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마리한화' 백조를 꿈꾸는 미운 오리 '송은범'
입력: 2015.07.29 06:28 / 수정: 2015.07.29 07:54
백조로 거듭난 미운오리! FA 먹튀라는 오병을 썼던 송은범이 28일 열린 두산전에서 433일 만에 선발승을 챙기며 부활을 예고했다. / 최용민 기자
백조로 거듭난 미운오리! 'FA 먹튀'라는 오병을 썼던 송은범이 28일 열린 두산전에서 433일 만에 선발승을 챙기며 부활을 예고했다. / 최용민 기자


송은범 433일 만에 맛본 선발승!

'마리한화' 한화 이글스의 인기가 수그러들들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특유의 끈질긴 승부로 가장 많은 역전승을 일궈내며 페넌트레이스의 반환점을 돈 시점까지도 야구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지요. 가장 많은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만년 꼴찌 팀'에서 일약 'KBO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여름 들어서는 다소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과부하에 걸린 선수들을 시작으로 부상자도 속출했고, 외국인 선수 활약 역시 신통치 않습니다. SK 와이번스와 치열한 5강 싸움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화 팬들에게 아쉬운 이름 석 자가 있습니다. 바로 '송은범'입니다.

찌는듯한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린 28일 한화와 두산이 맞붙는 잠실구장으로 향했습니다. 우연찮게도 올해 유일하게 취재를 하지 못한 팀이 한화입니다. 온 국민이 열광하는 '마리한화'를 드디어 만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설렙니다. 아니나 다를까 'KBO 대세'인 만큼 취재 기자실은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어렵사리 기자실에 자리를 잡고 사전 인터뷰가 있는 더그아웃으로 향했습니다. 홈 팀 김태형 두산 감독과 유쾌한 인터뷰를 마치고 김성근 한화 감독을 만나러 갑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12월 '송은범-배영수-권혁 입단식' 이후 처음입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쉽게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그라운드를 오가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선수들의 지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보통 감독과 비교해 약 한 시간여 늦게 사전 인터뷰가 시작됩니다.

선발 송은범! 김성근 감독이 28일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잠실구장 = 이성노 기자
선발 송은범! 김성근 감독이 28일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잠실구장 = 이성노 기자

취재진은 가벼운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선발 투수에 대한 질문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날 한화는 송은범을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올해 1승 5패로 부진하며 1군과 2군을 오가고 있는 송은범이지만, 두산전에선 강한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지난 5월 9일 두산전에서 5.1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묶은 바 있습니다. 취재진의 "의도된 선발 내정이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손사래를 칩니다. "어느 팀에 강하고 말고 그런 거 따질 상황이 아니다. 당장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가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 한화는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을 방출했고, 안영명은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입니다.

선발진이 붕괴한 상황에서 김 감독의 선택은 송은범이었습니다. 최근 2년 동안 KIA 타이거즈에서 5승 15패 5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7.34로 '평범한 성적표'를 받아든 송은범은 지난해 FA 자격을 취득하고 과거 'SK 왕조'를 함께 했던 김 감독과 함께 한화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투수 조련사 김 감독 아래서 부활을 노렸으나, 좀처럼 구위가 올라오지 않으며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화 팬들 역시 송은범은 '애증'의 대상입니다. 나란히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잠실벌을 찾은 양광모(24), 양병모(21) 형제는 김성근 감독의 '끈질긴 야구'에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갔으나 '송은범' 이야기엔 씁쓸한 미소를 짓습니다. '형' 광모 씨는 "최근 '혹사 논란'이 있긴 하지만, 한화는 작년까지 계속 꼴찌에 머물렀던 팀이다. 없는 살림에 쥐어짜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무턱대고 투수들을 등판시키진 않는 것 같다.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며 김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러면서 이날 선발로 등판하는 송은범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습니다. "거금을 주고 FA 영입했는데 분명 아쉬운 활약이다. 답답하다. 하지만 언젠간 부활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옆에 있던 '동생' 병모 씨 역시 송은범의 재기를 바라는 건 같은 마음입니다.

믿어요 은범 씨! 한화팬 양병모(오른쪽)-양광모 형제가 28일 잠실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잠실구장 = 이성노 기자
믿어요 은범 씨! 한화팬 양병모(오른쪽)-양광모 형제가 28일 잠실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잠실구장 = 이성노 기자

생일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장현수(30) 씨 역시 송은범의 초라한 성적표에 만족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장 씨는 "한화가 드디어 부활했다. 김 감독에 대한 지적도 많으나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누가 김 감독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라며 다소 격양된 어조로 말했습니다. 십년지기 '보살팬'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이어 송은범에게 다소 냉정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솔직히 김 감독과 조우하면서 부활할 거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KIA 시절과 비교해 나아진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찌 응원팀의 선수에게 등을 돌릴까요. 장 씨는 이내 "하지만 이번 등판이 기회다. 올해 두산에 강했다. 오늘(28일) 경기에서 호투한다면 본인에게도, 팀에게도 분위기를 반전할 기회가 될 것이다. 제가 겉으로는 그래도 언제나 송은범의 부활을 바라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한화맨! 송은범이 지난해 12월 배영수, 권혁(왼쪽부터)과 함께 한화 입단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성노 기자
한화맨! 송은범이 지난해 12월 배영수, 권혁(왼쪽부터)과 함께 한화 입단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성노 기자

김 감독 사전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실로 올라가던 도중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송은범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순간 지난해 한화 입단식 장면이 머리를 스쳐 갔습니다. 당시 "한화 이글스 투수 송은범 입니다. 김성근 감독님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감독님께 제 몸을 맡기겠습니다"며 부활을 다짐했던 송은범이 떠올랐습니다. 입단식 내내 해맑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마주한 송은범이었지요. 한화 팬들은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날 '송은범'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팬들의 바람이 송은범의 귓가에 들렸을까요. 이날 송은범은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10-2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올해 처음이자, 지난해 5월 11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무려 443일 만에 선발승을 챙기며 후반기 도약을 기대케 했습니다.

[더팩트ㅣ잠실구장 = 이성노 기자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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