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초 50%대에서 100일도 되지 않아 20%대로 곤두박질친 뒤 10개월간 횡보했다. 취임 1년을 앞둔 오늘날엔 이마저도 위태롭다. /국회사진취재단 |
"저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같이 약속했다. 대통령 집무실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겼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였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인사, 외교, 대북관계, 야당과의 협치는 물론 대통령 부인의 역할도 조용한 내조로 바꾸겠다며 제2부속실도 폐지했다. 그로부터 1년, 윤 대통령의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또, 청와대는 과연 국민의 품으로 들어왔을까. <더팩트>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윤 대통령의 국민과 약속을 총 9회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초 지지율은 50%대에서 100일도 되지 않아 20%대로 곤두박질쳤다. 반등은 없었다. 지지율은 10개월간 20~30%대를 횡보했다. 취임 1년을 맞은 현재, 이마저도 위태롭다. 대통령 지지율은 국민 신뢰와 궤를 같이 한다. 지지율이 하향세를 보이면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고, 하락한 지지율이 답보를 계속한다면 신뢰가 붕괴되고 있다는 경고로 통한다. 윤 대통령의 1년 지지율 추이가 뼈아픈 이유다.
◆정부 흔든 대통령 부부 '사적' 논란...지지율 추락
취임 초 윤 대통령의 52% 지지율을 24%까지 주저앉힌 건 대통령 부부의 사적 논란이었다. 시작은 김건희 여사였다. 김 여사는 지난해 6월 첫 단독 공식 일정으로 경북 봉하마을을 찾을 당시 지인 3명을 수행원으로 썼다. 이들은 모두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출신으로 1명은 민간인, 나머지 2명은 대통령실에 채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김 여사는 지난 대선 기간 '조용한 내조'를 국민 앞에 약속했지만, 자신의 지인들을 대통령 배우자 공식 일정에 동행하도록 하면서 애초 공언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 첫 '데드크로스(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 보다 높음)' 역시 그랬다. 지난해 7월 윤 대통령 부부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순방에 사적 인연이 있는 민간인을 동행하도록 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부인 신 모 씨는 김 여사 일정을 수행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 전용기로 귀국해 파문이 일었다. 이어 같은 해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 2명의 아들이 나란히 대통령실에 채용된 것으로 밝혀져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했을 때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인테리어 업체 대표가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특혜 논란이 일었다. 해당 업체는 과거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후원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은 "후원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이미 대통령 부부를 중심으로 관련 논란이 지속된 만큼 지지율 추락은 불가피했다.
◆'바이든'과 '날리면', 지지율 최저치 24%...업무개시명령은 '호평'
추석 연휴를 지나 잠시 반등했던 지지율은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사태로 다시금 최저치로 추락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 주재 글로벌 펀드 재정공약 회의 직후 수행원들에게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이 쪽팔려서 어떡하냐"라고 발언했다. 대통령실은 '이 XX들'은 미국이 아닌 한국 국회를 향한 것이고,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를 보도한 MBC가 대통령 발언 왜곡에 앞장서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지지율 하락 국면에 봉착했다. 당시 윤 대통령의 사과 표명 없이 책임 소재 파악에 집중했던 탓에 여론의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윤 대통령은 결국 참사 발생 엿새 만에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처음으로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도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재차 사과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인 때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불법과 타협하지 않겠다"며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업무개시명령 시행은 2004년 참여정부 당시 관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초였다. 윤 대통령은 이어 철강, 석유화학 분야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당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요인이 '노조 대응'이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윤 대통령의 원칙 대응이 여론의 호평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첩첩산중' 전대 개입 논란 넘어...제3자 변제안과 '日 무릎' 발언
윤 대통령 지지율은 '여당 전당대회 개입 논란'과 맞물려 악영향을 받았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당 대표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들을 차례로 저격해 여론의 역풍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하며 당권 출마를 암시하자 그가 겸하고 있던 직까지 모두 해임 조치했다. 또 대통령실은 여당 전대가 사실상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전대로 흘러가는 형국에 안철수 의원의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발언을 콕 집어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성토하기도 했다.
최근 두 달 사이 지지율 하락은 모두 외교 분야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지난 3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하며 한일 관계 정상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후 일본은 강제동원을 부인했고,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이) '무조건 무릎 꿇어야 한다'는 것은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7일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다는 게 제 솔직한 마음"이라며 사과와 반성은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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