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1이닝 2K 무실점! 정영일이 8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시범 경기에 구원 투수로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 SK 와이번스 제공 |
고교 특급에서 무적 신세까지…29살 늦깎이 1군 데뷔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참 멀리도 돌아왔다. 마이너리그, 독립구단, 상무 등 국내외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정영일(27·SK 와이번스)이 시범 경기에서 무실점 피칭을 보이며 성공적인 1군 무대 데뷔를 마쳤다.
정영일은 8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경기에 생애 처음으로 1군 마운드에 올라 1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2개의 안타를 맞으며 흔들리기도 했으나 묵직한 직구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팀이 5-3으로 앞선 7회 4번째 투수로 등판한 정영일은 선두 타자 이우민을 상대로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후속 손아섭과 안중열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사 1, 2루에 몰렸다. 공이 가운데로 몰리며 실점 위기를 자초했으나 정영일은 흔들리지 않았다. 특유의 배짱 넘치는 투구로 강동수와 김주현을 차례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스스로 불을 껐다.
한국 나이 29살. 늦은 나이에 꿈에 그리던 1군 마운드를 밟은 정영일이다. 광주 진흥고 시절 김광현(27·SK 와이번스)-이용찬(27·상무)과 전국 랭킹을 다투던 촉망 받는 유망주였다. 2006년 대통령배 경기고와 경기에서 13.1이닝 23탈삼진을 펼치며 프로 구단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정영일은 2007년 연고 팀인 KIA 타이거즈 1차 지명을 거절하고 계약금 110만 달러(약 13억 원)의 거금을 받고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으며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당한 혹사가 문제였다. 정영일은 미국 생활 내내 오른쪽 팔꿈치 부상에 시달렸고, 2008년 6월엔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피나는 재활을 견뎠으나 부상 이전의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2011년 방출 통보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정영일은 고양 원더스-카가와 올리브 가이너즈(일본 독립리그)를 거치며 야구와 인연을 놓지 않았다. 지난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SK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복귀했다. 이후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9월 팀에 복귀해 퓨처스 리그에서 묵묵히 구위를 닦았다. 51경기에 출전해 3승 1패 2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4.66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최고 시속 150km대의 직구는 일품이었다. 퓨처스 올스타에도 선정되며 보람찬 2015년을 보냈다.
정영일은 올해 1월 SK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플로리다와 일본을 오가며 1군 데뷔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고, 마침내 10년 만에 KBO리그 1군 데뷔전을 치렀다. 구위를 점검하는 시범 경기인 점을 고려하면 속단은 이르다. 하지만 고교 시절 못지않은 강속구와 지난 10년 동안 국내외를 오가며 쌓은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첫 스타트를 무실점 경기로 마무리한 정영일.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불펜 핵심으로 활약한 정우람과 윤길현을 떠나 보낸 SK로선 정영일의 호투가 반갑기만 하다.
한편, 시범 경기 개막전이었던 이날, SK는 롯데와 6-6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화 이글스는 넥센 히어로즈를 4-2로 꺾었고, 삼성 라이온즈는 NC 다이노스를 5-3으로 제압했다. 두산 베어스와 kt wiz는 5-5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는 비로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