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움직임…출퇴근과 장거리 모두 노리는 데일리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차는 나에게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는 거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삶의 일부다." -엔초 페라리(1898~1988)
매년 수백 종의 신차가 쏟아지는 시대. 자동차에 관한 정보는 넘쳐나는데 정작 제대로 된 ‘팩트’는 귀하다. ‘팩트 DRIVE’는 <더팩트> 오승혁 기자가 직접 타보고, 확인하고, 묻고 답하는 자동차 콘텐츠다. 흔한 시승기의 답습이 아니라 ‘오해와 진실’을 짚는 질문형 포맷으로 차에 관심 있는 대중의 궁금증을 대신 풀어준다. 단순한 제원 나열은 하지 않는다. 이제 ‘팩트 DRIVE’에 시동을 건다. <편집자 주>

[더팩트|경기 고양=오승혁 기자] "잘 달리는 차가 꼭 크고 비쌀 필요는 없다."
BMW 220 그란 쿠페에서 내릴 때 든 생각이다.
서울 도심과 외곽, 골목길과 자동차전용도로를 번갈아 달렸다. 복잡한 길에서는 차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길이 뚫린 곳에서는 가속이 어떤지 살폈다. 도심에서는 차체 크기와 시야, 주차 편의성을 확인했고 탁 트인 도로에서는 가속 반응과 고속 주행 안정감을 봤다. 출퇴근과 취재처럼 매일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 차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직접 경험했다.
첫 인상이 큰 차는 아니었다. 하나 운전석에 앉아 달리기 시작하자 작은 차라는 생각보다 부담 없이 다룰 수 있는 강점이 먼저 들어왔다.
좁은 골목에서 방향을 바꾸거나 주차할 때 긴장이 덜했다. 그러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출퇴근용 세단과는 또 다른 반응이 나왔다.
슈퍼카처럼 운전자를 압도하는 차는 아니다. 대신 매일 타고 다니다가 마음이 내킬 때 운전의 재미를 꺼내 쓸 수 있는 차에 가깝다. 그럼 220과 신나게 달려보자.

- 작은 BMW인데 실제로 잘 달리나?
예상보다 훨씬 경쾌했다.
BMW 220 그란 쿠페의 최고출력은 204마력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3초다.
숫자만 보면 고성능 스포츠카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도로에서 필요한 힘은 충분했다. 신호가 바뀐 뒤 출발하거나 자동차전용도로에 합류할 때 답답함이 없었다. 추월을 위해 속도를 높일 때도 운전자의 요구에 비교적 빠르게 반응했다.
특히 영종대교처럼 시야가 탁 트인 구간에서 제한속도를 지키며 달렸을 때 만족도가 높았다. 차체가 크지 않아 움직임이 둔하지 않았고,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힘이 자연스럽게 전달됐다.
차량의 주행 모드는 퍼스널·스포츠·이피션트 등으로 바꿀 수 있다. 퍼스널 모드에서는 출퇴근에 어울리는 편안한 움직임을 보였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속페달과 스티어링 휠의 반응이 한층 또렷해졌다.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변속하면 재미가 더 커진다. 자전거 기어를 바꾸듯 단수를 올리고 내리며 엔진 회전수를 조절할 수 있다. 슈퍼카처럼 등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폭발력은 없지만, 컴팩트한 차체에서 기대한 것 이상의 경쾌함을 보여줬다.
‘빠른 차’보다는 ‘가볍고 재미있게 달리는 차’라는 설명이 더 적절하다.

