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다니던 길이 완전히 다르게 펼쳐졌다”…벤츠 GLE 450의 압도적 승차감 [오승혁의 팩트 DRIVE]

  • 오승혁 기자
  • 입력: 2026.10.15 00:00 / 수정: 2026.10.15 00:00
묵직하고 부드러운 주행·탁 트인 시야는 압도
큰 차체와 답답한 자동주차는 아쉬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차는 나에게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는 거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삶의 일부다." -엔초 페라리(1898~1988)

매년 수백 종의 신차가 쏟아지는 시대.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소비자가 체감할 ‘진짜 팩트’는 드물다. ‘팩트 DRIVE’는 <더팩트> 오승혁 기자가 직접 타보고, 확인하고, 묻고 답하는 자동차 콘텐츠다. 흔한 시승기의 답습이 아니라 ‘오해와 진실’을 짚는 질문형 포맷으로 대중의 궁금증을 푼다. 단순한 스펙 나열은 지양한다. 이제 ‘팩트 DRIVE’에 시동을 건다. <편집자 주>

오승혁의 팩트 DRIVE는 메르세데스-벤츠 GLE 450 4MATIC을 타고 넓은 실내 공간과 묵직하고 부드러운 주행을 즐겼다. 스티어링휠 사이로 노을을 담았다. /인천=오승혁 기자
'오승혁의 팩트 DRIVE'는 메르세데스-벤츠 GLE 450 4MATIC을 타고 넓은 실내 공간과 묵직하고 부드러운 주행을 즐겼다. 스티어링휠 사이로 노을을 담았다. /인천=오승혁 기자

[더팩트|서울·경기=오승혁 기자] "매번 다니는 길인데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네, 진짜 부드럽다."

메르세데스-벤츠 GLE 450 4MATIC AMG 라인 나이트 에디션에 함께 탄 동승자가 말했다. <더팩트>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인근의 평소 자주 오가는 길을 달리던 중이었다. 어디에서 노면이 울퉁불퉁하고 어떤 구간에서 차가 출렁이는지 이미 익숙한 길이다.

그런데 GLE를 타고 지나가니 도로가 새로 포장된 것처럼 느껴졌다. 정돈되지 않은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차가 먼저 받아내고, 탑승자에게는 묵직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전달했다. 동승자는 몇 차례 창밖과 도로를 번갈아 보더니 다시 말했다.

"왜 사람들이 이 차를 선망하는지 알겠어."

GLE 450 4MATIC을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가능한 다양한 시간대에 몰았다. 시승기를 쓸 때면 늘 그러하듯이 막히는 도심과 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를 지나고 좁은 골목과 주차장에도 들어갔다. 편안하게 달릴 때의 만족도는 압도적이었다. 반대로 전폭 2m가 넘는 차체를 골목과 주차장에서 다룰 때는 신경이 곤두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의 매력은 확실했다. 국내에 77대만 판매된 검은색 GLE 450 4MATIC AMG 라인 나이트 에디션을 타고 같이 달려보자!

메르세데스-벤츠 GLE 450을 사선에서 마주했다. /서울=오승혁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GLE 450을 사선에서 마주했다. /서울=오승혁 기자

- 승차감이 그렇게 압도적인가?

이번 시승에서 가장 또렷하게 남은 장점이다.

GLE 450 4MATIC에는 노면 상태와 차량 속도, 탑승 인원과 적재량에 맞춰 서스펜션을 조절하는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제원표를 읽을 때는 익숙한 고급차 기능 가운데 하나로 보이지만, 실제로 달리면 차이가 분명하다.

방지턱이나 노면의 이어진 부분을 지날 때 차체가 한 번에 덜컹거리지 않는다. 충격을 둥글게 다듬은 뒤 탑승자에게 전달하는 느낌이다. 큰 차체가 바닥에 묵직하게 붙은 채 부드럽게 움직인다.

평소 다니던 길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는 동승자의 말은 과장이 섞이지 않았다. 낡고 고르지 않은 노면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정도였다.

주행 모드는 스포츠와 컴포트, 에코, 오프로드 등으로 바꿀 수 있다. 여러 모드를 번갈아 사용해봤지만 GLE의 성격에는 컴포트가 가장 잘 어울렸다. 서둘러 달리지 않아도 충분히 빠르고, 힘을 과시하지 않아도 여유가 느껴졌다.

- 차체 높이를 직접 바꿀 수 있나?

센터 콘솔의 버튼을 이용하면 에어 서스펜션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속도가 높을 때는 작동이 제한되지만 정차하거나 천천히 움직일 때 차체를 올리고 내릴 수 있다.

