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엽 기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롯데 백업 포수 용덕한(31·롯데)이 불방망이를 꺼내들었다. 자신의 친정팀 두산을 상대로 결승포를 작렬하며 팀의 준플레이오프(이하 준PO) 2연승을 이끌었다. 전날 부상한 주전 포수 강민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긴급' 투입된 용덕한이 큰 활약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 이들은 많지 않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친정팀에 비수를 꽂으며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두산과 '악연'을 반드시 끊고자하는 롯데에 '승리의 향기'가 나는 듯하다.
용덕한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간과 원정 경기에서 8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해 1-1로 맞선 9회초 전날 준PO 1차전에서 박준서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허용한 홍상삼의 4구째 시속 146km짜리 직구를 강타해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빼어난 활약을 보이며 팀의 2-1 승리를 이끈 용덕한은 전날에도 7회말 수비 도중 눈을 다친 강민호를 대신해 긴급 투입돼 팀의 8-5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5-5로 맞선 연장 10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2루타를 때려냈다. '운 좋게' 잡은 출장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팀 승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한 방'을 연일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가을의 사나이' 용덕한은 지난 6월 투수 김명성과 1대1 트레이드되며 9년 동안 정든 두산 유니폼을 벗었다. 올 시즌 5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3푼6리에 1홈런, 6타점에 그쳤지만, '가을 잔치'가 시작되자 3년 전 포스트 시즌부터 새긴 '롯데와 추억'을 다시 끄집어냈다. 두산에서 뛴 2009년 롯데와 준PO 4차전 3회초 2사 만루에서 3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냈고, 2010년 롯데와 준PO 시리즈에서는 타율 6할6푼7리와 4타점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두산에서 롯데를 잡던 용덕한이 롯데에서 두산을 울리고 있는 '묘한' 상황이 두 팀의 대결 구도를 더욱 흥미롭게 하고 있다.
양승호 감독은 경기 후 "1차전 박준서, 2차전 용덕한 등 큰 기대를 걸지 않은 선수들이 잘해줘 고맙다. 판이 잘 짜이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강민호 본인은 이틀만 쉬면된다고 했지만, 병원측에서는 5일 정도 휴식을 권했다"고 덧붙였다. 용덕한은 "친정 두산을 상대로 활약한 것을 주목하기 보다는 내가 지금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을 떠나 '롯데맨'이 돼고 있는 용덕한이 오는 11일 사직에서 펼쳐지는 준PO 3차전에서 또다시 친정팀에 비수를 꽂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날 강민호는 "(용)덕한이 형 별명이 '가을전어다. 형을 믿고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을만 되면 '미치는' 용덕한의 타격감을 믿는 다는 얘기다. 팀 동료들의 신뢰를 '한 방'으로 보답한 용덕한이 두산과 악연을 끊어주기를 많은 롯데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과거 자신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장본인이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떨칠 열쇠를 쥐고 있기를 바라는 눈치다. 1995년 OB(두산의 전신)와 한국시리즈에서 3-4로 져 준우승, 2009년과 2010년 준PO에서는 각각 1승 뒤 3연패, 2연승 뒤 3연패로 PO진출에 실패하는 등 두산과 맞붙은 포스트시즌에서 3전 전패를 당한 롯데는 이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이번 기회에 기필코 끊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