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는데 포신이 이쪽을…" 애기봉서 포착된 북한 자주포 [오승혁의 현장]

  • 오승혁 기자
  • 입력: 2026.10.27 16:49 / 수정: 2026.10.27 16:49
27일 북한 자주포 보이는 애기봉 스타벅스 찾아
선명하게 보이는 북한 마을 속 무기
27일 오승혁의 현장은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를 찾았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북한 마을에서 자주포로 추정되는 무기의 포신이 한국을 향하고 있다. /경기 김포=오승혁 기자
27일 '오승혁의 현장'은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를 찾았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북한 마을에서 자주포로 추정되는 무기의 포신이 한국을 향하고 있다. /경기 김포=오승혁 기자

[더팩트|경기 김포 애기봉=오승혁 기자] "아니, 우리 어릴 때 살던 동네 그대로네…."

27일 ‘오승혁의 현장’은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를 찾았다. 강 건너 북한 개풍군을 내려다보던 한 중장년 관람객이 나지막이 혼잣말을 건넸다.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추수가 끝난 누런 논밭 사이로 흰색 공동주택과 낡은 단층 가옥들이 흩어져 있었다. 망원 렌즈를 당기자 굽이진 흙길을 걸어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잡혔다.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을 보내고 있었지만, 마을 뒤편 붉은 간판에 적힌 ‘혁명’이라는 흰색 구호는 이곳의 체제를 또렷이 알리고 있었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이북에 자리한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신분증 확인과 검문을 거쳐야 닿을 수 있다. 이곳 전망대와 북한 개풍군 사이 최단 거리는 1.4㎞ 남짓이다.

전망대에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강풍이 불었다. 외투 깃을 바짝 세운 관람객들은 손으로 모자를 눌러쓴 채 망원경 앞에 줄을 섰다. 스마트폰 화면을 최대로 확대해 사진을 찍거나, 아이 손을 잡고 강 건너 마을을 가리키는 부모들의 모습도 보였다.

27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경기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선전 마을. /경기 김포=오승혁 기자
27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경기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선전 마을. /경기 김포=오승혁 기자

전망대 2층에는 ‘북한이 보이는 카페’로 알려진 스타벅스가 들어서 있다. 커피를 손에 쥔 관람객들은 통유리창 너머 개풍군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눴다.

그러나 이날 현장 취재진과 관람객의 시선은 한 지점에 쏠렸다. 북측 산자락 나무 틈 사이로 자주포로 추정되는 군사 장비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포신으로 보이는 구조물은 애기봉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취재진의 삼각대와 망원렌즈가 일제히 같은 곳을 겨눴다. 이를 지켜보던 한 관람객은 "설마 진짜 쏘겠냐"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지만, 현장의 공기는 일순 굳어졌다. 커피 한 잔을 든 시민들과 조강 건너편 북한의 포신이 마주한 장면은 이곳이 분단의 최전선임을 환기했다.

27일 경기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본 북한 주민들의 모습. /경기 김포=오승혁 기자
27일 경기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본 북한 주민들의 모습. /경기 김포=오승혁 기자

이날 전망대에서 오간 대화는 안보 불안보다 '체제의 격차'에 더 가까웠다.

북한 마을을 한참 바라보던 한 중장년 관람객은 "이제 와서 통일해도 저 동네랑 우리를 보면 차이가 너무 크지 않냐"며 "차라리 전쟁 없이 각자 이대로 사는 게 현실적일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당위로서의 통일보다 반세기 넘게 벌어진 삶의 격차를 실감한 데서 나온 반응이었다.

애기봉은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고지전이 벌어졌던 군사 요충지다. 격전지였던 자리에서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고, 강 건너 흙길을 걷는 주민들의 일상을 응시한다. 1.4㎞의 강폭은 가깝지만, 두 공간이 품은 시간의 거리는 아득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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