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88만원 세대'와 '88억원 프로야구 FA' 시대
입력: 2014.11.28 06:20 / 수정: 2014.11.27 18:02

장원준은 롯데의 88억 원 제의를 거절하고 FA 시장에 나오면서 일약 최대어로 떠올랐다. / 최용민 기자
장원준은 롯데의 88억 원 제의를 거절하고 FA 시장에 나오면서 일약 최대어로 떠올랐다. / 최용민 기자

[더팩트ㅣ이현용 기자] 대박 계약이 쏟아졌다. 7년 동안 노력한 프로야구 FA(자유계약) 선수들이 결실을 맺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장원준에게 88억 원까지 제의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FA 시장을 바라보는 '88만 원 세대'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

26일 FA 선수들의 원소속팀 협상이 끝이 났다. 400억 원(395억 5000만 원)에 가까운 돈 잔치가 벌어졌다. 최정은 SK 와이번스와 4년 총액 86억 원(계약금 42억 원, 연봉 11억 원)의 조건에 도장을 찍었다. 윤성환(4년 80억 원), 안지만(4년 65억), 김강민(4년 56억 원), 박용택(4년 50억 원) 등도 계약을 마쳤다.

원소속팀과 합의에 다다르지 못한 11명의 선수는 타 구단과 협상에 나선다. 최대어는 장원준이다. 장원준은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계약 기간 4년에 보수 총액 88억 원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마어마한 금액에 '억' 소리가 절로 난다.

◆ 제대로 가치 평가받는 FA 부러운 '88만 원 세대'

'88만 원 세대'는 FA 88억 시대가 부럽다. '88만 원 세대'는 경제학자 우석훈 내가꿈꾸는나라 대표와 박권일 칼럼니스트가 함께 쓴 책 제목이다. 88만 원은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인 119만 원에 20대의 평균 소득 비율 74%를 곱해서 나온 금액이다. 힘들게 사는 20대 청춘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단어다.

'88만 원 세대'는 자신의 목표를 갖고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현실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단순히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정당하게 겨루고 가치를 평가받을 '그라운드'가 없다.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지만 녹록지 않다. 7년간 흘린 땀과 노력을 누구나 알 수 있는 기록을 바탕으로 보상받는 FA들에 시위와 질투보단 부러운 감정을 느낀다.

◆ 상대적 박탈감에 씁쓸한 '88만 원 세대'

88억 FA 시대에 '88만 원 세대'는 씁쓸하다. FA 시장이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FA 선수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치솟고 있다. 이제 금액에 대한 감각이 가물가물해질 정도다. 머지않아 100억 원 계약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거짓말 같아 보이지 않는다. 88억을 벌기 위해서 88만 원 세대는 무려 1만개월(833년 4개월)을 일해야 한다. 과연 이 정도의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떨치기 힘들다.

FA 시장 과열은 지난 2011년 이택근(4년 50억 원), 2012년 김주찬(4년 50억 원)부터 기미를 보였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과열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강민호가 롯데와 75억 원에 계약하면서 FA 계약 최고액 자리를 차지했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한화 이글스와 각각 70억 원, 67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장원삼은 삼성 라이온즈와 50억 원에 사인했다. 9년간 최고액 자리를 지킨 심정수는 2년 사이 8위로 떨어졌다.

◆ 대박 계약에 영향받는 '88만 원 세대'

'88만 원 세대'는 어렵게 번 돈을 들고 '88억'짜리 선수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다. 과열된 FA 시장의 부담은 '88만 원 세대'에게 직접적인 영향도 미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창구인 야구장 티켓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야구장 티켓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1만 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자리는 외야석이 유일하다. 테이블석이라도 예매하는 날이면 자신도 모르게 망설이게 된다. 새롭게 책정될 티켓 가격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sporg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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