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 ①] 靑→용산 '도어스테핑'에서 '선택적 소통'으로
입력: 2023.05.09 00:00 / 수정: 2023.05.09 10:27

'소통' 강조하며 헌정사 첫 '대통령 집무실' 이전 강행
6개월 만에 '보편적 소통' 멈춤…'용두사미' 소통 행보


지난해 11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마지막 도어스테핑. 이날을 끝으로 도어스테핑은 열리지 않았다. 도어스테핑이 열리던 자리에는 기자들이 대통령실 청사를 출입하는 윤 대통령을 볼 수 없게 가림벽이 세워졌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해 11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마지막 도어스테핑. 이날을 끝으로 도어스테핑은 열리지 않았다. 도어스테핑이 열리던 자리에는 기자들이 대통령실 청사를 출입하는 윤 대통령을 볼 수 없게 '가림벽'이 세워졌다. /대통령실 제공

"저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같이 약속했다. 대통령 집무실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겼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였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인사, 외교, 대북관계, 야당과의 협치는 물론 대통령 부인의 역할도 조용한 내조로 바꾸겠다며 제2부속실도 폐지했다. 그로부터 1년, 윤 대통령의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또, 청와대는 과연 국민의 품으로 들어왔을까. <더팩트>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윤 대통령의 국민과 약속을 총 9회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정부와 역대 정부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대통령이 머물고 일하는 '공간의 변화'다. 광복 이후 이승만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있던 청와대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그 기능을 상실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옛 국방부 청사)로 이전했다. 관저는 당초 육군참모총장 관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너무 낡았다는 이유로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틀었고, 리모델링 공사를 한 뒤 지난해 11월 입주했다.

◆취임과 동시에 '소통 강조'하며 '대통령의 공간' 변화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었던 지난해 3월 20일 직접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청와대를 벗어나는) 결단을 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언제든지 지켜볼 수 있다는 자체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주요 명분으로 제시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대통령의 말처럼 공간의 변화가 의식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도어스테핑'(대통령 출근길 문답)을 꼽으면서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미흡한 게 있어도 '계속되는 과정'에서 국민들께서 이해하시고 또 미흡한 점들이 개선돼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대통령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이날 이후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해 8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대통령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이날 이후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아울러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심을 가장 정확하게 읽는 언론 가까이에서 제언도, 쓴소리도 잘 경청하겠다.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이번 기자 간담회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자주 여러분 앞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헌정사상 첫 출퇴근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취임 후 6개월간만 볼 수 있었다. 윤 대통령 취임 둘째 날부터 11월 18일까지 61차례 진행된 도어스테핑은 대통령실과 MBC와의 누적된 갈등, 대통령실 한 참모와 MBC 기자의 공개적인 충돌을 명분으로 6개월 만에 중단됐고, 다시는 열리지 않았다. 도어스테핑이 있던 공간에 세워진 나무로 된 가림벽은 최근 더 단단한 대리석으로 바뀌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대통령은 언론에 자주 나와 기자들로부터 귀찮지만 자주 질문을 받아야 하고 솔직하게 답해야 한다"며 "취임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 1회 정도 기자들을 기탄없이 만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의 유효 기간은 취임 후 6개월까지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는 "국민이 궁금해하면 언제든지 기자들과 만나겠다"며 "제가 직접 (기자실이 있는) 1층으로 가서 최대한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 1년간 기자실을 방문한 것은 두 차례뿐이었다.

◆도어스테핑 6개월 만에 중단…지난 1년 기자회견은 '1회' 개최

지난해 8월 17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끝으로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맞는 신년에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갖는 관례가 시작된 이후 취임(당선) 후 첫 신년에 대통령이나 당선인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경우는 전두환 씨,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윤 대통령이 세 번째다.

이 중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첫 신년에 기자회견보다 더 활발한 소통인 '국민과의 대화'를 했기 때문에 실제로 윤 대통령과 비슷한 첫 신년 기자회견 미개최 사례는 전 씨와 윤 대통령이 '유이'하다.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윤 대통령의 소통은 '선택적'으로 변했다. 취임 첫해 신년에는 '조선일보'와만 인터뷰를 가졌다. 또한 취임 1주년 기자회견도 생략했다. 결국 대통령 집무실까지 이전하면서 강조한 '소통 강화'는 1년 만에 '용두사미'에 그친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깜짝 오찬 간담회를 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깜짝 오찬 간담회를 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대신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이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을 앞두고 사전에 어린이정원을 투어한 뒤 마련된 오찬에 깜짝 등장해 처음으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이 기자단과 대면한 것은 지난해 11월 18일 마지막 도어스테핑 이후 165일 만이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겠다"며 "(기자들이) 너무 많으면 대화하기도 어려우니까 조금씩 나눠 가지고 자리를 한 번, 인원이 적어야 김치찌개도 끓이고 하지 않겠나. 몇백 그릇을 끓이면 맛이 없다"고 간담회 자리를 자주 갖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앞선 소통 행보를 돌아보면 이 약속이 앞으로 계속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지난달 말 사단법인 생활정치연구소와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위기의 민주공화국: 윤석열 정권 1년의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문재인 행정부와 다르게 빈번한 소통을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과 같은 연정을 강조했지만, 그간 1년을 돌아보면 이 목표는 실제 실행된 현실과 너무나 괴리됐다"며 "진영을 넘어 관철되는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니라 법을 활용한 자의적 통치(Rule By Law) 및 정치 과정을 무시한 결단주의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처음엔 도어스테핑도 하면서, 소통을 잘한다고 볼 여지가 많았다"라면서도 "지금은 소통을 잘 안 하고 있다. 기자회견은 많이 할수록 좋은데,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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