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현장] LG 가을야구 마감한 날, 팬들은 유광점퍼 벗지 않았다
  • 이현용 기자
  • 입력: 2013.10.21 08:31 / 수정: 2013.10.21 08:32
LG의 한 팬의 주도로 시작된 뒤풀이 응원(위)은 가을축제로 바뀌었다. LG 팬들은 경기에 패했지만, 끝까지 팀을 응원하며 슬픔을 이겨냈다. / 잠실=이현용 인턴기자
LG의 한 팬의 주도로 시작된 '뒤풀이 응원'(위)은 '가을축제'로 바뀌었다. LG 팬들은 경기에 패했지만, 끝까지 팀을 응원하며 슬픔을 이겨냈다. / 잠실=이현용 인턴기자


[잠실=이현용 인턴기자] 11년 만의 '가을 야구'는 단 5일 만에 끝났지만, LG 팬들은 유광점퍼를 벗지 않았다.

LG 트윈스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에서 1-5로 져 1승3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하지만 LG 팬들은 경기 후에도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힘찬 응원으로 슬픔을 극복했다. 한 해 동안 감동의 드라마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보내는 팬들의 노래는 늦은 저녁까지 잠실벌을 달궜다.

경기가 끝나고 종합운동장역 주변은 패배를 술로 달래는 LG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숨을 내 쉬며 말없이 술잔을 드는 팬, 경기에 대해 분석하는 팬, 내년을 예상하는 팬 등 다양한 모습이었다. 그 안에 있던 김남훈(31)씨는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하지만 아쉽다. 그래도 내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술 한잔 하고 털어버리려 한다"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옆에 있던 이시운(31)씨는 "솔직히 패해서 화가 난다. 오래 기다린 만큼 기대가 컸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LG 팬들이 유광점퍼를 입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잠실=이현용 인턴기자
경기가 끝나고 LG 팬들이 유광점퍼를 입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잠실=이현용 인턴기자


이때 축 처진 분위기에서 한 팬이 벌떡 일어나 크게 외쳤다. "우리 선수들 잘해 줬는데, 힘냅시다! 무~적 LG!." 순식간에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너도나도 목소리 높여 기운을 내기 시작했다. 응원소리는 점점 커졌고 그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LG 팬들은 선수들 응원가를 부르며 '화'를 '흥'으로 바꿔 갔다. 두산을 대파하라는 뜻으로 진짜 '대파'를 들고 왔던 한 팬은 의도치 않게 모인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다. 이내 분위기는 밝아졌다. 응원에 동참한 전지현(26)씨는 "화가 났는데 뭔가 풀리는 거 같다. 이 열정으로 내년엔 꼭 더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며 웃음 지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LG 팬들은 짧았던 가을 야구의 여운을 맘껏 즐겼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팬을 보고 "삼성, 화이팅! 꼭 이겨요"라고 외치기도 했고, 두산 팬들이 응원가를 외치자 잠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모든 것들이 포스트시즌 진출 팀의 팬들만이 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었다. 해가 지기 전에 끝을 맺은 LG의 가을 야구는 쌀쌀한 저녁까지 유광점퍼와 함께 하는 팬들의 '가을 축제'로 외롭지 않았다.

sporg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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