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 오간도. /게티이미지 제공 |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10일 메이저리그에서 33승을 거둔 거물급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34, 도미니카공화국)의 영입을 발표했다.
2010년 텍사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83경기에 등판, 33승 18패 4세이브 41홀드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한 오간도는 2011년 올스타로 뽑혔을 정도로 잘 알려진 투수다. 그런데 그에게는 또 하나 유명한 경력이 있다. '위장 결혼'이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계약했을 때 타자였던 오간도는 2005년 룰5 드래프트로 텍사스로 이적하면서 투수로 전향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할 수 없었다. 5년간 미국 입국이 금지됐기 때문이다.2004년 도미니카공화국의 야구 유망주들이 연루된 밀입국 범죄가 발각됐는데 오간도도 그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가족을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했던 오간도는 3000달러를 받고 한번도 본적이 없는 여성과 서류상으로 결혼하는데 동의했다가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오간도는 미국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는 물론 마이너리그에서도 뛸 수 없었다. 갈 곳이라고는 도미니카 서머리그와 해외 뿐이었다. 그런 상황이었지만 텍사스는 오간도의 불같은 강속구를 포기하지 못하고 그를 계속 보유하면서 탄원을 계속했다. 텍사스는 오간도를 일본프로야구에 보내려고도 했다. 그러나 일본 팀들은 그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만일 그때 오간도를 영입하려는 일본 팀이 있었다면 텍사스는 이적료를 받고 넘겨줄 생각이었다.
일본행이 불발된 오간도는 도미니칸 서머리그에서만 활동하다가 2010년 미국 입국이 허용되면서 마이너리그에 뛸 수 있었다. 더블A와 트리플A에서 눈부신 호투를 보인 그는 그해 6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만약 일본의 어느 팀이 그를 받아들였다면 그의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좀 더 일찍 한국프로야구에 모습을 나타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인연이 닿지 않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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