차량을 가장 높은 상태로 올리고 도로에 나서자 시야가 더 넓어졌다. 높은 운전석에서 앞을 내려다보며 움직이는 느낌 자체가 좋았다. 사극에서 양반들이 타던 가마에 올라앉으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바람을 가르는 속도감과는 다른 즐거움이다. 주변 차량보다 높은 위치에서 여유롭게 이동한다. 차체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과정도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몇 센티미터의 변화지만 운전석에서는 시야와 움직임의 차이가 제법 선명하게 느껴진다.

트렁크에서 짐을 싣고 내릴 때 차체를 낮추는 기능도 유용하다. 차량 자체가 워낙 높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자주 싣는 운전자에게는 물건을 내리기 편하게 기울여주는 차는 그 자체로 꽤 매력적이다.

GLE 450의 운전석과 동승자석 모습. /오승혁 기자
GLE 450의 운전석과 동승자석 모습. /오승혁 기자

- 크기가 큰 만큼 편한가?

편한 부분과 불편한 부분이 명확하다.

GLE 450 4MATIC은 길이 4930㎜, 너비 2020㎜, 높이 1780㎜다. 휠베이스는 2995㎜이며, 시승차에는 22인치 휠이 장착됐다. 차 앞에 서면 보닛과 그릴의 크기부터 운전자를 압도한다.

큰 차체와 높은 시야는 넓은 도로에서 든든하다. 그러나 차선의 폭이 좁아지거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차선을 거의 가득 채우기 때문에 좌우 간격을 계속 확인해야 했다. 맞은편에서 차가 들어오거나 불법 주차 차량 사이를 통과할 때는 속도를 크게 줄여야 했다.

주차도 항상 쉽지는 않았다. 360도 카메라의 화면은 선명했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면도 도움이 됐지만, 주차 보조 기능이 공간을 인식하는 데 다소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었다. 충분해 보이는 공간을 바로 찾지 못하거나 자동 주차를 매끄럽게 끝내지 못한 순간도 있었다.

결국 운전자가 직접 차의 크기를 감각하고 움직여야 하는 순간이 많다. 특히 이중주차 된 차량 사이를 지나갈 때나 좁은 골목길 언덕에서 다른 차를 마주했을 때는 저절로 긴장했다. 넓은 시야와 편안한 승차감을 얻는 대신 좁은 길과 주차장에서는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GLE 450의 2열 모습. /오승혁 기자
GLE 450의 2열 모습. /오승혁 기자

- GLE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겼나?

GLE의 ‘G’는 오프로드 차량의 성격을 나타내는 ‘겔렌데바겐(Geländewagen)’에서 이어졌다. 독일어로 험지를 뜻하는 ‘겔렌데’와 자동차를 의미하는 ‘바겐’을 합친 말이다. 흔히 ‘G바겐’으로 부르는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의 이름도 여기에서 나왔다.

GLE는 G-클래스처럼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만을 목표로 한 차는 아니다. 높은 차체와 사륜구동, 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갖추면서도 E-클래스급의 안락함과 고급스러움을 결합한 프리미엄 SUV에 가깝다.

G-클래스가 거칠고 각진 형태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즐기는 차라면 GLE는 같은 브랜드의 SUV 계보 안에서 승차감과 일상적인 편안함을 강조한 차다.

- ‘450’이면 배기량이 4500cc인가?

아니다. GLE 450 4MATIC의 배기량은 2998cc다.

과거에는 숫자와 배기량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모델의 성능 등급과 위치를 나타내는 성격이 강하다. 차다운사이징 트렌드에 맞춰 배기량은 줄이고 성능은 높이는 추세다. GLE 450에는 3.0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과 48볼트 전기 시스템이 들어간다.

최고출력은 381마력, 최대토크는 51㎏·m다.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가 가속할 때 15㎾의 출력과 200Nm의 토크를 추가로 보탠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6초다.

차가 크고 무겁지만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답답하게 끌려오는 느낌은 없었다. 속도를 올려야 할 순간에는 큰 차체를 힘 있게 밀어낸다. 다만 이 차의 진짜 매력은 급가속 자체보다 충분한 힘을 품은 채 여유롭게 달리는 과정에 있었다.

트렁크를 열고 본 GLE 450의 실내 모습. /경기=오승혁 기자
트렁크를 열고 본 GLE 450의 실내 모습. /경기=오승혁 기자

- 2열과 트렁크는 넉넉한가?

성인 네 명이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기에 충분하다. 기본형 GLE는 지붕이 뒤로 완만하게 이어져 쿠페형 모델보다 2열 머리 공간에 여유가 있다. 체격이 큰 사람이 뒤에 앉아도 머리 위가 답답하지 않고 무릎 공간도 넉넉하다.

2열 시트는 전동으로 움직일 수 있다. 등받이를 접거나 시트를 앞뒤로 조절하면서 탑승 공간과 적재 공간을 상황에 맞게 나눌 수 있다.

