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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슬램, 우리가 해 내겠습니다."
세계제패를 노리는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12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1차 격전지인 대만으로 떠났다. 출국장에 들어선 선수들은 "대만에서 딱히 할 일이 있겠는가. 이기는 일 밖에 없다. 그 이후에는 일본을 거쳐 우승을 노리는 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2006, 2009년 WBC 모두 4강진출의 신화를 쓴 대표팀은 그래서 올해 모토를 '그랜드슬램'으로 정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WBC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는 포부가 담긴 슬로건이다. 주장 진갑용(삼성)은 "국민들의 기대치가 최소 4강이다. 기대에 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서재응은 "국민들의 기대치는 '못해도 4강'이다.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도 우리는 다른나라에 없는 끈끈함이라는 무기가 있다. 조금씩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래서 선수들끼리 '돌아가며 미치자'를 모토로 삼았다.
이번 대표팀은 '역대 드림팀(프로선수로만 구성된 대표팀) 중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극마크를 단 28명의 전사들 모두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선수 구성이 흥미를 자극한다. 국제대회 때마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이승엽을 필두로 철벽 마무리 정대현(롯데) 오승환(삼성) 등 한국시리즈를 포함한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대거 포진됐다. 이들은 국제경험도 많아 결정적인 순간에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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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위 '해 줄 선수들'만으로는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 그래서 '미친 선수'가 매 경기 등장해야 한다. 진갑용이 이번 대표팀의 슬로건을 "돌아가며 미치자"고 말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준우 손아섭(이상 롯데) 노경은(두산) 김상수(삼성) 등 초보 태극전사들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다. 진갑용은 "아직 미팅 한 번 안해봤지만 선수들 얼굴을 보니 다들 준비를 상당히 잘한 것 같다. 분위기가 뭔가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투수조 맏형인 서재응은 "대표팀은 매 대회마다 '미친놈'이 나왔다. 이번에는 노경은이 미치지 않을까 싶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초보 태극전사들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선발출장을 하지 않을 예정이니 마음 비우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상수는 "아무생각 없이 형들 하는 거 보고 배울 예정이다. 선발로 경기에 나갈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그라운드에 나가기만 하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며 웃었다. 팀내 유일한 우타 외야수인 전준우도 "생각만큼 긴장되지는 않는다. 나름대로 상대팀 전력도 분석했는데 마음의 준비는 끝났다. 내가 미쳐도 되고, (손)아섭이가 미쳐도 된다. 벤치멤버 중 미치는 선수가 많으면 경기를 풀어가는 데도 도움이 되고, 팀 전체의 자신감도 높아질 것이다. 언제든 미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했다.
'돌아가며 미치'기로 작정한 대표팀이 퍼펙트 우승의 신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인천공항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