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초 만에 열리는 루프가 안기는 개방감
속도·디자인·희소성으로 증명한 이탈리아 슈퍼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차는 나에게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는 거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삶의 일부다." -엔초 페라리(1898~1988)
매년 수백 종의 신차가 쏟아지는 시대. 자동차에 대한 정보는 넘쳐 나는데, 정작 제대로 된 ‘팩트’는 귀하다. ‘팩트 DRIVE’는 <더팩트> 오승혁 기자가 직접 타보고, 확인하고, 묻고 답하는 자동차 콘텐츠다. 흔한 시승기의 답습이 아니라 ‘오해와 진실’을 짚는 질문형 포맷으로, 차에 관심 있는 대중의 궁금증을 대신 풀어준다. 단순한 스펙 나열은 하지 않는다. 이제 ‘팩트 DRIVE’에 시동을 건다. <편집자 주>
[더팩트|인천국제공항=오승혁 기자] "오늘따라 하늘이 유독 이쁘다. 지붕을 열고 달리니 개방감이 말도 안 되게 크다."
마세라티의 슈퍼 스포츠카 ‘MCPURA(이하 MC퓨라) 첼로(Cielo)’를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첼로는 이탈리아어로 하늘을 뜻한다. 차명 그대로 버튼을 누르면 지붕이 열리고 머리 위로 하늘이 펼쳐진다.
최근 직접 만난 MC퓨라 첼로는 화려한 색상과 낮은 차체만으로 주변의 시선을 끌었다. 시승차에 적용된 밝은 청록색 계열의 차체는 흐린 날에도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주차돼 있을 때조차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여름이 한풀 꺾이고 가을로 넘어갈 듯 바람이 살랑이던 날 MC퓨라를 만났다. <더팩트>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와 영종대교를 오가며 인천국제공항까지 왕복했다.
주택가 골목과 도심 도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고속도로까지 주행 환경은 계속 바뀌었다. 장소가 달라져도 MC퓨라를 향한 주변의 시선은 좀처럼 끊이지 않았다.

MC퓨라는 마세라티의 슈퍼 스포츠카 MC20을 계승한 모델이다. 외관과 소재, 실내 마감을 새롭게 다듬어 MC20의 본질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 쿠페와 컨버터블인 첼로 두 가지 형태로 출시된다.
MC퓨라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순수함을 뜻하는 ‘푸라(Pura)’에서 따왔다. 마세라티는 이를 통해 ‘순수한 속도’, ‘순수한 럭셔리’, ‘순수한 열정’을 강조한다.
MC는 레이싱을 의미하는 마세라티 코르세(Maserati Corse)의 약자다. MC20의 숫자 20은 마세라티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선언한 2020년을 의미한다.
실제로 차를 살펴보면 불필요한 장식을 늘리기보다 차체의 선과 비율로 강렬한 인상을 완성했다는 느낌이 든다.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 탄생한 자동차의 본질과 레이싱을 향한 순수한 열망을 강조한 차라는 인상을 줬다.
마세라티가 레이싱에 집중해 완성한 순수한 슈퍼카를 한 단계 진화시킨 MC퓨라 첼로에서 꿈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럼 나비처럼 날개를 활짝 펼치는 버터플라이 도어를 열고, 차 안으로 몸을 굴리듯 올라타 신나게 달려보자.

- 외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MC퓨라는 차체가 지면에 붙어 있는 것처럼 낮다. 범퍼 하단과 사이드 스커트에 적용된 글로시 블랙 마감은 이러한 인상을 더욱 강조한다.
공기 흡입구와 공기역학적 장치도 차체 디자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고성능 차량이라는 사실을 과도한 장식으로 드러내기보다 필요한 기능을 차체 안에 최대한 감춰놓은 모습이다.
문은 위쪽으로 열리는 버터플라이 방식이다.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평범한 자동차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좁은 공간에서 승하차를 돕는 기능도 있지만, 카본 파이버로 제작된 운전석 공간과 낮은 차체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디자인 요소로서의 역할이 더 크게 느껴진다.
다만 차체가 워낙 낮기 때문에 운전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과속방지턱과 지하주차장 경사로는 물론, 주차 스토퍼에 범퍼나 차량 하부가 닿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최근 메르세데스-AMG GT 63 S E 퍼포먼스와 GT 43에 이어 MC퓨라까지 지면에 딱 붙어 달리는 듯한 차량을 연이어 타면서 ‘롤링’ 실력도 늘었다. 롤링은 주짓수 등 그래플링 계열 격투기에서 혼자 또는 상대와 함께 몸을 구르는 것을 의미한다.
날개를 펼치듯 열리는 도어가 주변에 닿지 않도록 공간을 확보한 뒤 문을 열고, 부드럽게 누워 구르듯 차에 올라타면 된다. 이렇게 탑승하는 모습과 지붕이 열리는 컨버터블 형태부터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 트렁크에 골프백이나 캐리어를 실을 수 있나?
현실적으로 어렵다. 트렁크는 작은 가방이나 상자 몇 개를 넣을 수 있는 수준이다. 골프백이나 대형 캐리어를 싣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MC퓨라 첼로를 선택하는 사람이 넓은 적재 공간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다. 이 차는 실용성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디자인과 주행 감각, 희소성을 얻는 슈퍼카다.
- 그래서 이 슈퍼카는 스포츠카와 어떻게 다른가?
