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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깜찍한 '곰돌이 머리띠'를 두르고 잠실구장을 찾은 두산 팬 최정아씨. / 유성현 기자 |
[잠실=유성현 기자]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야구계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프로야구 출범 30년 만에 600만 관중을 돌파한 지난해에는 여성 관중이 10명 가운데 4명에 이를 정도로 흥행 몰이에 큰 몫을 했다. 다른 종목보다 어려운 경기 규칙과 긴 관람 시간 때문에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프로야구가 이제는 여성의 주요 문화생활로 자리를 잡았다. 연일 매진 사례를 이어 가고 있는 올해 야구장에서도 여성들의 응원 열기는 뜨겁다. 웬만한 남자들보다 더 깊은 야구 지식과 열정을 가진 여성 팬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더팩트>은 야구장 안팎에서 '야구에 사는 여자', 이른바 '야생녀'를 만나 그들의 뜨거운 '야구사랑'을 느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이번 주 '야생녀'의 주인공은 두산 베어스의 열혈 팬 최정아(20·서울 송파구)씨다.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넥센전을 보러 온 최씨는 깜찍한 '곰돌이 머리띠'를 두르고 열띤 응원을 펼쳐 많은 팬들 가운데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비록 야구를 좋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풋풋한 대학생이지만, 남자친구와 응원팀이 달라도 "오직 두산"을 외치는 그에게는 야구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멋진 시구로 '제2의 홍드로'에 도전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 야구를 좋아한지는 얼마나 됐나?
지난해 5월쯤 친구 손에 이끌려 처음 야구장을 찾았다. 마침 그 경기가 두산하고 LG의 서울 라이벌전이었다.(웃음) 두산 응원석에 앉았는데 그땐 야구보다도 응원이 정말 재미있더라. 라이벌전이다 보니 열기도 정말 뜨거웠다. 그리고 제 주위에 야구선수와 결혼하는 게 꿈일 정도로 열성적인 야구팬이 있다.(웃음) 그래서 더 야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 평소에 누구와 함께 야구장을 찾는지.
친구들이랑 종종 온다. 남자친구는 있는데, 사귄 지 며칠 되지 않아서 같이 야구장에 온 적은 없다.(웃음) 남자친구는 롯데 팬인 것 같던데 TV로 자주 야구를 보더라. 근데 응원하는 팀이 달라서 같이 야구장에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웃음)
- 만약 남자친구가 같이 롯데를 응원하자고 한다면?
음….(잠시 고민하더니) 그래도 마음이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웃음) 물론 경기를 같이 볼 수는 있겠다. 그래도 응원하는 팀이 달라서 야구장은 친구들이랑 오는 게 더 편할 수도 있겠다.(웃음) 야구 보는 것 만큼은 누구와 함께 해도 즐거운 것 같다.
- 야구는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경기 규칙을 익히기가 꽤 어렵지 않나?
아직도 야구 룰에 대해서는 완벽히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저는 원래 축구를 더 좋아했다. 여자치고는 축구를 잘했다.(웃음) 중학교 축제 때 여자 대표로 나가서 골도 넣어 봤는데 기분이 정말 짜릿하더라. 그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지루할 것 같아서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근데 지난해 야구장을 찾은 이후로 생각이 바뀌었다. 야구는 정말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스포츠인 것 같다.
- 운동신경이 좋다면 야구도 직접 해보는 것도 즐거울 텐데.
배팅 연습장에서 배트도 휘둘러 봤는데 정말 무겁더라.(웃음) 소질이 없는지 공을 제대로 못 맞췄다. 야구공은 몇 번 던져봤는데 원하는 곳으로 공이 잘 안 가더라.(웃음) 그래도 자꾸 해보니 재밌었다. 예전에 소녀시대 윤아가 시구를 하는 걸 봤는데 정말 예뻐 보였다. 저도 '홍드로' 홍수아처럼 멋지게 던져보고 싶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시구는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 야구만의 매력을 꼽는다면?
야구도 재밌지만 응원이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앞에서 응원단장과 치어리더 분들이 흥을 돋우니까 도저히 신나지 않을 수가 없다. 응원 막대도 몇 번 터뜨린 적도 있다. 그렇게 정말 열심히 응원하니까 주위 아저씨들이 치킨도 사주시고 그러더라.(웃음)
- 어떤 선수가 활약할 때 목소리가 가장 커지나?
오재원 선수다. 외모가 섹시하다.(웃음) 경기할 땐 관중석까지 집중하는 게 느껴져요. 투지도 넘치는 것 같다. 예전에 한번은 경기 끝나고 주차장에서 기다려서 사인도 받고 악수도 했다. 정말 멋있는 것 같다.(웃음)
- 마지막으로 응원팀 두산에 바라는 점?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성적도 좋으면 바랄 나위가 없겠다.(웃음) 앞으로도 열심히 응원할테니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