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서 왜 한푸를?"…'왜곡 논란' 불붙은 경복궁 골목 걸어보니 [오승혁의 현장]

  • 오승혁 기자
  • 입력: 2026.10.21 00:00 / 수정: 2026.10.21 00:00
한푸, 기모노 등장에 문체부 '올바른 한복' 캠페인 착수
현장 대여점 상인 "우린 한복만 취급"
최근 한푸, 기모노를 입고 경복궁에 간 외국인들의 논란이 SNS에서 퍼지는 가운데 서울 종로의 한 거리에 한복문화주간 홍보 포스터가 걸려있다. /서울=오승혁 기자
최근 한푸, 기모노를 입고 경복궁에 간 외국인들의 논란이 SNS에서 퍼지는 가운데 서울 종로의 한 거리에 '한복문화주간' 홍보 포스터가 걸려있다. /서울=오승혁 기자

[더팩트|서울 종로=오승혁 기자] "여기는 한복만 대여해요. 한푸나 기모노 같은 건 안 해요. 그 복장 입고 다니는 분들은 어디서 입고 왔나 모르겠어요" (서울 종로 한복대여점 상인)

한옥 지붕 위를 고양이가 가볍게 뛰어다닌다. 기와를 타고 지붕을 넘는 모습에 경복궁 인근 골목을 거닐던 연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이 몰렸다.

이들의 웃음과 촬영을 뒤로 하고 다른 지붕으로 떠나는 고양이의 모습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특유의 정취와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종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20일 '오승혁의 현장'이 서울 종로에서 만난 풍경은 평화로웠다. 하지만 이 거리와 맞닿은 경복궁을 둘러싸고 한푸·기모노 착용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복궁을 배경으로 중국 전통 의상인 한푸를 입고 촬영한 영상, 기모노 차림 인물들이 경복궁 주변을 걷는 모습이 최근 SNS를 통해 퍼지면서다. 한국의 궁궐을 배경으로 한 이미지가 해외로 확산할 때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이 한푸나 기모노를 한국 전통 의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쟁점이다.

20일 낮 경복궁 인근에 위치한 한복 대여점의 간판 모습. 대여점의 상인들은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을 갖춰두고 있다. /서울=오승혁 기자
20일 낮 경복궁 인근에 위치한 한복 대여점의 간판 모습. 대여점의 상인들은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을 갖춰두고 있다. /서울=오승혁 기자

논란을 따라 경복궁 인근을 여러 차례 걸었다. 이날 취재 중 살펴본 한복 대여점에는 한복이 진열돼 있었다. 골목에는 한복 대여를 알리는 간판과 안내판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한복을 빌려 입는 관광 문화였다. 살펴본 대여점에서 한푸나 기모노를 대여하는 모습은 확인하지 못했다.

취재한 시간과 동선에서 논란 속 한푸·기모노 착용 장면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온라인에서 제기된 문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본 풍경과 온라인 자료를 구분하면서, 한복의 이름과 문화가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SNS를 통해 경복궁을 배경으로 한 한푸 차림 중국인 인플루언서 영상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복과 한푸를 구분하지 못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전통 복식에 대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취지다. 기모노 차림 인물들이 걷는 모습도 타 매체 보도로 소개됐다. 다만 해당 인물들의 국적과 촬영 경위, 궁궐 내부 입장 여부는 이번 취재에서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문체부는 이에 19일부터 경복궁에서 ‘한복 바르게 입기’ 캠페인에 나섰다. 문체부가 앞서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국가유산청,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함께 경회루 인근에서 발대식을 열고, 경복궁 인근 한복 대여점 24곳과 한복 분야 인플루언서 17명이 참여한다. 한복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고 올바른 착용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취지다.

20일 낮 경복궁 인근의 한옥 사이를 고양이가 뛰어서 이동하고 있다. 기와를 넘어 다니는 고양이와 골목 사이로 카페, 옷가게 등의 상점을 구경하는 연인, 관광객들이 어우러지는 종로 특유의 풍경이다. /서울=오승혁 기자
20일 낮 경복궁 인근의 한옥 사이를 고양이가 뛰어서 이동하고 있다. 기와를 넘어 다니는 고양이와 골목 사이로 카페, 옷가게 등의 상점을 구경하는 연인, 관광객들이 어우러지는 종로 특유의 풍경이다. /서울=오승혁 기자

이날 종로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한 홍보물에도 ‘2026 한복문화주간’이라는 글씨가 걸려 있었다. 19일부터 25일까지 이어지는 한복문화주간과 맞물려, 한복을 입고 사진을 남기는 경험을 우리 복식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경험으로 넓힐 수 있는 시기다.

한복은 한복으로, 한푸는 한푸로 정확히 알려야 한다. 궁궐이라는 배경과 옷의 이미지만 남기고 그 문화적 맥락을 지워서는 안 된다. 고양이가 지붕을 넘나들던 평화로운 종로에서, 한복을 제대로 알리는 일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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