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김인식 감독의 계산, 수비는 맞았고 공격은 틀렸다
입력: 2017.03.06 22:57 / 수정: 2017.03.06 22:57

서건창
서건창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김인식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 1라운드 A조 첫 경기 이스라엘전에 선발 좌익수로 최형우 대신 민병헌을 내세웠다.

이같은 결정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최형우가 대회를 앞두고 치른 평가전에서 타격 감각이 좋지 않았던 점도 물론 고려됐다. 그러나 클린업 트리오에 들어갈 강타자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근본적인 이유는 수비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이었다. 민병헌도 타격이 좋은 선수지만 최형우와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타격보다는 수비에서 낫다고 볼 수 있다.

경기에 나서는 감독은 승리를 위한 계산을 한다. 몇 점을 내면 이기겠다는 계산이 아니라, 몇 점만 주면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우리 팀의 선발이 에이스일 때 실점은 최소화하고, 득점 기회에서 다양한 작전이 가능하도록 타격이 더 좋은 타자보다 수비와 주루가 더 좋은 타자가 선택될 수 있다.

이스라엘과 개막전에 나선 장원준은 이번 대표팀 선발 자원 가운데 가장 믿을 만한 투수다. 따라서 공격보다 수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선발 3루수로 허경민이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WBC는 투구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없어 선발 투수의 비중이 리그 경기에 비할 바는 못된다. 그러나 그럴 수록 초반의 대량 실점은 더 큰 부담이 된다.

이스라엘의 선발 제이슨 마퀴가 노련한 투수이고 엔트리에 투수 16명을 등록했을 만큼 이스라엘도 계투로 승부를 걸 것이라는 점에서 많은 득점을 하기 어렵다는 점과 고척돔이 홈런이 많이 안 나오는 구장이라는 점 등도 생각했을 것이다. 4년 전 WBC 1라운드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을 때 야수들의 불안한 수비가 빌미가 됐다는 점도 잊지 않았을 법하다.

감독이 수비에 중점을 두는 모습은 투수를 안정시킨다. 공격적인 피칭으로 맞혀 잡는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가장 믿을 만한 투수가 제한된 투구수로 더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경기가 감독의 계산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김인식 감독은 수비 강화가 장원준의 제구 안정과 공격적인 피칭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장원준은 2회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피칭을 하다가 볼넷 3개를 허용하며 밀어내기로 먼저 1실점했다. 1-1로 맞선 6회에는 득점 기회에서 타순이 허경민이었고 결과는 병살타였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것은 계산에 포함된 부분이다. 허경민은 10회에는 선두타자의 강습 타구를 막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타선 폭발의 가능성을 낮게 봐 수비에 중점을 뒀지만 문제는 투수들의 제구력이었다. 9개의 볼넷을 내주며 잇따라 만루 위기를 맞아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동점 상황에서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랐다.

.한국은 10회 내야안타로 결승점을 내줬다. 결국 1-2로 분패. 10이닝 2실점으로 어쨌든 실점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은 계산대로 됐다. 그러나 득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맞았다. 5회 서건창의 적시타로 얻은 1점이 전부였다. 감독은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지만 경기의 흐름은 어쩌지 못한다.

야구에서 감독은 팀의 승패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야구의 기본전략은 비교적 단순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지 대부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독의 결정에 대한 평가는 결과론이다. 경기가 풀리면 감독은 천재가 되고, 경기가 꼬이면 감독은 바보가 된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감독은 고민하고 선택한다. 레너드 코페트는 말했다. 감독이 하는 일은 '끊임없이 걱정하는 것'이라고.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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