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 쇼크! 현실 직시하고 재도약 발판 삼자
  • 이웅희 기자
  • 입력: 2013.03.07 10:49 / 수정: 2013.03.07 10:49

WBC 대표팀 선수들이 5일 대만전을 마친 뒤 2라운드 진출 좌절에 허탈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오고 있다. 타이중(대만) | 박성일기자sungil@sportsseoul.com
WBC 대표팀 선수들이 5일 대만전을 마친 뒤 2라운드 진출 좌절에 허탈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오고 있다. 타이중(대만) | 박성일기자sungil@sportsseoul.com

한국이 제 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짐을 쌌다. 기대 밖의 굴욕이다. 2006년 1회 대회에서 4강에 진출했고, 2009년 준우승 신화까지 작성한 한국은 4년 만에 열린 이번 대회에서 몰락했다. '타이중(대만) 쇼크'다. 2006년과 2009년 신경세포를 자극했던 짜릿한 기억의 재현을 기대했던 한국 팬들의 실망감은 더 컸다. 불붙은 야구 열기에 자칫 찬물이라도 끼얹는 게 아닐까 야구인들과 관계자들의 걱정어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주축 선수가 대거 불참해 역대 최약 전력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놓고 보면 단순히 이전보다 약해진 전력 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 프로야구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며, 경기력은 이전 대회 때보다 뒷걸음질쳤다. 그러는 사이 대만과 네덜란드, 브라질 등 야구변방들은 뜀박질을 하며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현주소를 직시해야 도태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선 햄릿처럼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과대 포장된 겉옷을 벗어던지고 독한 마음으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지금의 실패를 미래의 성공으로 이끈 자양분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야구 열기 도취, 실력은 ↓

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최고의 흥행과 함께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9구단에 이어 10구단까지 창단됐다. 800만 관중을 넘어 1000만 관중시대 도래까지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뜨거운 열기에 도취한 것일까. 프로야구 수준은 정체 혹은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야구계 원로들을 비롯한 야구인들은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의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근래 프로야구를 보면 실책성 플레이와 에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WBC 전력분석에 나섰던 한국야구위원회(KBO) 김인식 기술위원장 역시 "일본에서 돌아온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의 성적이 우리 야구의 수준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프로야구계의 잦은 감독 교체로 인해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하면서, 프로야구 수준은 오히려 뒤떨어지고 있다. 1라운드 B조 3경기를 되돌아봐도 수비 실책, 주루 미스, 공격 대응력 미숙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게 프로야구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이번 대회뿐 아니라 한국은 지난해 세계청소년대회, 아시아선수권, 야구월드컵에서도 4강 진입에 실패했다. 안방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에서도 삼성과 롯데가 예선 탈락해 들러리 신세가 됐다.

반면 대만, 네덜란드, 중국, 브라질 등의 야구 수준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는 한국을 5-0으로 꺾었고, 대만은 네덜란드를 잠재웠다. 대만은 한국과의 맞대결을 통해 공.수 짜임새에서 오히려 한국을 압도했다. A조 브라질은 미국의 선진야구 도입을 꾀하고 있는 중국에 패했고, 일본은 야구를 가르쳐준 브라질을 상대로 패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쿠바 역시 브라질에 혼쭐이 났다. 세계 야구는 빠르게 평준화되고 있다.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열기에만 도취돼 있으면 언제든 덜미를 잡힐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타이중 쇼크, 흥행 악영향?

WBC 1라운드 탈락은 당장 프로야구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는 9일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있는 KBO는 '타이중 쇼크'의 여파를 걱정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숨을 죽이며 상황을 살피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초 불거진 일부 선수들의 경기조작 가담 충격도 딛고 일어섰다. 팬들은 스포츠정신을 위배한 경기조작 행위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삼삼오오 경기장을 찾으면서 700만 관중을 돌파할 수 있었다. 올해 역시 WBC 부진 악재에도 관중몰이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설사 야구팬들이 외면을 하지 않더라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더욱 기본에 충실하며 경기력을 높이는데 노력을 경주해야할 것이다. 그 게 끝까지 믿어주는 팬들에 보답하는 길이다.

국제대회 유치 등 국제야구 외교에도 힘써야 하고, 돔구장 건설 등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 1, 2회 대회 당시 일본 도쿄에서 예선라운드를 벌였고, 이번 대회에는 대만이 가세했다. 대만은 홈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 힘입어 네덜란드와 호주를 꺾고, 한국을 상대로도 경기 종반까지 선전했다. 이제 아시아 야구 3국 가운데 WBC를 유치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뿐이다. 이번 대회 1라운드가 대만과 일본에서만 열리는 이유는 날씨 탓이다. 대만은 한국보다 따뜻하고, 일본은 많은 돔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이 11월부터 3월초까지 오프시즌 동안 국제대회를 유치하려면, 돔구장이 필요하다. 서로 미루지 말고, 모두 뜻을 모아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설 때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비온 뒤 땅을 어떻게 다지느냐에 따라 미래 농사가 달려있다.

이웅희기자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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