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 겸업 홈런왕은? 일본 괴물 투수 오타니가 타석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가운데 과거 한국의 김성한과 베이브 루스는 투수와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면서 홈런왕을 차지했었다. / 니혼햄 파이터스 페이스북 캡처 |
'타자' 오타니, 24G 타율 3할2푼2리 7홈런 '맹타'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괴물 투수'라 불러야 될까요. '괴물 타자'라 불러야 할까요. 일본 야구팬들은 '투타겸업 4년차' 오타니 쇼헤이(22·니혼햄 파이터스)에게 열광하고 있습니다. 투수가 본업이지만, 올해엔 타석에서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4경기 연속 대포를 쏘아 올리며 리그 홈런 3위까지 올랐습니다.
지난해 11월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숙적' 일본을, 결승에선 '야구 종주국' 미국을 차례로 물리치고 초대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결승 직후 한국 우승에 대한 수많은 기사가 쏟아진 가운데 비록 3위에 머물렀으나 일본의 오타니에 대한 기사량도 엄청났습니다.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력한 속구와 시속 140km 포크볼을 앞세워 대회 내내 무실점 피칭을 펼쳤습니다. 당시 오타니는 한국과 두 차례 등한해 13이닝 3피안타 3볼넷 21탈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을 보였습니다. 한국 타선을 꽁꽁 묶으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마운드에서 강속구를 뿌리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오타니가 이젠 타석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릅니다. 11일 도쿄돔에서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 경기에서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1볼넷 1삼진을 기록하며 팀 6-2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날 오타니는 3회 두 번째 타석, 무사 1루에서 왼쪽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터뜨렸습니다.
시즌 7번째 아치를 그리그 연속 홈런 행진을 4경기로 늘린 오타니입니다. 퍼시픽리그에서 에르네스토 메히아(14개·세이부 라이온스), 브랜든 레어드(10개·니혼햄 파이터스)에 이어 알프레드 데스파이네(지바 롯데)와 함께 홈런 공동 3위까지 올라섰습니다. 140타수 이상을 기록한 세 선수와 비교해 투수를 겸업하고 있는 오타니는 59타수를 소화했습니다. 7개의 홈런이 얼마나 대단하지, 왜 야구 팬들이 오타니에게 열광하는지 알 수 있겠죠?
현대 프로야구에서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겸업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프로야구 세계 3대 리그라 불리는 미국, 일본, 한국에서 오타니가 유일한 존재입니다. 더군다나 투타겸업 선수가 홈런을 '펑펑' 쏘아 올린다면 팬들로선 얼마나 좋은 눈요깃거리일까요. 그렇다면, 과거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오리 궁둥이 김성한! 김성한 전 한화 코치는 현역시절 투타를 겸업하면서 10승과 홈런왕을 차지했다. / 더팩트 DB |
'오리 궁둥이'를 기억하십니까? 과거 한국에서도 투타를 겸업하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해태 왕조' 시절을 이끌었던 김성한(57) 전 한화 이글스 코치입니다. 1982년 프로에 데뷔해 1986년까지 투타를 겸업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당시 마운드와 타석을 오가면 10승과 홈런왕을 모두 달성했습니다.
1982년 투수로 26경기에 출장해 10승 5패 평균자책점 2.88의 호성적을 냈습니다. 평균자책점 6위, 다승 10위의 기록이었죠. 당시 타자로선 80경기에 나서 타율 3할5리 13홈런 69타점을 작성했습니다. 3년 뒤엔 홈런왕까지 차지합니다. 1985년에 타자로 105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3푼3리 22홈런으로 생애 첫 홈런왕 타이틀을 가져왔습니다. 당시 마운드에선 10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35란 쏠쏠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김성한은 1986년을 마지막으로 투타겸업을 마무리하고 타석에만 집중했습니다. 이후 두 번의 홈런왕(1988, 1989)과 한 번의 최다 안타(1988), 타점왕(1988)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인다는 메이저리그는 어떨까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에서도 투타겸업은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현대엔 모습을 아예 감췄으나 100년 전에는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바로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통산 714개의 홈런을 치며 장타자로 유명하지만 투수로서도 94승을 챙긴 다재다능한 선수였습니다.
1914년 보스턴 레드삭스 입단 당시 본업은 투수였으나 타격에도 재능을 보이며 후엔 방망이에만 주력했죠. 타자로서 22년 활약해 홈런왕을 12차례, 최다 안타 8차례, 타점왕 5차례를 휩쓸었습니다. 투수로선 10년을 보냈습니다. 1916년엔 평균자책점(1.75) 1위에 올랐고, 이듬해엔 24승(13패)을 기록하며 개인 최다승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투타를 겸업하면서 모두 5차례 홈런왕을 차지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수행하는 선수는 없지만, 타격을 겸비한 투수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매디슨 범가너(26) 입니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은 1할대(1할7푼8리)에 그치고 있으나 일발 장타력을 겸비했습니다. 최근엔 3년 연속 홈런포를 신고했습니다(2014년 31경기 4홈런, 2015년 34경기 5홈런, 2016년 8경기 1홈런). 때때로 투수 경기가 없는 날에도 대타로 나설 정도로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8) 역시 2013년엔 두 자릿수 타점(10)을 생산하며 매서운 방망이를 자랑했죠. 잭 그레인키(32·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투수로서 드물게 통산 2할대 타율(2할2푼5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3년엔 3할(3할2푼8리)대 타율을 기록했고, 올해 역시 3할1푼 3리의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죠. 노아 신더가드(23·뉴욕 메츠)는 12일 LA 다저스를 상대로 역대 구단 두 번째 멀티 홈런을 신고하며 강속구 못지않은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