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의 스포츠 뒤집기]서울시 학생 야구 ‘전성시대’ 열고 있는데…
입력: 2014.08.21 09:23 / 수정: 2014.08.21 10:31

제 61회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청량중학교 선수들이 강정필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청량중학교 제공
제 61회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청량중학교 선수들이 강정필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청량중학교 제공


서울시 학생 야구가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열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등 각급 학교 야구 대회에서 고루 우승을 차지하는 특별한 기록을 세웠다.<표 참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서울 집중 현상이 이뤄지고 있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스포츠 분야, 특히 야구는 전통적으로 지방세가 강하다.

중·장년 야구 팬들에게 고교 야구 명문교를 꼽아 보라고 하면 김용희 최동원(작고)의 경남고, 양상문 김민호의 부산고, 선동열 이종범의 광주일고, 이선희 류중일의 경북고, 장효조(작고) 김시진 이만수의 대구상고, 김봉연 김일권 김성한의 군산상고 등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송진우 장종훈의 세광고와 한대화 정민철 구대성의 대전고도 있다. 조금 시간을 앞당기면 정민태 류현진의 동산고도 있다. 신세대 팬들이 좋아하는 야구 선수들 가운데에도 상당수가 지방 고교 출신이다. 물론 박노준 김건우의 선린상고 등 서울 지역 고교 야구 실력도 만만치는 않다.

고교 야구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와 중학교 야구도 서울과 지방이 고르게 발전해 왔다. 서울 집중 현상이 과도한 대학 야구만 빼고. 그런데 대학 야구도 이제는 서울이 힘을 쓰지 못한다. 지방 캠퍼스를 중심으로 등록지가 전국적으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서울시야구협회에 등록된 대학 야구부는 전국 30여개팀 가운데 고려대와 동국대,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등 5개 뿐이다.

지방 학생 야구가 얼마나 활성화됐는지는 1950~70년대에 펼쳐진 4도시고교초청야구대회를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4도시는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이다.

1974년의 경우를 보자. 4월에는 부산시야구협회가 주최한 제 17회 부산4도시고교야구대회, 5월에는 경북야구협회가 주최한 제 14회 문교부장관기쟁탈 대구4도시고교야구대회와 인천시야구협회가 주최한 제 1회 인천시장기쟁탈 4도시고교야구대회, 10월에는 경북야구협회가 주최한 제 8회 국회의장배쟁탈 전국6도시고교야구대회가 열렸다. 여기에서 6도시는 앞에 4도시에 대전과 군산이 추가됐다.

물론 그해에도 대통령배대회(5월), 청룡기대회(6월), 황금사자기대회(7월), 화랑기대회(7월), 봉황기대회(8월), 전국우수고교초청대회(9월) 그리고 10월 전국체육대회 등 전국 규모 대회가 개최됐다. 4월부터 10월까지 시즌 내내 고교 야구 대회가 전국적으로 열렸으니 그 무렵 고교 야구 열기를 짐작할 만하다. 경북고 같은 성적이 좋은 학교 선수들은 요즘의 프로 야구에 버금가는 경기를 치렀다.

그해에 이런 대회들에서 활약한 선수들은 임호균(인천고) 김시진 장효조(대구상고) 정진호(경북고) 강만식(광주일고) 조종규(군상상고) 차동열(경남고) 등 거의 모두가 지방 학교 학생들이다. 서울 지역 선수는 이제는 야구부가 없는 대광고의 선우대영 김용달 정도인데 두 선수는 지방 대회인 화랑대기대회에서 각각 우수투수상과 우수포수상을 받았다.

1982년 출범한 프로 야구에서 서울 구단이 우승한 사례가 1982년과 1995년 OB 베어스, 1990년과 1994년 LG 트윈스, 2001년 두산 베어스 등 5차례에 그친 것도 지방 야구 강세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수도는 아니지만 뉴욕(양키스)과 도쿄(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이런 가운데 올해 서울시 각급 학교 야구부가 전국 규모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주목할 만하다.

동국대학교(감독 이건열)는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등 3관왕에 올랐고 덕수고등학교(감독 정윤진)는 고교 야구의 선수권대회인 청룡기대회에서 인천고(1955년~1957년)에 이어 57년 만에 3연속 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1986년 대회를 비롯해 통산 5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청량중학교(감독 강정필)는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전국 선수권을 서울시가 모두 차지한 것이다.

초등학교 100여개와 리틀 150여개 등 전국적으로 250여개팀이 활동하고 있는 유소년 야구의 경우 지역별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지난달 4일 나주시에서 막을 내린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에는 전국 251개 초등학교와 리틀팀이 출전했다. 선수와 학부모 등 1만 명이 넘는 대회 참가자로 나주시는 한동안 야구 축제 분위기였다.

KBO는 대회를 원활하게 치르기 위해 몇 개의 리그로 쪼개 경기를 진행하는데 서울시의 경우 둔촌초등학교(감독 김희중)가 백두 리그에서 우승했고 가동초등학교(감독 김성훈)와 갈산초등학교(감독 강정학)가 서해 리그에서 공동 우승했다.

서울시 학생 야구가 이렇게 선전하는 건 서울의 야구장 시설을 보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서울시야구협회에는 초등학교 24개와 중학교 23개, 고등학교 15개, 대학부 5개 등 모두 67개 야구부가 등록돼 있다. 그런데 대학부와 고등부 일부 대회를 뺀 거의 모든 대회를 광진구에 있는 구의 구장에서 치른다. 올해 기준 구의 구장에서는 196일 동안 무려 598경기가 열린다. 잠실 구장과는 비교를 할 수 없는 많은 날짜와 경기 숫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2006년 동대문운동장 야구장이 철거되면서 지은, 이른바 대체 구장 가운데 쓸 만한 구장은 구의 구장과 공릉 구장 정도다. 공릉 구장은 노원구청에서 관리하면서 사회인 야구팀에 빌려 주기 때문에 학생 야구부가 사용하기 어렵다. 고척돔은 애초에 동대문운동장 대체 구장(개방형) 가운데 하나였지만 어찌하다 보니 지붕을 씌우게 됐고 이제는 프로 구단이 쓰는 쪽으로 얘기가 진행되고 있다.

거대 도시 서울에 학생 야구부가 사용할 수 있는 구장이 달랑 하나, 게다가 탈의실은커녕 샤워실과 화장실조차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시설의 더그아웃과 학부모들이나 겨우 관전할 수 있는 간이 스탠드 정도가 전부인 곳에서 일년 내내 경기가 열리고 있으니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할 수밖에. 어지간한 야구 팬이 아니면 구의 구장이 서울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올 시즌 서울시 각급 학교 우승 내용

제 10회 천안흥타령기 전국초등학교야구대회 가동초등학교
2014년 KBO총재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 백두 리그 둔촌초등학교
2014년 KBO총재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 서해 리그 가동초등학교· 갈산초등학교

제 61회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 청량중학교
2014년 KBO총재배 전국중학야구대회 감사 리그 자양중학교
2014년 KBO총재배 전국중학야구대회 행복 리그 강남중학교

제 69회 청룡기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 리그(전기) 왕중왕전 덕수고등학교
제 68회 황금사자기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 리그(후기) 왕중왕전 서울고등학교

제 7회 KBO총재기 전국대학야구대회 동국대학교
제 69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동국대학교
2014년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춘계 리그 동국대학교

더팩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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