트렁크는 깊고 넓다. 골프백과 여행용 가방, 장보기 물품을 함께 싣기에도 여유가 있다. 적재 공간 아래에도 별도의 수납공간이 마련됐다. 트렁크에서 버튼을 눌러 차체 높이를 낮출 수 있어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릴 때 부담도 줄일 수 있다.

- 나이트 에디션은 무엇이 다른가?

시승차는 국내에 77대 한정 판매된 GLE 450 4MATIC AMG 라인 나이트 에디션이다.

옵시디안 블랙 외장 색상을 중심으로 사이드미러 하우징과 전면 공기흡입구, 후면부 장식과 도어 손잡이까지 검은색 계열로 맞췄다. 22인치 AMG 휠도 검은색으로 마감됐다. 실내에는 블랙 나파 가죽이 적용됐다.

낮에는 커다란 검은 차체와 그릴이 강한 인상을 만들었다. 밤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두운 주차장과 도로에서 검은 차체가 주변 풍경에 녹아들면서 조명과 삼각별 엠블럼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화려한 색상으로 눈길을 끄는 차가 아니라 검은색 하나로 크기와 존재감을 밀어붙이는 차다.

GLE 450의 앰비언트 라이트를 켜고 밤길을 달렸다. /서울=오승혁 기자
GLE 450의 앰비언트 라이트를 켜고 밤길을 달렸다. /서울=오승혁 기자

- 실내에서 가장 마음에 든 기능은?

64가지 색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밤에 진가를 드러냈다. 서울의 야경과 한강을 바라보며 달릴 때 실내를 감싼 보랏빛 조명이 제법 잘 어울렸다. 주황빛으로 반짝이는 심야의 한강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왔다.

'오승혁의 팩트 DRIVE'를 시작할 때만 해도 조명 색상이 운전 만족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까 싶었다. 그러나 밤에 오랜 시간 차 안에 머물러보면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무시하기 어렵다.

에너자이징 컴포트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리프레시와 따뜻함, 바이탈리티, 조이 등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실내 조명과 음악, 공조장치와 시트 기능이 함께 작동한다.

처음에는 다소 인위적으로 느껴졌다. 차가 운전자의 기분까지 바꾸려고 하는 모습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늦은 시간 조용히 운전하면서 프로그램을 실행하니 몸과 머리가 조금 가라앉는 순간도 있었다.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기능은 아니지만 장거리 운전이 잦다면 한 번쯤 활용할 만하다.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도 실내 전체를 균형감 있는 음향으로 채웠다. 가을밤에 재즈를 틀고 달리니 GLE가 왜 이동수단을 넘어 머무는 공간을 강조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GLE 450의 카메라와 디스플레이가 주차를 돕고 있다. /오승혁 기자
GLE 450의 카메라와 디스플레이가 주차를 돕고 있다. /오승혁 기자

- 실제 연비는 어느 정도였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8.4㎞다.

시승 기간 확인한 연비도 대체로 리터당 7~8㎞ 수준이었다. 막히는 구간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거나 가속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7㎞까지 내려갔다.

3.0리터 직렬 6기통 엔진과 사륜구동, 큰 차체를 고려하면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하지만 연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매일 장거리를 운전한다면 부담스러운 수치인 것도 사실이다.

GLE 450은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선택할 차는 아니다. 연비보다 넉넉한 힘과 승차감, 공간과 브랜드 만족도를 원하는 사람을 겨냥한다.

- 1억3900만원을 주고 선택할 만한가?

일반 GLE 450 4MATIC AMG 라인의 권장소비자가격은 1억3900만원이다. 나이트 에디션의 가격은 적용 사양에 따라 다르다.

1억4000만원 안팎으로 올라가면 선택지는 크게 늘어난다. BMW X5와 포르쉐 카이엔을 함께 살펴볼 수 있고, 비슷한 체급의 제네시스 GV80을 선택하면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그럼에도 GLE를 고를 이유는 분명하다. 익숙한 길을 전혀 다른 길처럼 느끼게 만든 부드러운 승차감, 높은 시야와 넉넉한 공간, 3.0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의 여유가 있다.

시승 기간 식당이나 카페,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 주변 사람들이 검은색 GLE를 한 번씩 돌아보는 순간이 있었다. 자동차의 가격이 높아질수록 성능 외에 브랜드와 디자인, 다른 사람의 시선까지 구매 만족도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반대로 큰 차체와 낮은 연비, 좁은 길과 주차장에서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주차 보조 기능도 항상 기대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다만 매번 다니던 길을 더 조용하고 부드럽게 지나고 싶고, 높은 자리에서 여유롭게 도로를 바라보는 기분에 가치를 둔다면 GLE 450 4MATIC이 왜 오랫동안 선망의 대상이 됐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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