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볼파크] 타고투저와 스트라이크존
입력: 2016.12.16 05:00 / 수정: 2016.12.18 23:58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1963년 메이저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됐다. 야구규칙위원회는 '타자의 겨드랑이에서 무릎 위까지'였던 스트라이크존을 '타자의 어깨에서 무릎 아래까지'로 바꿨다. 이같은 변화는 '타고투저' 때문이었다.

1961년 로저 매리스가 61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넘어서는 등 홈런이 양산됐다. 1962년에도 타고투저가 계속됐다. 한편으로는 미식축구가 인기를 얻으면서 프로야구가 위협을 느끼게 됐는데 '경기 진행이 느리다'는 비판이 나왔다. 볼넷을 줄이는 것이 경기의 빠른 진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스트라이크존의 정의를 바꾸게 됐다.

지난 14일 열린 KBO 윈터미팅에서 스트라이크존 확대 의견이 나왔다. 염경엽 전 넥센 감독은 '타고투저 현상분석과 해결방안' 토론에서 "좋은 투수를 만들어 한국 야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스트라이크존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윈터미팅의 한 안건이 될 정도로 올시즌 타고투저는 극심했다. 3할 타율을 기록한 타자가 40명이었고 평균자책점 3점 미만 투수는 단 한 명뿐이었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55명 가운데 70% 이상이 3할대를 기록하면서 좋은 타자의 기준이라는 상징성이 무색해졌다. 아래의 표를 보면 타고투저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공격적인 야구, 득점이 많이 나오는 경기에 관중이 환호하는데 왜 타고투저가 문제가 될까. 경기시간이 길어지고 투수 혹사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투수들이 타자들이 공격을 버텨내지 못하면서 부상이 속출하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

타고투저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날 토론에서는 타자의 기술과 힘이 향상하는 속도에 비해 투수 성장이 느리다는 분석이 있다.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많지 않은 것이 타고투저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좁은 스트라이크존도 타고투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스트라이크존이 너무 좁으면 투수의 실투와 볼넷 허용이 늘어나는 반면 타자는 웬만한 공에 배트를 내밀지 않고 좋은 공만 노려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수가 스트라이크존을 좁게 느끼고 타자는 넓게 보다 보니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포수의 프레이밍이 올시즌 유난히 부각됐다.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여서 LA 다저스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은 프레이밍을 통해 경기당 2.06개, 시즌 전체로는 212개의 스트라이크를 더 잡아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스트라이크존이 좁다고 해서 존을 정의하는 규정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판들에게 스트라이크존을 넓혀 판정하도록 하면 된다. 야구규칙에 스트라이크존이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심판의 '재량'과 '해석'에 따라 판정이 내려진다. 그런데 '제각각'으로 보이는 스트라이크존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에 걸쳐 전체적으로는 투타의 균형을 이루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이는 심판들의 본능적인 조절 감각과 함께 선수들의 적응력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스트라이크존 확대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글머리에서 소개한 결정의 결과가 아래의 표다. 주목할 만한 차이가 있었다.

그 결과 메이저리그는 1963년 이후 심각한 투고타저가 이어졌고 결국 1969년 스트라이크존이 다시 좁아졌고 거기다 더해 마운드의 높이까지 낮췄다. 메이저리그는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고, 마운드는 낮아지며, 구장은 작아지고, 선수들의 체격과 힘, 몸관리가 좋아지면서 타자가 주도권을 쥐게 됐다.


그러나 50여년 전 메이저리그에서 있었던 스트라이크존 확대 효과가 현재의 한국프로야구에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야구의 발전에 따라 미국이나 한국이나 투타의 불균형을 가져오는 요인이 많고 다양해졌다. 따라서 스트라이크존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KBO는 2010년에도 스트라이크존을 넓힌 적이 있다. 그런데 효과는 크지 않았다. 첫 번째 표에 나타난 2010년의 리그 평균 타율은 0.270. 그 전해인 2009년에는 0.275였으니 떨어지기는 떨어졌다. 하지만 3할 타자의 수는 16명에서 20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비정상적인 불균형은 제도를 통해 바로잡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면 효과 못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투수와 타자가 모두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투타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프로다운 수준 높은 야구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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