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KBO 리그 최초 외인 내야 구축?
힘겹게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SK 와이번스가 넥센 히어로즈의 벽을 넘지 못하고 가을야구를 일찍이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SK가 보여준 포기하지 않는 플레이는 모든 야구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경기 전 팬들은 볼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바로 SK의 외국인 선수로 구성된 내야 라인이었습니다. 1루수(3) 크리스 세든, 유격수(6) 메릴 켈리, 3루수(5) 앤드류 브라운이 주인공입니다. KBO 규정에는 팀당 최대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가 경기에 나설 수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가 144경의 대장정을 마치고 가을 야구로 접어들었습니다. 7일 목동구장엔 힘겹게 5강행 막차를 탄 SK와 지난해 준우승팀 넥센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이 열렸습니다. 경기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결과 연장 11회 나온 김성현의 끝내기 실책으로 넥센이 5-4 역전승을 챙기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경기 전 두 팀 더그아웃에서 감독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두 감독 모두 최정예 멤버를 내세워 승리를 꿈꾸고 있습니다. 단기전인 만큼 두 팀 모두 '에이스'를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많은 득점을 예상할 수 없는 경기죠.
김 감독은 이명기(좌익수)-조동화(중견수)-이재원(지명타자)-정의윤(좌익수)-앤드류 브라운(3루수)-박정권(1루수)-김성현(유격수)-정상호(포수)를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지면 탈락인 만큼 장고를 거듭해 선발 라인업을 꾸렸을 겁니다.
넥센 에이스 앤디 밴헤켄을 상대로 하는 만큼 연속 안타를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김 감독은 발이 빠른 이명기와 조동화를 테이블 세터로 내세워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펼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브라운의 3루 배치가 눈에 띕니다. 부상과 부진이 겹친 최정은 벤치에서 대타 출격 명령을 기다립니다.
올 시즌 브라운은 우익수와 1루를 번갈아 맡았습니다. 3루를 지킬 때도 있었으나 안정된 수비를 보이진 못했습니다. 최재진 모두 "브라운 3루, 불안한데?"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보이네요. 김 감독은 공격력을 최대화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내가 1루수! SK 외국인 투수 세든이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켈리와 함께 브라운 수비 연습을 도와주고 있다. / 목동구장 = 이성노 기자 |
모든 사전 인터뷰가 끝나고 좀처럼 모기 드문 장면이 연출됩니다. SK 선수들이 타격·수비 훈련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낯익은 선수들이 내야를 지키고 있습니다. 3루수로 선발 출격하는 브라운이 펑고를 받고 있는 가운데 마틴 켈리가 유격수, 크리스 세든이 1루에서 공을 받고 있습니다. 두 명 모두 SK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투수이기 때문에 조금은 의아하네요.
상황은 이렇습니다. 브라운은 코칭 스태프의 펑고를 받고 2루 송구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가 수비 도우미를 자처했습니다. 켈리는 2루에서 브라운의 송구를 받았고, 세든은 1루에서 켈리의 송구를 받아 공을 정리했습니다. 단순히 공을 받는 일이 지겨웠을까요. 장난기 많은 세든이 포수처럼 쭈그려 앉아 공을 받기도 했습니다. 원바운드로 오는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오면 "스트라이크"를 외치며 그라운드를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는 선수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선물하네요.
SK는 비록 단 하루 만에 포스트시즌을 접어야 했지만, 외국인 삼총사가 선물한 '깨알 재미'만큼은 한국시리즈행 감이었습니다.
◆ [이성노의 깨알재미] SK 외인 내야 구축? '3'세든-'5'브라운-'6'켈리 (https://youtu.be/vUVj7u9D_EU)
[더팩트ㅣ목동구장 = 이성노 기자 sungro5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