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600홈런보다 더 빛나는 '국민타자' 이승엽의 매너
입력: 2016.09.01 05:00 / 수정: 2016.09.01 07:06
매너남 이승엽! 이승엽이 지난달 31일 넥센과 경기에서 국민타자다운 매너를 보여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지난달 24일 SK 와이번즈와 경기에서 KBO리그 개인 최다 타점 타이(1389)를 기록한 뒤 기뻐하는 이승엽. /최용민 기자
'매너남' 이승엽! 이승엽이 지난달 31일 넥센과 경기에서 '국민타자'다운 매너를 보여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지난달 24일 SK 와이번즈와 경기에서 KBO리그 개인 최다 타점 타이(1389)를 기록한 뒤 기뻐하는 이승엽. /최용민 기자

이승엽, 홈런 못 쳤지만 박수 받다!

[더팩트 | 심재희 기자] '우리는 이승엽의 시대에 살고 있다!'

5타수 무안타. 열하루째 이승엽(40)의 홈런은 터지지 않았다. 한·일 통산 598홈런에 그대로 묶였다.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는 넥센 히어로즈에 6-15로 크게 졌다. 이승엽 개인도 팀도 아쉬움이 남은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그러나 이승엽을 향한 박수와 환호는 더 뜨거웠다. 왜 일까.

지난달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2016 KBO리그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7회말 삼성의 공격에서 '국민타자'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다. 팬들은 이승엽의 600홈런 달성을 위한 큰 거 한방을 바라고 있었다.

삼성이 6-15로 크게 뒤지고 있고 1사 주자 없는 상황. 사람들이 이승엽의 599호 홈런을 머리에 그릴 즈음. 넥센 투수 김상수(28)의 초구가 이승엽의 머리 쪽으로 날아왔다. 김상수의 손에서 공이 살짝 빠져 제구가 되지 않은 것. 이승엽은 몸을 돌려 아찔한 순간을 가까스로 면했다.

시속 144km짜리 빠른 공이 타자에게 가장 위험한 코스로 향했으니 '오해'를 살 만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조용히 헬멧을 고쳐 쓰며 아무렇지 않게 다음 공을 준비했다. 김상수가 미안함의 제스처를 취하자 손을 살짝 들어 사과를 흔쾌히 받아줬다. 그리고 그대로 경기에 집중했다. 대기록을 앞두고 기대보다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이승엽은 조급해 하지 않았다. 위험한 순간에도 '선배의 품격'을 지키는 완벽한 매너를 발휘해 또 한번 야구팬들을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사실, 이승엽은 일본에서 돌아온 후 자기 관리만큼 완벽한 '경기 매너'로 또 다른 눈길을 끌었다. 주자로 베이스를 밟기 전 몸을 피해 상대 선수의 부상을 방지해주고, 홈런 타구를 날린 뒤 고개를 숙여 상대 신인 투수를 배려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또한, 자신의 타구에 맞은 투수를 걱정하며 마운드에 올라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기도 했고, 12살이나 어린 투수가 위험한 공을 던졌지만 전혀 화내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1위만 하던 팀이 9위까지 추락해도 이승엽은 여전히 이승엽답다.

국민타자. 멋진 별명이지만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닌 타이틀이기도 하다. 십수 년 동안 '국민타자'로 살아온 이승엽에게 노력과 고민은 자연히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을 듯하다. 피나는 노력과 엄청난 고민에 경험을 더하며 매너까지 갖췄으니 이승엽이 지금도 '국민타자' 대접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600홈런을 못 때려내면 어떠하리. 600홈런보다 더 빛나고 소중한 이승엽의 존재에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여기저기서 '이승엽의 은퇴를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단순히 잘하는 선수가 아닌 한국 프로야구의 상징과 같은 존재가 떠나게 될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다. '삼성을 응원하진 않지만 이승엽은 존경한다'는 한 야구 팬들의 말 한마디가 걸작이다.

'우리는 이승엽의 시대에 살고 있다!'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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