스포츠카와 슈퍼카를 나누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최근 시승한 메르세데스-AMG GT 63 S E 퍼포먼스와 마세라티 MC퓨라 첼로가 같은 도로에서 달린다면 단순한 출력과 가속 성능만으로 둘을 구분하기도 어렵다.
MC퓨라가 슈퍼카로 불리는 이유는 성능과 가격뿐 아니라 희소성과 차체 구조, 브랜드의 레이싱 역사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강남 일대를 지나는 동안에도 MC퓨라와 같거나 비슷한 차량을 마주치기는 어려웠다.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긴장감도 상당하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아도 몸이 시트 안쪽으로 밀려 들어갔다. 시야가 빠르게 좁아지는 동시에 등 뒤에서는 엔진음이 폭발하듯 따라왔다. 낮게 깔린 차체와 즉각적인 조향 반응은 운전자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스포츠카가 운전자에게 "재미있게 달려보자"고 말을 거는 차라면, MC퓨라는 "긴장을 놓지 말고 따라오라"고 요구하는 차에 가까웠다.
지붕을 열면 분위기가 다시 바뀐다.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과 등 뒤에서 들리는 엔진음이 실내로 그대로 들어온다.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운전 자체가 특별한 경험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 ‘첼로’만의 특별한 기능은?
핵심은 폴리머 분산 액정(PDLC) 유리로 제작된 접이식 전동 루프다.
실내 디스플레이에서 스파이더 기능을 선택하면 약 12초 만에 지붕이 열린다. 루프를 닫은 상태에서도 ‘스카이’ 버튼을 누르면 유리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투명하게 바뀐다.
지붕을 완전히 열지 않고도 머리 위 하늘을 볼 수 있는 기능이다. 날씨와 주행 환경에 따라 루프와 유리 상태를 바꿔가며 서로 다른 개방감을 즐길 수 있다.
지붕을 열었을 때의 변화는 확실했다. 낮고 좁게 느껴졌던 실내가 순식간에 탁 트인 공간으로 바뀌었다. 머리 뒤쪽에서 들리는 엔진음과 배기음도 한층 가까워졌다.
다만 한여름에는 낭만보다 더위가 먼저 찾아왔다. 바람을 맞으며 달려도 머리 위로 내리쬐는 햇볕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국내에서 오픈톱을 제대로 즐기기 좋은 시기는 선선한 봄과 가을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 실내는 화려한가?
겉모습과 비교하면 실내 구성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절제됐다.
시트와 도어 패널, 대시보드, 스티어링 휠 일부에는 알칸타라 소재가 적용됐다. 알칸타라는 일반 가죽보다 가볍고 몸이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을 잡았을 때의 그립감도 좋다.
새로운 스티어링 휠은 마세라티 GT2 레이싱카에서 영감을 받았다. 상단을 평평하게 설계해 계기판과 전방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했다. 중앙 베젤에는 시동 버튼과 론치 컨트롤 버튼이 배치됐다.
큼직한 패들 시프터는 스티어링 휠이 아닌 스티어링 칼럼에 고정돼 있다. 코너를 돌며 스티어링 휠을 움직여도 패들의 위치가 바뀌지 않아 원하는 순간에 변속하기 편하다.
- 성능은 어느 정도인가?
MC퓨라에는 마세라티가 독자 개발한 3.0ℓ V6 트윈터보 네튜노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630마력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9초 이내에 도달한다.
국내 보도자료 기준 MC퓨라 쿠페의 중량은 약 1500㎏ 이하, 전동 루프 구조가 추가된 MC퓨라 첼로는 약 1617㎏이다. 쿠페 기준 중량 대비 출력비는 약 2.4㎏/hp다.
숫자도 인상적이지만 운전석에서는 엔진의 위치와 소리가 더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등 뒤에서 들리는 배기음과 팝콘이 연이어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운전자를 둘러싼다. 빠른 자동차를 운전한다기보다 레이싱카 안에 들어가 달리는 감각에 가깝다.
마세라티는 공기역학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이탈리아 경주용 자동차 제작사 달라라와 협업했다. 차체 상부에서는 간결한 디자인을 유지하고, 하부에는 전면 흡입구와 와류 발생 장치, 대형 디퓨저 등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 3억7700만원의 값어치를 하나?
MC퓨라 첼로의 국내 판매 가격은 3억7700만원부터 시작한다. 이전 모델보다 완성도를 높이면서 시작 가격은 600만원 낮췄다. 5년 무상 보증과 3년 메인터넌스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물론 3000만원짜리 자동차보다 12배 빠르거나 운전자를 정확히 12배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골프백도 들어가기 어려운 트렁크와 낮은 차체, 만만치 않은 유지비를 감수해야 한다. 지붕을 열고 쾌적하게 달릴 수 있는 계절도 길지 않다.
따라서 합리성과 실용성을 우선한다면 선택하기 어려운 차다. 반대로 버튼을 눌러 지붕을 열고, 등 뒤에서 터지는 엔진음을 들으며 달리는 경험을 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MC퓨라 첼로의 가치는 제원표보다 운전석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상암동의 평범한 골목에서도, 영종대교를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도 이 차는 주변 풍경과 쉽게 섞이지 않았다.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하기 위한 자동차는 많다. MC퓨라 첼로는 그곳까지 가는 과정 자체를 특별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을 위한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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