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스 69] '발로 만든' 내야안타! 이대호, 얼마나 빨랐나?
입력: 2016.04.29 05:00 / 수정: 2016.04.29 18:41
집념의 내야 안타! 이대호가 28일 휴스턴전에 7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해 빠른 발(?)을 이용해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 시애틀 매리너스 트위터 캡처
집념의 내야 안타! 이대호가 28일 휴스턴전에 7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해 '빠른 발'(?)을 이용해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 시애틀 매리너스 트위터 캡처

이대호 1루까지 4.70초! 이치로 3.70초-해밀턴 3.30초-이대형 3.20초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28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세이프코 필드. 매리너스 홈 유니폼을 입은 한 동양인 선수가 빠른 속도로 1루까지 전력 질주해 내야 안타를 만들어냅니다. 다음 타석에서도 빠른 발을 활용해 내야 땅볼에서 병살을 면합니다. 일본인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42)가 떠오른다고요? 이치로(180cm, 77kg)라고 생각하기엔 체격(194cm, 130kg)이 너무 큽니다. 이치로는 현재 마이애미 말린스 소속으로 뛰고 있죠. 이날 세이프코 필드의 1루 선상을 접수한 이는 다름 아닌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33)입니다. 우리 '빅보이'가 완전히 달라졌네요.

이대호는 28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슈퍼소닉'으로 빙의했습니다. 최근 들쑥날쑥한 출장에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입니다. 실제로 이날 이대호는 정타 타격은 볼 수 없었고, 성적 역시 4타수 1안타로 평범했습니다. 하지만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이를 '악' 물었습니다. 그리고 좀처럼 보기 힘든 '내야 안타'를 만들어내며 제한된 기회에서 제 몫을 다했습니다.

7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이대호는 2회 첫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 4회 두 번째 타석에선 유격수 병살타를 치며 자존심을 구겼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조선의 4번 타자'가 아니죠. 세 번째 타석에서 기어코 안타를 만들어 냅니다. 시원한 정타가 아닌 '빠른 발'(?)로 만든 내야 안타였기에 기쁨은 더 했습니다. 이대호는 상대 구원 투수 윌 해리스의 4구째를 당겨쳐 3루수 방면 강한 타구를 때렸습니다. 그리고 앞만 보고 1루를 향해 질주했습니다. 루이스 발부에나가 호수비로 타구를 잡아 힘차게 1루로 송구했으나 이대호의 발이 더 빨랐습니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선 '집념의 달리기'로 병살을 면했습니다. 1사 1, 2루에서 3루수 땅볼을 친 이대호는 상대 수비수가 공을 더듬는 사이 1루까지 전력 질주해 두 번째 출루에 성공했습니다. 비록 선행 주자가 2루에서 토스 아웃됐으나 본인은 공보다 1루에 먼저 도착했습니다.

마지막 두 타석에서 1루 베이스를 향해 오른발을 '쭉' 뻗는 투지를 보인 이대호. 그렇다면 이대호가 타격 후 1루 베이스를 밟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였을까요. 오차는 있겠지만 내야 안타 때엔 약 4.70초가 나왔고, 마지막 타석에선 약 4.80초가 찍혔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좋은 기록은 아닙니다. 메이저리그를 비롯해 일본프로야구 그리고 KBO리그 등 타자의 1루 평균 도달 시간은 4.50초라고 합니다. 미국 'CBS스포츠'는 '스윙 후 오른손 타자의 경우 4.00초, 왼손 타자는 3.90초 만에 1루 베이스를 밟으면 스카우트로부터 스피드 부문 만점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대호는 평균의 체격을 가진 선수도 아니며 일명 '똑딱이 타자(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치고 달리는 유형의 타자)'도 아닙니다. 큰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로 타구를 멀리 날리는 전형적인 슬러거입니다.

이날 전력 질주를 하는 이대호의 모습은 과거 KBO리그 시절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환골탈태'입니다.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이대호는 지난 2011년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에서 상대 선발 덕 매티스(32·현 퉁이 라이온즈)를 상대로 투수 앞 땅볼을 쳐 내야 안타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1루를 밟는 데 걸린 시간은 5.18초. 어느덧 한국 나이로 서른 살 중반에 접어든 이대호는 5년 전과 비교해 약 0.48초를 단축했습니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육상, 수영 종목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기록 단축입니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는 누구일까요. 타격 후 1루 도달 시간으로 알아봤습니다. 지난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외야수 빌리 번스(26)가 평균 3.85초로 1위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디 고든(28·마이애미 말린스)이 3.91초를 기록해 2위에 올랐습니다. 과거 마이너리그 시절 100도루 이상을 기록했던 '대도' 빌리 해밀턴(25·신시내티 레즈)은 지난해 1루까지 평균 3.95초에 뛰었습니다.

해밀턴은 평균 도달 시간은 3위에 그쳤으나 지난해 6월 미네소타 트윈스와 인터리그에선 3.52초를 기록해 최단 시간 1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범 경기에선 3.3초 만에 1루 베이스를 밟은 기억도 있죠. 전형적인 '똑딱이 타자' 이치로는 평균 3.7초에 1루를 질주했다고 합니다.

KBO리그에선 '슈퍼소닉' 이대형(32·kt wiz)은 평균 3.76초, 최고 3.2초에 1루 베이스를 밟았다고 하네요. '유망주' 박계현(24·SK 와이번스) 역시 3.2초 만에 1루에 도착한 적이 있습니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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