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韓 야구, '약속의 8회' 넘어 전설이 된 '기적의 9회'
입력: 2015.11.20 05:01 / 수정: 2015.11.20 10:22

일본 꺾었다 한국이 19일 열린 일본과 프리미어12 4강전에서 4-3 역전승을 챙겼다. 사진은 지난 4일 쿠바와 서울 슈퍼시리즈 1차전 장면. / 고척돔 = 최용민 기자
'일본 꺾었다' 한국이 19일 열린 일본과 프리미어12 4강전에서 4-3 역전승을 챙겼다. 사진은 지난 4일 쿠바와 서울 슈퍼시리즈 1차전 장면. / 고척돔 = 최용민 기자

한국, 기적의 9회 드라마

[더팩트|김광연 기자] 한국 야구의 승리 아이콘인 '약속의 8회'란 수식어는 이제 '기적의 9회'로 바꿔야할 듯하다. 한국 야구 국가 대표팀이 패색이 짙은 9회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숙적' 일본을 무너뜨렸다.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일본과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4강전에서 9회초 터진 이대호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4-3으로 이겼다. 8회까지 0-3으로 뒤졌던 한국은 9회에만 대거 4점을 뽑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웃었다. 현실이라고 믿기엔 상황이 정말 극적이었다. 일본만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한일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무서운 정신력이 크게 빛났다.

기적의 9회 드라마는 조용히 한국에 찾아왔다. 8회까지 0-3으로 끌려간 한국은 9회 대타로 나선 오재원과 손아섭의 연속 안타로 기회를 잡았다. 이때부터 이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선수들은 '할 수 있다'는 눈빛으로 일본 투수진을 상대했다. 이날 일본 선발 투수 오타니 쇼헤이에게 유일한 안타를 터뜨린 정근우가 1타점 2루타를 날리면서 분위기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아직 한 점에 불과했으나 노아웃 찬스를 이어간 한국이다.

대표팀이 살아나는 가운데 반대로 일본 불펜은 제구력 난조를 겪으면서 경기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용규와 김현수가 각각 사구와 밀어내기 볼넷으로 2-3을 만든 한국은 무사 만루 찬스에 들어선 이대호가 일본 마스이 히로토시의 4구를 때려 4-3을 만드는 역전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순식간에 4점을 올린 한국은 도쿄 돔을 가득 채운 일본 팬들을 조용하게 만들며 환호했다.

이날 경기는 분명히 쉬운 일전은 아니었다. 특히 조별 리그 1차전에서 6이닝 무득점으로 고전했던 상대 선발 오타니에게 이번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한국 타자들은 오타니를 상대로 7회까지 삼진 11개를 당하는 동안 안타와 사구는 각각 1개를 얻는 데 그치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조별 리그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7회까지 1안타의 빈공에 시달리며 패배를 당할 위기였다.

오타니가 8회 시작과 함께 상대 두 번째 투수 노리모토 다카히로와 교체되며 마운드를 내려가자 '약속의 8회'에 대한 기대가 흘러나왔다. 지난 2006년 도쿄 돔에서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일본전에서 1-2로 뒤진 8회 이승엽의 역전 결승 투런 홈런 이후 그간 국제대회에서 8회만 되면 거짓말 같은 역전 드라마를 쓴 한국 야구 저력을 다시 한 번 믿었다. 하지만 이날 적어도 '약속의 8회'는 없었다. 한국 타선은 노리모토의 공을 여러 차례 헛치며 삼자범퇴로 허무하게 8회를 마쳤다. 이제 남은 이닝은 9회가 마지막이었고 희망의 끈도 점점 사라졌다.

이렇게 다 쓰러져가던 한국 야구를 이끈 것은 이대로 일본에 질 수 없다는 정신력이었다. 9회 시작하자마자 오재원과 손아섭의 대타 카드가 그대로 적중했고 상대 불펜 난조까지 겹치면서 기적의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었다. 상대의 난조가 겹치는 운도 따랐으나 근본적인 승리 원동력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상대에 맞선 선수들의 힘에 있었다. 오랫동안 기억될 위대한 '기적의 9회' 드라마는 이렇게 탄생했다.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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