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느러미 보이면 환호하며 즐거워하는 시민들, 팬서비스 제대로

[더팩트|부산=오승혁 기자] "부캉이, 억수 빠르다! 봤나?" "보면 전화해라."
상어 한 마리를 만나러 나온 가족들의 대화가 요원들의 작전 지시처럼 사뭇 진지하다. 부캉이가 어디에 나타났는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 서로의 위치를 확인한다. 빠르게 헤엄치는 부캉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목소리에 부산 특유의 억양이 실린다. 기다리던 움직임이 포착되면 환호가 터지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진다.
18일 '오승혁의 현장'은 부산 북항 친수공원을 찾았다. 이날 이곳에서 상어 ‘부캉이’가 발견된 지 한 달을 맞았다. 비 내리는 일요일 저녁에도 바다를 따라 이어진 공원의 산책로와 다리 등을 사람들로 가득 채운 슈퍼스타 '부캉이'는 이곳의 확실한 주인공이었다.
수면 위로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벽을 따라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수영하고 이내 물속으로 사라지는 부캉이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관람객들에게는 기다리던 ‘팬서비스’가 됐다.
"부캉아 어디 갔어. 보고 싶어. 나와줘."
아이들은 부캉이의 이름을 부르며 물속을 들여다봤다. 상어를 부르는 목소리에는 두려움보다 반가움과 기다림이 묻어났다. 모습을 보여 달라는 부탁도 이어졌다.
다정한 말투로 "부캉아, 잘 지내고 있나?" "뭐 먹었나?" 하는 부산 사투리들도 물 위로 정겹게 오갔다. 이에 응답하듯 수면에 움직임이 생기면 주위 분위기가 달라졌다.

부캉이가 향하는 쪽을 따라 사람들이 뛰거나 걸음을 재촉했고, 가까이서 움직임을 확인한 이들은 환호했다. 잠시 전까지 물만 바라보던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부캉이의 이동 경로를 따라 관람객들의 관심도 함께 움직였다.
다같이 구경 나온 가족들 사이에서는 부캉이를 찾으면 연락하라는 말까지 오갔다. "보면 전화해라"는 짧은 한마디는 이날 공원의 분위기를 보여줬다. 산책을 나온 가족에게도, 상어를 보러 온 어린이에게도 부캉이의 등장은 놓치기 아까운 순간임을 증명했다.
부캉이에게는 그저 수로를 오가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지느러미가 보이는 짧은 순간도 특별했다. 모습을 보여주지 않다가 나타나 환호를 끌어내는 모습은 인기 스타의 등장과 다르지 않았다.
부캉이를 바라보는 동네 주민들의 반응은 보다 현실적이었다. 부캉이가 없었으면 공원에 이렇게 사람이 많아졌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 달째 수로에 머무는 상어가 공원의 풍경까지 바꿔놓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날 수로 주변에는 부캉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어졌다. 물속을 살피는 사람들, 부캉이의 위치를 알려주는 가족들, 이름을 부르는 어린이들이 공원을 채웠다. 부캉이를 직접 보는 시간뿐 아니라 기다리고 찾는 과정도 하나의 구경거리가 됐다.
발견 초기의 호기심이 한 달 만에 사라질 법도 했지만, 현장의 관심은 여전했다. 부캉이의 움직임 하나에 웃음과 환호가 이어지는 풍경은 북항에 새로운 볼거리가 자리 잡았음을 보여줬다. 부캉이가 처음 발견된 후 공원의 누적 방문객은 150만명을 넘겼다.
부산역과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을 잇는 다리와 크루즈 등의 배가 세워진 바다, 주변의 높은 건물들이 어우러져 보기 좋은 풍경을 자랑하는 공원은 부캉이 덕에 관광 명소가 됐다.
다만 부캉이가 언제까지 북항에 머물지는 알 수 없다.

부산시와 관계 당국에 따르면 몸길이 약 3m의 부캉이는 지난달 18일 바다와 연결된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한 달째 수로에서 생활하고 있다.
당국은 워터펌프와 특별히 제작한 대형 그물 등을 이용해 두 차례 바다 복귀를 유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두 번째 작업에서는 수로 출구에서 약 100m 떨어진 지점까지 이동시켰으나, 부캉이는 다음 날 그물을 넘어 다시 수로 안쪽으로 들어왔다.
현재 당국이 주목하는 것은 수온 변화다. 최근 수로의 수온은 약 22도로 관측됐다. 전문가들은 수온이 18도 아래로 내려가면 부캉이가 수로에 계속 머물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부캉이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를 찾아 스스로 이동할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둥이에서 상처가 확인됐지만 악화하거나 다른 부위로 번지는 모습은 관찰되지 않았고, 헤엄치는 모습에서도 특별한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인위적인 이동 작업을 중단하고 건강 상태를 관찰하며 자발적인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한 달을 채운 부캉이는 이날도 수로를 헤엄쳤다. 사람들은 움직임을 따라 환호했고, 아이들은 다시 이름을 불렀다. "부캉아, 나와줘." 어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생각보다 크네" "진짜 빠르다" "부캉이 없었으면 공원이 사람들 이리 왔겠나" 하는 대화들이 이어졌다.
언제 바다로 돌아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날 북항에서 가장 많은 시선과 부름을 받은 주인공은 분명했다. 지느러미만 보여줘도 환호를 받는 ‘슈퍼스타’ 부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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