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의 맥읽는 야구] '현란한 지공과 정공법' SK, 수비에 울었다
입력: 2015.10.08 05:15 / 수정: 2015.10.08 07:55

통한의 실책 순간 SK 김성현(오른쪽)이 7일 열린 넥센전에서 4-4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2사 만루서 윤석민의 뜬공을 놓치고 있다. / 목동구장 = 최용민 기자
'통한의 실책 순간' SK 김성현(오른쪽)이 7일 열린 넥센전에서 4-4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2사 만루서 윤석민의 뜬공을 놓치고 있다. / 목동구장 = 최용민 기자

'적재적소 정공법과 지공' SK, 수비 하나에 울었다

SK 와이번스가 넥센 히어로즈와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무릎을 꿇으며 올해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이날 SK는 상대 투수에 따라 타격 타이밍을 달리하며 승기를 잡았으나 수비 실책에 울었다. 단기전은 실책 하나가 경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 했다. 변화무쌍한 지공과 정공법이 돋보였던 SK였지만 실책으로 자멸했다.

SK는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4-5로 역전패했다. 이날 SK는 초반 상대 선발 투수 앤디 밴 헤켄(36)의 구위에 밀리며 0-1로 뒤졌다. 4회까지 안타와 볼넷을 각각 하나씩 얻었을 뿐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했다. 특히 이때까지 SK 타자들은 구위가 좋은 밴 헤켄의 공을 끝까지 기다리며 긴 풀카운트 승부로 힘을 빼려 했으나 오히려 기회 때마다 삼진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삼진을 무려 6개 당할 정도로 구위에 완전히 밀렸다. 뒤로 물러서는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SK 타자들이 한 발자국 물러서자 밴 헤켄은 1회부터 4회까지 58개 투구 수만 기록하며 힘을 아꼈다.

5회부터 SK 타자들은 이전과 달라졌다. 기다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필요할 때 쳐야 했다. 5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3구 안에 방망이가 나왔다. 이 전략은 그대로 주효했다.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31)이 2구 만에 밴 헤켄의 공을 두들겨 동점 솔로 아치를 그릴 때만 해도 잠깐의 변화인 듯했다.

하지만 후속 타자 박정권(34) 역시 2구 만에 밴 헤켄을 상대로 좌익 선상 2루타를 날리며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줬다. 이후 김성현(28)의 희생 번트와 정상호(33)의 스퀴즈 번트 실패로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나주환(31)이 3-1로 달아나는 좌중간 3루타로 승기를 잡았다. 나주환 역시 3구 만에 밴 헤켄의 공을 두들기며 결과를 만들었다. 초반과 달리 빠른 타격 타이밍으로 승기를 잡은 것이다.

SK의 탁월한 변화에 4회까지 철옹성을 자랑한 넥센은 매우 흔들렸다. 3루로 향하는 나주환을 잡으려다가 유격수 김하성(20)이 송구 실책을 범하며 추가 실점했다. 2루 주자 박정권의 득점은 그렇다가 치더라도 나주환까지 득점을 허용하며 순식간에 두 점을 뒤지며 주도권을 내줬다. SK가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7회 동점을 허용하며 위기에 빠진 SK는 밴 헤켄 이후 손승락(33), 조상우(21), 한현희(23)를 투입한 넥센 마운드를 상대로 이번엔 정공법 대신 지공을 택하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전략은 또 통했다. 11회 선두 타자 정상호의 우전 안타로 기회를 잡자 더 지공 작전이 두드러졌다. 나주환은 9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상대 폭투를 이끌어냈다. 이후 이명기는 6구 만에 안타를 뽑았고 최정은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상대 포일로 결승점을 올렸다. 한현희에게 11회에만 무려 39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5회와 달리 불펜 투수 한현희의 공을 늦게까지 보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힘을 빼기 위한 작전이 돋보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SK에 오지 않았다. SK 스스로 '여신'을 바로 차버렸다. 3타점을 한꺼번에 뽑은 5회와 4-3으로 앞서 나간 연장 11회초 활약으로 승리를 움켜쥐는 듯했으나 11회말 김성현의 수비 하나로 울었다.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33)에게 4-4 동점 적시타를 내준 SK는 1사 만루에서 유격수 김성현이 윤석민(30)의 내야 뜬공을 잡지 못하며 경기를 마감했다. 주도권을 쥐었으나 마지막 순간 긴장의 끈을 놓치며 무너졌다. 훌륭한 전략도 자멸엔 속수무책이었다.

SK가 지공과 정공법 또다시 지공으로 돌아가며 탁월한 타격 전략을 발휘했다. 하지만 승부를 마지막 2차전으로 끌고 가기엔 뒷심이 부족했다. SK는 '약자'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개운치 못한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잘 싸우고도 웃을 수 없는 SK로서는 통한의 한판이었다.

[더팩트|목동구장 = 김광연 기자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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