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이끈 '유럽발 돌풍'에 이탈리아가 힘을 보탰다. 이탈리아는 8일 열린 1라운드 D조 멕시코와 첫 경기에서 짜릿한 6-5 역전승을 거뒀다. 개막 전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은 이변이었다. 하지만 잠시 불어닥친 바람이 아니었다. 돌풍은 이내 태풍으로 번져 강호 캐나다마저 삼켰다. 게다가 8회말까지 14-4로 앞선 콜드게임승(7회 이후 10점 차 이상)이었다. 2연승을 달린 이탈리아는 사상 첫 2라운드 진출이 유력해졌다.

대회를 전망한 언론과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탈리아를 D조 최약체로 꼽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랐다. 이탈리아는 조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했던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 결코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뽐냈다. 멕시코전에서는 4-5로 뒤져 있던 9회초 '월드시리즈 마무리' 세르지오 로모를 무너뜨리고 짜릿한 역전승을 거머쥐었고, 캐나다를 상대로는 장단 17안타를 몰아쳐 캐나다 마운드를 마음껏 두들겼다.

1,2회 대회에서 모두 2라운드에 진출했던 멕시코는 졸지에 탈락 위기에 몰렸다. 1패를 떠안은 상태로 9일 우승후보 미국과 만나면서 더욱 부담을 안게 됐다. 게다가 미국의 선발로는 지난 시즌 20승6패 평균자책점 2.73의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거머쥔 '환상의 너클볼러' R.A. 디키가 나선다. 이탈리아의 돌풍에 휘말려 2라운드로 향하는 길이 매우 험난해진 꼴이다. 이탈리아에 대패한 캐나다도 이닝별 점수 득실률에서 크게 밀려나면서 2라운드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디펜딩 챔피언' 일본도 하마터면 태풍에 휘말릴 뻔 했다. 일본은 브라질과 1라운드 첫 경기에서 7회까지 2-3으로 끌려가 패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막판 뒷심을 발휘해 5-3 역전승을 거두긴 했지만 경기 내내 브라질의 삼바 리듬에 혼쭐이 난 경기였다. 비록 브라질은 2,3차전에서 쿠바와 중국에 연달아 패해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지만, 첫 경기에서 일본을 잡았더라면 2라운드 진출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었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의 '유럽발 돌풍'에 브라질까지 만만치 않은 기량을 뽐낸 WBC는 더 이상 '만년 강자'가 지배할 수 없는 무대가 됐다. 다른 의미로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베네수엘라, 일본 등이 이끄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로 거듭날 가능성을 보였다. 축구 강국들의 '야구계 반란'은 팬들의 관심 부족을 우려했던 WBC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yshal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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