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논평] WBC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입력: 2016.12.28 11:04 / 수정: 2016.12.28 11:04

[더팩트ㅣ이효균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승환이 12일 오후 서울 반포동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선수 입국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부터 마무리투수 보직을 꿰찬 오승환은 이번 시즌 팀 투수 중 가장 많은 76경기에 출전해 6승 3패 14홀드 19세이브 방어율 1.92의 성적을 기록했다. 또, 내셔널리그 구원 투수 가운데 탈삼진(103개)은 4위, 평균자책은 3위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오승환은 지난 7월 3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첫 세이브를 올리며 한국인 선수 최초로 한·미·일 프로리그에서 세이브를 달성한 선수로 등극하는 등 데뷔 첫 해부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anypic@tf.co.kr [사진팀 photo@tf.co.kr]
[더팩트ㅣ이효균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승환이 12일 오후 서울 반포동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선수 입국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부터 마무리투수 보직을 꿰찬 오승환은 이번 시즌 팀 투수 중 가장 많은 76경기에 출전해 6승 3패 14홀드 19세이브 방어율 1.92의 성적을 기록했다. 또, 내셔널리그 구원 투수 가운데 탈삼진(103개)은 4위, 평균자책은 3위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오승환은 지난 7월 3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첫 세이브를 올리며 한국인 선수 최초로 '한·미·일 프로리그에서 세이브를 달성한 선수'로 등극하는 등 데뷔 첫 해부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anypic@tf.co.kr [사진팀 photo@tf.co.kr]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미국 프로스포츠는 근래 들어 선수들에게 '훌륭한 시민'의 자세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 위법 행위를 저지른 선수는 물론 부적절한 발언을 한 선수에게도 무거운 벌금이 부과된다.

개인의 기본권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에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로 선수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프로 스포츠의 영향력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매료돼 환호하지만 그런 매혹과 열광이 일상화되면 우상은 스포츠 자체가 아닌 선수가 된다. 그래서 그 우상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법과 사회적 비판이라는 수단이 있음에도 별도의 규칙을 만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투수 오승환을 뽑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오승환은 해외원정도박 사건으로 KBO의 징계를 받았는데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까닭에 그 징계를 소화하지 못했다. 당연히 대표팀에서 배제돼야 할 그를 발탁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부상선수가 속출하고 해외파의 합류가 난항을 겪으면서 전력이 약화될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주장의 근거는 둘이다. 하나는 오승환이 승부조작이나 불법 스포츠베팅 같은 중대한 사건에 연루된 것이 아니고 법적인 처벌도 이미 받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당분간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언제 한국으로 돌아와 징계를 소화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규칙을 정한다. 한번 정한 원칙을 바꾸려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오승환 징계를 결정할 당시에도 이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큰 논란은 없었다. 지금에 와서 징계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 승부조작 같은 심각한 행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정도 징계에 그친 것이다. 징계의 실효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원칙이라면 누가 지키려고 하겠는가. 결국 오승환 대표팀 발탁의 이유는 전력 강화 뿐이다.

공정성은 불확실성과 함께 스포츠의 생명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스포츠에서는 모두가 같은 규칙 아래서 경쟁하는 것이 정의다. 그리고 그 정의는 경기 중에만 지켜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오승환이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더라도 징계를 철회하자는 주장이 나왔을까?

내년 3월 WBC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1라운드 경기가 열린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KBO,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대회에 출전할 엔트리를 짜는 것으로 시작해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준비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들이 WBC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분투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가져다주는 감동인가, 아니면 원칙을 바꿔서라도 이뤄야 하는 '쾌거'인가?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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