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섬박람회 5시간 달려 가보니..."기대하지 마라, 실망한다"[오승혁의 현장]
  • 오승혁 기자
  • 입력: 2026.09.22 11:19 / 수정: 2026.09.22 11:19
21일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현장 찾아
주차장부터 전시관·공연장까지 한산…키오스크 UAM·종이배 체험 실망
실제로 와보니 너무 썰렁하다. 21일 저녁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여수 세계 섬 박람회 주제관의 미디어 파사드에서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여수=오승혁 기자
"실제로 와보니 너무 썰렁하다." 21일 저녁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여수 세계 섬 박람회 '주제관의 미디어 파사드에서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여수=오승혁 기자

[더팩트|여수=오승혁 기자] "섬 박람회라더니 영상만 보다가 끝났다. 이게 뭐냐..."

‘시간과 비용을 들여 찾아갈 만한가.’

박람회 현장을 직접 취재하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질문이다. 21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직접 해볼 체험이 있는지, 관람객이 기억할 만한 장면이 있는지 살폈지만, 기대와는 전혀 딴 판이었다.

<더팩트>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차로 출발해 5시간여 만에 주행사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후 9시까지 박람회장을 운영하며 저녁 공연 등을 통해 관람객 유치 확대에 힘쓴다던 설명과 달리 주차장은 한산했다.

주차를 마친 뒤 표를 끊고 입장할 때 주변에 관람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줄을 서서 입장을 예상한 것과는 달리 아예 다른 관람객 없이 홀로 들어갔다. 현장을 빠져나오던 한 부부는 "섬 박람회라더니 영상만 보다가 끝났다. 이게 뭐냐"고 말했다.

인근 주민으로 보이는 관람객도 처음 방문한 지인에게 "기대하지 마라. 실망한다", "그냥 마음을 비우고 봐"라고 말하고 있었다. 박람회 현장에서 쉽게 듣기 어려운 반응이었다.

입장 떄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주행사장 곳곳에는 전시관과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세계 섬 박람회’라는 이름에 걸맞은 콘텐츠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21일 여수 세계 섬 박람회 전시관에서 체험한 미래 교통. 기기를 탑승하거나 VR을 활용해 가상 경험을 해보는 것이 아니다. 키오스크에서 가상 탑승권을 발권하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여수=오승혁 기자
21일 여수 세계 섬 박람회 전시관에서 체험한 미래 교통. 기기를 탑승하거나 VR을 활용해 가상 경험을 해보는 것이 아니다. 키오스크에서 가상 탑승권을 발권하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여수=오승혁 기자

특히 미래 섬 전시관의 도심항공교통(UAM) 체험은 무인 단말기에서 가상 탑승권을 발권하는 방식이었다. 직접 조작해볼 수 있는 장치는 사실상 키오스크가 전부였다. 기기를 직접 탑승해보거나 VR을 활용해 이동을 가상으로 경험해보는 것이 아니라 카페, 식당 등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키오스크에서 가상 탑승권을 만들어보는 것을 체험으로 제시하는 패기에 당황했다.

국제 교류관에서는 페루 전통의상 체험을 안내받았다. 섬과 바다를 주제로 한 박람회에서 각국의 문화를 소개한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정작 ‘섬’이라는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설명이 부족했다.

주행사장 한편의 연못에서는 소원을 적은 종이배를 띄우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다. 취재진이 찾은 시간에 참가자는 보이지 않았다. 체험 공간 주변에는 관계자들만 서 있었다.

먼 발치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미디어 파사드는 정작 가까이에서 보자 생각보다 화질과 픽셀 등이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는 듯한 모습이 강해 아쉬움만 남겼다.

주제관 안에 자리한 거대한 나무 조형물이 해당 건물에서 볼 수 있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박람회의 얼굴 같은 주제관의 전시 내용부터 당혹스러움을 안겼다.

21일 저녁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현장에서 플래카드를 걸고 소원배 띄우기 체험을 홍보하고 있다. 종이배에 소원을 적은 뒤 수로에 띄우는 체험이다. /여수=오승혁 기자
21일 저녁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현장에서 플래카드를 걸고 소원배 띄우기 체험을 홍보하고 있다. 종이배에 소원을 적은 뒤 수로에 띄우는 체험이다. /여수=오승혁 기자

흥미를 유발하며 참여를 유도하는 각종 부스의 체험 콘텐츠와 여러 볼거리, 액티비티 등에 익숙해진 관람객들에게 세계 섬 박람회에 와서 소원을 적은 종이배를 물에 띄우는 것을 플래카드를 걸고 홍보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는 듯했다.

저녁 버스킹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공연을 지켜보는 관람객은 20명 남짓으로 보였다. 가족 단위 관람객 뒤에서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재미있는 거 없어?"라는 말을 반복했다.

21일 저녁 여수 세계 섬 박람회에서 주문한 간장게장 정식은 1만4900원이었지만, 게장 한 접시와 밥, 김치, 말랭이가 전부였다. 간도 지나치게 강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여수=오승혁 기자
21일 저녁 여수 세계 섬 박람회에서 주문한 간장게장 정식은 1만4900원이었지만, 게장 한 접시와 밥, 김치, 말랭이가 전부였다. 간도 지나치게 강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여수=오승혁 기자

식음 공간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만4900원짜리 간장게장 정식을 직접 먹어봤지만, 취재진의 입맛에는 간이 지나치게 강했고 구성도 아쉬웠다. 다섯 입이면 끝나는 게장 한 접시와 밥, 김치, 말랭이가 나왔다. 그리고 분식집에서 서비스로 주는 국물이 함께 나왔다. 여수에서 이 가격이면 더 나은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일 개막한 박람회는 11월 4일까지 61일간 관람객 3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개막 후 19일까지 방문객은 18만5202명으로, 목표의 6.2% 수준에 그쳤다. 남은 기간 목표를 달성하려면 하루 평균 6만 명 이상이 찾아야 한다. 현재 하루 평균 관람객의 다섯 배에 해당한다.

사업 규모는 작지 않다. 박람회 직접 사업비는 713억 원, 연계 사업까지 합치면 총사업비는 18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관람객이 체감하는 현장의 완성도는 투입된 예산과 큰 간극을 보였다.

‘섬’을 내세운 박람회지만 섬을 체험할 수 있는 동선도 불편했다. 주행사장에서 개도 등 부행사장으로 곧바로 이동할 선착장이 없어 차량과 배를 갈아타야 하는 실정이다.

조직위는 추석 연휴 K팝 콘서트와 수학여행단, 크루즈 관광객 유입을 통해 관람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공연이나 단체 관람객에 기대기 전에, 평일 저녁 가족 단위 방문객이 "다시 오고 싶다"고 느낄 만한 콘텐츠부터 마련해야 한다.

박람회는 시설을 만들어놓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웃고, 사진을 찍고, 주변 사람에게 추천할 때 비로소 행사가 살아난다.

이날 여수 세계 섬 박람회에서 가장 선명하게 남은 장면은 거대한 조형물도, 화려한 공연도 아니었다. 텅 빈 주차장과 조용한 전시관, 그리고 아이의 반복되는 질문이었다.

"재미있는 거 없어?"

shoh@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