- 디자인은 어때?
BMW 220 그란 쿠페는 쿠페처럼 지붕선이 낮고 매끄럽게 떨어진다. 그런데 문은 네 개다. 두 문짜리 쿠페처럼 타고 내릴 때마다 앞좌석을 젖힐 필요가 없고,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거나 짐을 넣을 때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처음 봤을 때는 차체가 작고 날렵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그런데 막상 운전석에 앉고 뒷좌석까지 살펴보니 생각보다 실내가 답답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작아 보이는데, 안에 들어가면 ‘이 정도로 넓었나?’ 싶다. 차체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운전석과 앞좌석 주변은 제법 여유가 있었다.
작은 차를 타면서 느끼는 아쉬움보다는, 작은 차라서 얻는 편안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 도심에서는?
오히려 도심에서 장점이 더 분명했다. 도심 속 많은 지역은 복잡한 골목과 좁은 지하주차장으로 운전 난이도를 높인다. 차체가 큰 차량을 운전하면 회전하거나 주차할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BMW 220은 좌회전과 우회전, 차선 변경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좁은 진입로와 주차장에서도 차체의 위치를 파악하기 쉬웠다. 코너에서는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을 비교적 정확하게 따라갔다. 자동 주차 보조 기능이 운전자의 부담을 꽤 덜어준다.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작은 카트를 타고 움직이는 것과 비슷했다. 스티어링 휠을 움직였을 때 차가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 적었다.
그렇다고 승차감이 지나치게 딱딱한 것은 아니다. 차에 타고 있는 것을 잊을 정도의 만족감을 안기는 부드러움은 아니지만, 무난하게 적응할 수 있다. M 스포츠 모델답게 노면의 상태가 어느 정도 전달되지만 매일 출퇴근하기 힘들 정도로 거칠지는 않았다. 운전의 재미와 일상적인 편안함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기분이다.
- 장거리에서도 편해?
약간은 딱딱한 승차감에도 불구하고 피로감은 크지 않았다. 앞좌석 스포츠 시트는 몸의 양옆을 적당히 잡아준다. 코너를 돌 때 몸이 좌우로 크게 움직이지 않았고, 장시간 앉아 있어도 불편함이 심하지 않았다.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의 앞뒤 위치와 높이를 자신의 체형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시트와 스티어링 휠의 위치를 제대로 맞추면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BMW 커브드 디스플레이에는 주행 정보와 내비게이션, 차량 설정 등이 표시된다. 물리 버튼이 줄어 처음에는 메뉴를 찾아야 하지만 적응한 뒤에는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기 편했다.
도심에서는 작은 차체가 편했고 고속 주행에서는 차가 가볍게 떠다니는 불안감이 크지 않았다. 출퇴근만을 위한 차로 한정하기보다 주말 나들이와 장거리 여행까지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다.
- 연비는 만족?
BMW 220 그란 쿠페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2.3km다. 도심은 리터당 10.8km, 고속도로는 리터당 14.9km다.
나흘 동안 500km 넘게 주행하면서 정체가 심한 도심과 흐름이 원활한 자동차전용도로를 모두 경험했다. 주행 모드와 교통 상황에 따라 연비 차이는 분명했지만, 운전 재미를 고려하면 데일리카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다.
연비를 우선하면 이피션트 모드로 부드럽게 달리고, 운전의 재미가 필요할 때는 스포츠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한쪽 성격만 강요하지 않는 점이 좋았다.

- 성인 4명이 타고 다녀도 괜찮을까?
탈 수는 있지만 탑승자의 체격과 이동 거리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앞좌석 공간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문제는 쿠페형 지붕선이 내려오는 뒷좌석이다. 평균 체격의 성인이라면 일상적인 이동에 큰 문제가 없지만 키가 크거나 체격이 큰 성인 남성 네 명이 장거리를 이동한다면 뒷좌석 탑승자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머리 위 공간과 무릎 공간 모두 대형 세단처럼 넉넉하지는 않다. 체격이 어느 정도 있는 4명이 주기적으로 타야 한다면 조금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반대로 혼자 또는 두 명이 주로 타고 가끔 뒷좌석을 사용하는 운전자에게는 큰 단점이 아닐 수 있다. 문이 네 개라 승하차가 편하고, 필요할 때 성인 네 명이 함께 이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반 쿠페보다 활용도가 높다.

차체가 작아 트렁크도 작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열어보니 안쪽으로 제법 깊었다.
트렁크 안쪽으로 공간이 길게 이어지고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적재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여행용 가방이나 촬영 장비, 캠핑용품처럼 길이가 있는 짐을 넣을 때 유용하다.
차체가 작은 만큼 SUV 수준의 높이와 부피를 기대할 수는 없다. 가족 네 명이 대형 캐리어를 여러 개 싣고 장기간 여행을 떠나는 상황이라면 공간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출퇴근용 가방과 장보기 물품, 주말 나들이 짐을 싣는 용도로는 충분했다. 쿠페의 디자인을 선택하면서도 트렁크와 뒷좌석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BMW 220 그란 쿠페의 강점이다.
- 결국 어떤 사람에게 잘 맞지?
BMW 220 그란 쿠페 M 스포츠의 권장소비자가격은 5350만원이다. 등록 비용과 선택 사양, 시기별 프로모션에 따라 실제 구매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절대 가격만 놓고 보면 저렴한 차는 아니다. 비슷한 비용으로 더 넓은 국산 세단이나 SUV를 선택할 수 있다. 공간과 편의장비를 최우선으로 본다면 다른 선택지가 합리적일 수 있다.
BMW 220은 큰 차가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잘 맞는다. 상암동 골목이나 지하주차장에서는 차체가 작아서 편했고, 영종대교처럼 시야가 트인 곳에서는 생각보다 잘 달렸다.
대신 뒷좌석에 성인 3명을 자주 태우거나 가족 여행 짐을 많이 싣는 사람이라면 고민이 필요하다. 이 차는 넓고 편한 차라기보다, 매일 타면서 가끔 운전 재미를 챙기고 싶은 사람을 위한 차에 가깝다.
나흘 동안 500km 넘게 타본 뒤의 결론은 간단하다. BMW 220은 작아서 아쉬운 차라기보다, 작아서 더 편하고 더 자주 몰고 싶은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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