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호, '새로운 카드' 꺼내들다!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4월 한 달간 6홈런을 몰아치며 화려하게 빅리그에 입성한 '박뱅'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새로 태어났다. 간결하게 타격 자세를 수정하며 강속구에 속절없이 무너졌던 과오를 씻고 있다.
박병호는 9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홈 경기에 6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11호 홈런과 9번째 멀티 히트를 동시에 작성하며 팀 7-5 승리에 힘을 보탰다.
두 번째 타석까지 침묵을 지켰던 박병호는 팀이 필요할 때 '한방'을 터뜨렸다. 4-5로 뒤지고 있던 6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천웨인의 2구째 시속 87마일(약 140km) 슬라이더를 통타해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포를 작렬했다. 6일 탬파베이 레이스전 이후 2경기 만에 터진 홈런이자 시즌 11번째 대포였다. 기세가 오른 박병호는 7회 네 번째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추가해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메이저리그 첫 3안타 경기를 펼쳤던 지난 3일 탬파베이전(3타수 3안타 2득점)을 시작으로 최근 6경기에서 21타수 6안타 타율 2할8푼6리 2홈런 2타점 5득점을 작성하고 있다. 표면적인 수치가 빼어나다고 말할 순 없으나 지난달 상대 집중 견제 속에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박병호로선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최근 성적이다.
4월 한 달간 6홈런을 몰아치며 화려하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박병호였지만, 5월 성적은 처참했다. 팀 내 홈런 선두는 물론 아메리칸리그,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빅그리에 연착륙했던 4월과 달리 상대 투수의 속구와 낙차 큰 변화구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5월 24게임에 출전해 타율 2할5리(83타수 17안타) 3홈런에 그쳤다. 지난달 8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부터 1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까지 4경기, 지난달 18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부터 2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까지 각각 4경기, 5경기 연속 무안타 부진에 빠지며 슬럼프를 겪었다. 4번까지 갔던 타순은 6번과 7번을 오가며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홈런 소식도 잠잠했다. 시즌 10호 홈런을 때렸던 지난 6일 탬파베이전까지 무려 22일 동안 침묵을 지켰다. 이 기간 타율은 1할7푼5리였고 장타율 역시 2할5푼4리로 '뚝' 떨어졌다. 절치부심한 박병호는 '변화'를 택했다.
시속 160km대의 빠른 공에 적응하기 위해 타격폼 수정에 나섰다. 기존에 유지했던 레그킥을 과감하게 버리고 간결한 자세로 배트를 휘둘렀다. 투수에서 오른발 그리고 다시 투수 쪽으로 이동했던 움직임을 없애고 왼발을 고정하고 발뒤꿈치만 살짝 들었다가 내리면서 타이밍을 잡기 시작했다. KBO리그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과 비슷한 타격폼으로 정교함에 무게를 뒀다. 파워를 극대화하지 못하지만 보다 정교한 타격을 할 수 있는 자세다. 홈런성 타구가 2루타나 단타에 그칠 수 있지만 타격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해선 최선의 방법이었다.
박병호의 선택은 적중했다. 서서히 새로운 타격폼에 익숙해지면서 질 좋은 타구와 홈런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3일 메이저리그 첫 3안타를 터뜨렸고, 3일 뒤엔 지긋지긋한 아홉수를 탈출하고 시즌 10번째 아치를 그렸다. 그리고 이틀 뒤 팀 역전승의 발판이 된 시즌 11호 홈런과 멀티히트를 작성하며 슬럼프 탈출의 신호탄을 쐈다.
단순히 몇 경기를 보고 부진 탈출을 논하긴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변화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습격 2막은 이제 막 시작됐다.
sungro5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