스가 상심한 채 세상을 뜬 바로 그해에 커밍스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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