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창가·거리 시민들까지 “저게 사람이야?”

[더팩트|서울 광화문=오승혁 기자] "저기, 하늘 좀 봐봐!"
1일 오전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지하철 1, 2호선이 지나는 시청역에서 나와 프레스센터로 향했다. 시청역 4번 출구에서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에서부터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시민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손에는 하나같이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순간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가 떠올랐다. 2015년 개봉한 이 영화는 1974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사이를 외줄로 건넌 프랑스 출신 곡예 전문가 필리프 프티의 이야기를 다룬다.
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고공 줄타기 퍼포먼스 현장. 오후 1시 본행사를 앞두고 진행된 리허설부터 시민들의 시선은 지상 120m 높이에 설치된 외줄에 꽂혔다.
필리프 프티가 뉴욕에서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건넌 지 50여 년이 지난 2026년, 이번에는 서울 도심 한복판이 슬랙라인 무대가 됐다. 슬랙라인은 폭 2.5~5㎝의 줄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걷거나 뛰고, 공중제비 등 다양한 묘기를 선보이는 스포츠다.
외줄 위에는 에스토니아 출신 슬랙라인 선수 얀 루스가 올랐다. 그는 세계선수권에서 세 차례 우승한 선수다. 2024년에는 튀르키예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의 1074m 구간을 47분 만에 건너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슬랙라인을 타고 횡단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같은 해 이탈리아 본토와 시칠리아섬 사이 메시나 해협에 설치된 약 3.6㎞ 슬랙라인 횡단에도 도전했다. 완주 직전 균형을 잃는 바람에 공식 세계 기록 수립에는 실패했으나 슬랙라인을 이용해 메시나 해협을 건넌 첫 사람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전 세계를 무대로 관중들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던 그는 이날 코리아나호텔과 동아미디어센터 사이 약 160m 구간을 외줄로 왕복했다.

리허설에 이어 본 행사에 나선 그는 여유 가득한 모습으로 지상의 관중들을 매혹시켰다.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여유를 보였고, 줄에 매달렸다가 다시 올라섰다. 줄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기도 했고, 양발을 마주치는 이른바 ‘발 박수’ 동작도 선보였다.
아래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줄이 가늘게 보일 정도의 높이였지만, 얀 루스는 익숙한 운동을 하듯 여러 동작을 이어갔다.
선수가 움직일 때마다 관중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가볍게 손을 흔들 때는 곳곳에서 웃음과 탄성이 나왔지만, 줄 위에서 중심을 잡으며 한 발씩 내디딜 때면 현장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방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도 말을 멈췄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던 사람들까지 잠시 화면에서 눈을 떼고 외줄 위 선수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특히 광화문역 인근 사옥에서는 건물 옥상과 창가에 직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회사 건물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외줄타기 현장을 보기 위해 옥상으로 나온 것이다.
이번 퍼포먼스는 코리아나호텔 옥상과 동아미디어센터 22층을 연결한 줄 위에서 진행됐다. 줄의 폭은 약 2㎝에 불과했다. 얀 루스의 몸과 외줄은 안전줄로 연결됐지만, 줄 아래에는 별도의 그물망이 설치되지 않았다.
선수가 줄 위에 올라선 뒤부터 도착하는 순간까지 관중들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코리아나호텔에서 출발한 그가 맞은편 동아일보 사옥을 찍고 다시 출발점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 박수가 쏟아졌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지자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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