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의 스포츠 뒤집기] 한국 스포츠 종목별 발전사-야구(4)
입력: 2015.05.16 08:00 / 수정: 2015.05.15 09:26
조선체육회 전조선야구대회. 1920년 7월 13일에 발족한 조선체육회가 전조선야구대회 청년단 우승팀에게 수여한 우승기. 위쪽에는 청년단야구대회(靑年團野球大會)가, 중앙에는 월계수와 우(優)가 새겨져 있다./문화재청
조선체육회 전조선야구대회. 1920년 7월 13일에 발족한 조선체육회가 전조선야구대회 청년단 우승팀에게 수여한 우승기. 위쪽에는 '청년단야구대회(靑年團野球大會)'가, 중앙에는 월계수와 '우(優)'가 새겨져 있다./문화재청

조선체육회는 1923년 5월 17일부터 사흘 동안 배재고보 운동장에서 11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제 4회 전조선야구대회를 열었다. 중학단에는 배재고보와 중앙고보, 휘문고보, 청년학관, 오산학교 등 5개 팀이 출전했다. 청년단에는 대구청년회와 서울구락부, 세브란스의학전문(오늘날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중앙체육단, 경성의학전문(오늘날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배재청년단 등 6개 팀이 참가했다. 이 대회는 참가 팀으로부터 참가금 10원씩을 받고 일반인 30전, 학생 10전의 입장권을 서울 견지동에 있는 삼광사에서 예매했다.

당시 물가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단성사(최근까지 영화관으로 사용됐다)와 우미관(드라마 ‘야인시대’에 등장한 곳) 등 서울 시내 영화관 입장료가 40~50전 정도였고 고급 만년필이 10전이었다.

2015년 시즌 현재 프로 야구 입장권 예매는 일반화돼 있지만 불과 20여년 전 만해도 예매 제도는 정착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등 빅 이벤트 때 경기장 매표소 앞에 팬들이 장사진을 이루는 게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래서 90여년 전 야구 경기 입장권을 예매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회는 고원훈 조선체육회 회장의 시구로 시작됐다. 뒷날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과 서울시장을 지내게 되는 윤치영, 조선체육회 창립 발기인의 야구인 가운데 한 사람인 이석찬이 이 대회 심판으로 나섰다.

이 대회 청년단 경기에서 또 일이 터졌다. 중앙체육단과 배재청년단의 경기 3회 말 17-4로 리드하고 있던 중앙체육단 공격 때 배재 응원단 측에서 중앙체육단 선수의 언동이 마땅치 않다고 소란을 피우자 윤치영 주심은 중앙체육단 주장 박석윤과 배재청년단 감독 마춘식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으나 양쪽에서 모두 퇴장 조치에 불복하고 장내는 오랫동안 난장판이 됐다. 배재 응원단 측의 소란이 더 심하다고 판단한 주심이 배재 응원단 전원에게 퇴장을 명하자 배재 측은 이에 불복하고 기권해 버렸다. 결승에서 중앙체육단은 대구청년회를 17-1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최린 회장이 이끄는 조선체육회 새 집행부는 1924년 5월 16일부터 이틀 동안 제 5회 전조선야구대회를 배재고보 운동장에서 열었다. 축구와 정구의 뒤를 이어 이 대회부터 소학단이 신설됐다. 이때쯤 뜨거워져만 가는 축구 열기에 비해 야구는 인기가 시들어 가고 있었다. 소학단과 중학단이 각각 3개 팀, 청년단에 4개 팀 등 모두 10개 팀만이 배재고보 그라운드에 섰다. 소학단에는 인천공립보통학교와 협성보통학교, 공옥보통학교 그리고 중학단에는 배재고보와 중앙고보, 휘문고보가 출전했다. 청년단에는 조선야구단과 대구청년단, 세브란스의학전문, 태화교청년단이 출전했다.

소학단 결승에서는 인천공립보통학교가 협성보통학교를 10-7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1907년 개교한 인천공립보통초등학교는 이후 일제 강점기 동안 인천창영공립보통학교, 인천창영공립심상소학교, 인천창영공립국민학교로 이름이 바뀌었고 1996년 오늘날의 교명인 인천창영초등학교가 됐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창영초등학교는 여전히 야구부가 있다. 미국 프로 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왼손 투수 류현진이 이 학교에서 야구를 배웠다.

중학단 결승에서는 배재고보가 22-2로 휘문고보를 크게 누르고 왕좌에 올랐다. 청년단 결승에서는 대구청년단이 10-3으로 조선야구단을 꺾고 우승했다. 1960, 70년대 경북고와 대구상고로 대표되는 대구 야구는 이때 이미 강한 전력을 보이고 있었다. <계속>

더팩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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